한국희곡

남궁만 '복사꽃 필 때'

clint 2023. 5. 7. 16:06

 

남궁만 희곡 <복사꽃 필 때>는 본격적인 토지개혁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봉건성을 지닌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갈등을 그린 것이다. 마름이라며 천대받는 등장인물들은 과잉된 감정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그들의 희생적인 모습으로 인해 파토스를 경험하게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불합리한 시대적 상황에 혁명으로 맞서야 한다는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면모를 보인다. 
혁명기의 희곡에서 구현되는 멜로드라마적인 특징은 ‘과도한 감정’을 앞세우지만 연민의 감정을 통한 관객의 자기 동일시보다는 고양된 의식을 통한 혁명적 움직임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겠다. 시대의 불합리함은 멜로드라마 또는 멜로드라마적인 극에서 경험되는 선과 악의 대립적인 ‘도덕적 양극화’를 토대로 한다. <복사꽃 필 때>에서 봉건성을 지닌 지주와 새로운 개혁을 추진하는 농민들 간의 대립은 극명한 ‘도덕적 양극화’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도덕적 절대주의와 명료함으로 인해 멜로드라마의 세계관이 단순한 듯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근래에는 멜로드라마의 ‘도덕적 양극화’를 도덕적 혼란에 대한 불안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유토피아적인 도덕적 확실성’으로 논하기도 한다. 


<복사꽃 필 때>의 ‘업동’은 건실한 마을 청년이지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한가지 안고 있다. 김주사는 어려서 고아가 된 업동을 데려다 키우면서 키워주는 것이 품삯이라며 머슴처럼 그를 부려왔다. 업동을 아들이라 말하면서도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채 머슴살이를 시킨 것이다.김주사는 불만을 표하는 업동에게 스무살이 되면 땅을 주고 독립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서른 살이 다 돼가는 현재도 김주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그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중이다. ‘업동’은 김주사의 머슴살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는 여러 이유로 ‘꼴지’와 결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도치 않은 삼각관계를 겪게 되고 이로 인해 극적인 갈등이 고조된다. ‘업동’이 ‘꼴지’와 결혼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동을 독립시켜 주지 않던 김주사는 심지어 업동과 애정관계에 있는 꼴지를 첩으로 맞으려 했던 것이다. 업동에게는 한치의 땅도 내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던 김주사는 칠성에게 빌려주었던 땅을 빼앗아 꼴지의 아버지인 박펀에게 주고 꼴지를 첩으로 맞으려 했던 것이다. 김주사의 간악한 행위는 박펀의 고백으로 폭로되고 업동은 김주사에게 낫을 휘두르는 극단적인 증오의 감정을 표출한다.
 멜로드라마적 삼각관계는 이들이 처한 본질적인 문제를 부각시키는 갈등 관계로, 남녀 간의 사랑을 근간으로 하지만 해방기 무질서에 자유와 해방이라는 질서를 부여하기 위한 설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면위’가 등장해 김주사를 축출한다는 발표를 함으로써 질서가 잡히고 업동과 꼴지의 해피엔딩으로막을 내라는데, 이는 북한에서는 질서가 잡히면서 해방이 이루어졌지만 남한에서는 새로운 피지배자에 의해 고난을 받는다는 작가 남궁만의 정치적 해석이 담긴 결말로 볼 수 있겠다 

 

남궁만(1915. 11. 6-1987. 11. 9)은1915년 11월 평남 강서군에서 출생했으며, 평양 보통학교를 중퇴하였다. 그는 1929년 15살 나이로 평양의 고무공장의 노동자로 일하면서 노동자 문예서클 활동을 시작했다. 1934년에는 이석진 등과 함께 평양에서 극단「신예술좌」를 조직·활동하던 중 5·1절을 앞두고 경찰에 피검되기도 했다. 그의 정식 문단 활동은 1936년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데릴사위」가 당선되고 나서부터이다. 그 후, 그는 희곡「산막」, 「청춘」,「전설」을 차례대로 신문이나 문예지에 게재했다. 광복 후에는 남한에서 그의 희곡작품 「포구」(3막)가 극단「시민극장」의 박춘명 연출로 중앙극장에서 공연된 바 있다. 그는 평양에서 계속 거주하면서 초기 북한 연극계에서 중심적인 활동을 수행하였다. 그는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의 선전부장을 역임했으며, 1956년에는 조선작가동맹 작가위원회 위원 겸 국문학분과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남궁만은 희곡이외에도 소설과 실화문학 등 다양한 갈래에 걸친 문학 활동을 전개한 작가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미현 '경복궁에서 만난 빨간 여자'  (2) 2023.05.09
박로아 '녹두장군'  (1) 2023.05.08
윤지영 '우연한 살인자'  (1) 2023.05.07
신고송 '들꽃'  (1) 2023.05.06
최보윤 '독'  (1) 2023.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