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Ⅱ”는 놀이적 연극론에 입각하여 쓰여진 새로운 형식을 갖춘 작품이다. 구성은 길놀이와 탈놀이로 양분되며 길놀이에서는 작품의 주제인 죽음의 고통을 관객과 더불어 토론케 하고 탈놀이에서는 그 주제를 1마당~혼돈, 2마당~생성, 3마당~창조형태를 통해서 극적으로 묘사해 보여준다. 劇의 진행은 하나의 주제를 3개의 사건을 병행시켜 전개되는 가운데 보여주도록 하며 소재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나 관객이 쉽게 인식될 수 있는 내용을 선택해서 죽음의 고통을 이조 왕조의 비운을 묘사한 단종의 교살, 사도세자의 뒤주 속에서 굶겨 죽임, 민비의 시해를 통해서 보여주었다.
위의 3개의 사건은 우리 역사 중 가장 비극적이고 연극이나 영화의 소재로 많이 다루는 역사로,
단종 애사는 계유정란으로 권력을 잡은 세조와 사육신의 죽음, 노적군으로 폐위된 단종의 교살
사도세자의 죽음 역시 영조와 세자의 갈등, 세자의 광기, 그리고 뒤주에의 죽음이 이어지며
민비의 죽음 역시 그 과정을 통해 일본 무사들에 의해 희생됨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세 이야기가 구분없이, 배우들의 역할 분담으로 이어진다.
1978년에 공연된 이 작품은 시공을 초월한 극작술은 그 어느 작품보다 내용을 자유스러이 풍부하게 해주고 있으며 劇의 난해성을 없애기 위해서 혼돈과 창조형태에 해설을 삽입시켜 사건의 제시와 사건을 결론짓게 했다. 새로운 劇 이론에 의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공연형식과 극작술은 많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으며 동시에 연극의 전체적인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결코 실험극에 머무르고 마는 일시적 흐름이 아닌 우리 연극의 모색이다.
작가의 글 - 김응수
오늘날 연극은 독자성을 잃어가고 있으며, 더욱이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을 포기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모색되고 있다. 이에 순수한 행위의 욕구를 놀이성으로 규정하는 놀이적 연극(Original Theatre)은 연극의 독자성을 찾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하여 전통극의 전승이라는 우리의 진실 한 연극을 찾는 데까지 비약하여 새로운 극형식과 극이론을 제시하게 되었다.
첫째, 부담 없는 연극제작을 통하여 연극의 생활화를 추진하고 순수공간(빈공간)에서 보여주는 극행위는 극장의 새로운 공간개념을 인식시켜주며, 공연요소의 형식적인 수용을 거부하고 그 기능만을 수 용함으로써 내적차원의 진실한 환영을 만들어내는 능동적인 관극을 요구한다.
둘째. 시공을 초월한 극 전개는 새로운 극작술을 요구하며, 연극의 내용을 풍부하게 이끌어 준다.
셋째, 동서연극의 이질적인 관념의 결합을 통해서 이상적인 연극형식을 창조했다.
위와 같은 작업은 전통극과 서구연극과의 통합, 새로운 방식의 극작술과 극형식을 택했다.
극작술은 하나의 주제를 몇 개의 사건을 병행시켜 전개하는 극술로서 시공을 초월한 각 장면은 서로 몰려나가고 몰려나오는 전통극술 방식이다. 극 구성은 길놀이와 탈놀이로 나누어진다. 길놀이는 작품의 주제를 토론 형식으로 진행하여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탈놀이는 1마당-혼돈, 2마당-생성, 3마당-창조 형태로 발전시킨다. 또한 혼돈과 창조 형태에서는 해설을 삽입하여 극의 난해성을 극복하고 주제의식을 뚜렷하게 드러내 준다. 극형식은 순수공간(무대 장치, 대소도구가 없는 빈 공간)을 연기로써 살찌게 하고 풍부하게 한다. 따라서 공연의 제 요소(조명, 분장, 의상, 무대장치, 대소도구, 음향효과 등)을 거부하고 그 기능만을 수용하여 연극의 생활화를 위한 부담 없는 연극제작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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