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물가냐? 살인보다 잔인한 한국 물가!"
파고다 공원 앞, 노인들 틈에 섞여 피켓을 들고 있는 중학생 '호미'.
석연치 않은 비밀을 가진 할아버지, 떠나간 사랑에 눈이 멀어 생활에는 관심이 없는 엄마,
아빠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바바리맨.
호미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퍽퍽한 일상 대신 물가라도 잡겠다며 꾸준히 거리에 나온다.
친구 '궁전'의 일상도 퍽퍽하기 그지없다.
오로지 돈만 벌기 위해 밤낮으로 일에 몰두하는 엄마가 답답하다.
강남에 아파트도 있는데 왜 저런 꼬락서니로 살고 있는지, 측은하다 못해 눈꼴까지 시리다.
참 지지리 궁상이지, 싶다. 그래서 확 엎어버리고 싶다.
동네를 휘저으며 사랑 타령을 하고, 낮엔 야쿠르트를 팔고 밤엔 울부짖으며
밤을 깔 수밖에 없었던 엄마들의 속사정을 두 소녀는 알 길이 없다.
시퍼런 사춘기의 정점, 비뚤어진 두 가족을 관통하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데...
동시대의 이면을 향해 불편한 웃음을 던지는 윤미현 작가 능청어린 시선으로 '사랑'의 이면에 도전하다!
평생 하나의 사랑을 잊지 못하고 추적하는 감정이 있다. 반추할수록 흐릿해지는 사랑을 쥐어 보려 애쓰지만, 집착으로 여기고 개입하는 시선이 따른다. 누군가에겐 끝까지 지키고 싶은 조각이자 누군가에겐 지난하고 소모적인 감정 ‘사랑’을 이야기한다. <바바리맨-킬라이크아이두>는 2019년 제10회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 수상자 윤미현의 신작이다. 사회의 어둡고 답답한 이야기도 정면돌파하는 윤미현 작가와 동시대의 단면을 해체하여 무대 위로 재조립하는 윤한솔 연출,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로 '노래가 있는 연극'을 선보였던 나실인 작곡가까지 세 사람의 케미스트리로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다.
제목 그대로를 풀이하면 바바리맨을 중심으로 학교 앞에서 펼쳐지는 변태 행각이 연상되지만 실제 나열한 내용에서 연관성은 1도 없다. 그저 바바리를 즐겨 입는 지극히 사회에 반항기 다분한 캐릭터가 때로는 극을 이끌어 가고 때로는 극 중 해설자로 등장하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주된 연출 방식이라는 점에서 제목만 그렇게 정하지 않았나 추정해본다.
가족을 외면하고 다른 사랑에 빠진 남편과 이에 미련을 두고 그리워 하는 엄마라는 공통점을 지닌 두 가정에는 답답함이 오묘하게 교차하며 관객의 심리를 예리하게 긁어대지만 동시에 그게 쉽사리 벗어나기 힘든 현실임을 암시한다. 이러한 환경이기에 얼룩져 자랄 수 밖에 없던 두 딸은 그늘진 인생을 또 다른 곳에서 보상받고자 탈출구를 모색하는데, 하필 세상물정 모른 나머지 청산가리를 먹겠다고 나서질 않나 보상받겠다는 심리가 살인으로 보복하는 비극적 결말이 극중 하이라이트이자 동시에 결론이다.
뮤지컬이기에 노래로 극을 끌어가고, 관객은 이를 통해 재미 요소가 극대화 하는 것은 마찬가지 방법이다. 하지만 보편적인 작품과 달리 심오한 속내가 곡선으로 작용해 이야기를 예측불가한 방향으로 이끌고 간다. 윤한솔 연출은 “이 작품은 감정에 대한 서사이다. 손녀에게 집을 물려주려는 할아버지, 동네를 배회하는 중학생, 심지어 야쿠르트 아줌마와 바바리맨에게도 그들만의 사랑이 존재한다. 일상에서 흔하게 존재하는 다양한 사랑에 대한 시사 뮤지컬”이라고 이 작품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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