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무대를 지향하는 작품이 바로 <싱싱 택시 드라이버>이다.
택시 기사 형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에피소드는 마치 우리 삶의 온갖 모습을 만화경처럼 펼쳐 놓는다.
택시를 타고 내리는 인간 군상들의 추태와 기행 그리고 미담을 통해
지금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를 작가 이재상은 묻고 있다.
결혼을 하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여성 승객의 고민. 취객들의 대책 없는 횡설수설과 행패.
유머코드를 장착한 집을 잃어버린 치매노인의 집찾기는 관객의 배꼽을 빠지게 한다.
하지만 그 뒤에 찾아오는 쓸쓸함이 연극의 격조를 한층 높여주는 숨은 가치로 보인다.
이 작품의 미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주인공인 택시 기사 형석은 딸 나래와의 대화를 통해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노정시킨다. 대학입시를 앞둔 딸의 고민은
바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고 또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현실의 문제로 다가온다.
형석은 나래와의 대화를 통해 좋은 대학을 나와야만 성공한다는 우리 사회의 통념을 보기좋게 박살낸다.
그런 점에서 작품 <싱싱 택시드라이버>는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행복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형석은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느끼는 행복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거지.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도, 가치관도 다 다르니까” 그의 말에 이의를 제기할 관객을 별로 없을 것이다.
조금은 형석을 피곤하게도 하지만 이들이 현재 우리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웃이며 나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형석은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들을 위로하며 자신도 위로받게 된다. 이 작품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수험생 딸을 가진 택시 기사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진 가족 코미디다. 택시 기사의 하루를 통해 서민들의 꿈과 애환을 유쾌하게 희극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어려운 인생일지라고 꿈을 잃지 않고 서로 사랑하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미현 '바바리맨-킬라이크아이두' (2) | 2023.04.24 |
---|---|
김수남 '다 같은 사람인데......' (1) | 2023.04.24 |
임은정 '광해유감' (0) | 2023.04.23 |
이재상 '당신, 어디 계세요?' (1) | 2023.04.23 |
정경환 '춤추는 소나무' (2) | 2023.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