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재상 '당신, 어디 계세요?'

clint 2023. 4. 23. 08:41

 

보험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 김준수는 어느날 갑자기 말이 잘 나오지 않는 

희귀한 병에 걸린다. 의사는 ‘정체성 상실로 인한 대인 강박증’이란 진단을 내리며,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을 찾아야만 치료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병으로 인해 김준수의 일상은 점점 꼬여만 가는데......

 

일상과 사회에 함몰 되어가는 현대인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현대인의 자아상실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김준수는 보험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는 목소리를 잃는다. 의사는 그에게 정체성 상실로 인한 병이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 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더욱 크게 발전한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직업의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진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직업윤리는 갈수록 희미해져가는 느낌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을 스쳐가는 것이라고, 아님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은 닐까? 직업관이란 다분히 따분한 이야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의외로 그 이면을 살펴보면 무서운 진실이 숨어있다. 자신의 직업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자신의 세계관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지 않는 이는 자신의 삶도 진정 사랑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 되는데....

 

 

이재상의 희곡 작품들은 어느 작품이더라도 읽기 쉽고 재미있다. 무대를 염두에 두고 창작된 작품들이지만, 희곡 그 자체를 읽어내려 가면서도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재상이 함께 사유하고자 하는 세계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유려한 전개와 유연한 구상이 잘 갖춰져 있다고 느꼈다. 전체적으로 작품들은 연극 무대를 향한 극적 구성을 잘 갖추고 있으면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때로는 위트와 코믹하게 터치하면서 인간 삶에 대한 깊고 훈훈한 애정을 놓지 않고 있고 몇몇 작품에서는 깊은 철학적 사유까지 펼쳐 보인다. 2007년에 창작 공연된 <당신, 어디 계세요?>는 정체성 상실로 인해 대인강박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정신과의사를 내레이터로 내세워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직장과 가정에서 부여 받은 역할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준수라는 보험회사 직원을 주인공으로 삼아 현대인의 정체성 상실과 이로 인한 대인 강박증을 극적 매개체로 전개해 나간다. 정신과의사가 회사의 지점장과 고객으로 역할을 바꾼다든가 김준수의 아내가 똑 부러지는 직장여성 상사 유별난을 겸하도록 배역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현대인이 정작 자신이 하고자 하는 선택을 하지 못하고 가정과 회사에서 부여 받은 역할에 갇혀 실적을 내고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의 존재상실, 자기 부재의 문제를 <당신, 어디 계세요?>는 관객들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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