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살롱 뮤지컬 '빛의 틈 사이에서'

clint 2023. 4. 20. 20:35

 

 

월미도 산 중턱에 있는 옥탑 방. 사내는 세상과 담을 쌓고 그림만 그리며 살아가는 화가이다.   어느 날 우연히 한 젊은 여인을 만나게 된 사내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처음 사내는 그녀의 당돌한 행동에 당황하지만 곧 그녀에게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 그녀는 모든 생각과 행동이 사내를 반대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 그녀가 사내는 못마땅하지만 그런 그녀와의 생활 속에서 사내는 점차 자신의 소년 시절의상처가 치유되어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사내의 친구가 갑자기 방문하고 난 후 이어 멀리서 바다로 투신하는 사람을 발견한 날 저녁 검은 눈이 내린다. 그 마법 같은 하루가 지난 아침 사내는 그 여인이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하루 시간 속에 사내는 자신이 새로운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했음을 깨닫고 창문을 여는 순간, 멀리 그 여인이 투명 비행기에 앉아 손을 흔드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 작품은 한 사내가 상실된 자아를 찾아 일그러진 자신의 세계를 복구해 나가는 이야기다. 사내는 밖의 세상과는 담을 쌓은 채 자신의 세상 속에서만 살아간다. 그러나 그의 세계는 불안정하다. 그건 유년시절의 불가해한 어머니의 실종에서 기인하며 이 세계에는 잘 적응하지 못하는 그의 감성과도 관련이 있다. 그를 찾아온 여인은 매우 당돌하며 역시 이 세상과는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녀가 작품 중 스스로를 거울 같은 존재라고 밝히는 것처럼 주인공의 투영임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줄곧 사내의 반대편에 서서 의견을 제시하지만 그렇다고 사내의 행동을 제어하지는 않는다. 이런 그녀와 사내의 타협방식은 사내가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합리적인 사고의 모델이 된다. 굳이 말하자면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할 것이다.

중간에 사내를 찾아온 인물은 한때 동료였으나 가족을 위해 다른 삶을 선택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분열되어 있다. 자신이 바라던 삶과 현실이 일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우리 모습이기도 함과 동시에 주인공이 갈등하고 있는 욕망의 한 표현이다. 바꾸어 말하면 주인공이 갈등하고 있는 사회와 타협한 모습이다. 그러나 결국 사내는 그의 부활을 위한 죽음(?)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건 심리적으로 보면 주인공 세계의 재구축을 위한 제의적 행위와도 닮아 있다. 따라서 그 뒤에 오는 검은 눈과 투명 비행기는 불가사의라기보다 제의의 완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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