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재상 '물의 기억'

clint 2023. 4. 19. 20:10

 

한적한 산 속, 수몰 마을을 끼고 있는 호반의 까페 식 산장.

휴가철도 지나 인적이 끊긴 이곳에 낯선 사내가 나타난다.

늘 웃고 있는 산장의 주인과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채린은

사내가 조금 수상하다 생각하지만 곧 사내의 성품에 호감을 갖게 된다.

며칠 후 채린의 할아버지가 사라진 마을의 동제를 준비하기 위해 내려오면서

사람들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숨긴 과거가 드러나고

모두가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들이 살아나는데......

 

 

인생은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들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한 크고 작은 일들은 우리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런데 사람은 우리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자신의 크고 작은 결정들을 얼마나 신중히 내리는 것일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잘못된 선택으로 인생에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인천연극제 희곡상을 받은 <물의 기억>(2008) 20여 년 전 댐건설로 인해 고향 마을을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엇갈린 욕망과 아픔을, 수몰로 조성된 호수의 언덕 숲 속에 세워진 카페식 산장을 무대로 보여준다. 수몰된 마을의 땅을 많이 소유하고 결국 수몰에 찬성했던 노인과 수몰에 반대하면서 노인의 딸과 결혼하려다 노인의 반대로 떠나야 했던 사내, 이로 인해 죽어가야 했던 딸과 그 딸이 낳은 채린 등의 인물을 등장시키는데, 절대 악인의 등장 없이 상황으로 인해 엇갈린 인간들의 아픔이 결말을 통해 드러나도록 구성돼 있다. 상처와 아픔의 근원,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호숫가에서 자란 어린 채린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온 사내 현수를 아버지로 받아들이는 용서와 화해. 이 작품은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것이 엇갈리면서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되나, 그것이 그 누구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불교적 깨달음을 전해주는 것만 같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롱 뮤지컬 '빛의 틈 사이에서'  (1) 2023.04.20
진주 '클래스'  (1) 2023.04.20
김명화 '냉면 - 침향외전'  (1) 2023.04.18
정복근 '첼로'  (1) 2023.04.18
정경환 '옷이 웃다'  (1) 2023.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