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이트 포장마차”는, 다른 술집이 문을 닫을 늦은 시간에 장사를 시작하는, 심야 포장마차 주인의 넉넉한 마음쓰임과 푸짐한 입담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스스로 쉼 없이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포장마차 주인의 넉살은, 말로만 끝나지 않고, 실감나는 포장마차에서, 직접 국수를 삶아, 손님들에게 제공해준다. 그래서 객석에 어묵국물 냄새가 폴폴 풍기고, 갓 삶은 국수를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 출연진을 보면, 입에 침이 넘어간다. 무대에서 적절하게, 실감나게, 심야의 포장마차가 재현된 것이다.
전반적으로 희극의 요소를 많이 담고 있었는데, 사실은 19세기 영국의 ‘웨스트 엔드’에서 런던시민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한 몸에 담았던, ‘풍속희극’의 전통과 유사한 일화와 공연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십대 후반의 젊은 남여와 술 취한 30대 남여, 오십대 초반의 남여와 칠십대의 노년 남여가 등장하는 이 연극은 결혼을 앞두고, 경제적 어려움과 집안의 반대로 고민하는 이십대 후반의 젊은남은 여자 친구와 결혼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젊은녀는 화가 나, 남친을 떠난다. 실직한 뒤, 아내의 식당일을 도우며 살아가던 중년남이 이 젊은 남녀의 ‘사랑싸움’에 끼어들고, 각자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삼십대 술취객 남녀는 우연히 포장마차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급속히 친해진다. 칠십대가 되어서야 겨우 만난, 첫 사랑의 연인인 노년남녀도 이곳에서 옛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의외의 사건으로, 엄청난 비밀이 밝혀진다. 그리고 결국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는 이 작품은 2011년 ‘미르 레퍼토리’에서 초연한 이후, 지금까지 많은 관객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처럼, 현실에서는 다 이루지 못한 ‘꿈’과 ‘욕망’이 한 밤의 포장마차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희극적 장치와 함께, 풀려나가는 “미드나이트 포장마차”는, 작가 이재상의 인간에 대한 넉넉한 시선과 푸근한 입담이, 아주 여유롭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극의 중심을 이끌어 가는 다중적 캐릭터가 눈에 띤다. 젊은 남녀, 중년남녀, 노인남녀가 각각 등장하여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주식실패, 명퇴, 결혼, 경제적 궁핍 등 각 세대가 쥐고 있는 갈등과 아픔을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미드나이트 포장마차>는 첨예한 사회적 이슈를 드라마의 바닥에 깔고 있다. 하지만 이 극의 반전은 마지막에 찾아온다. 포장마차에 모였던 인물들이 사실은 모두 한 가족으로 밝혀지는 설정은 다소 우연의 과잉이란 혐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극이 우리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것은 상처와 결핍으로 살아온 개발자들이 결국 한 가족으로 수립하며 굳건히 연대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포장마차 주인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늘 찾고 있는 그 사람일 수 있다"는 일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연대와 이해와 사랑은 멀리 있는 것이 아 니라 바로 내 곁의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가치라는 점을 연극이 에둘러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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