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는 명성을 얻은 중년의 독신 남자(드라마 작가)와 상식적으로는 그와 어울리지 않을 젊고 발랄한 여자(술집 여자)의 사랑 얘기다. 사랑이란 놀라운 화학작용이 그들에게 어떻게 일어났으며 진행되었는지를 가능한 한 재미있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1막: 변두리 싸구려 술집 백야는 드라마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웨이트리스 채순옥과 안정된 생활을 원하는 무용수 애심이 일하는 곳이다. 극장 쇼가 진행되는 도중 왕코네 부하들이 애심에게 시비를 걸고 이어 싸움이 벌어진다. 애심을 좋아하고 있는 백야의 영업부장 영재가 그들을 물리치지만 애심이 한때 왕코네의 조직에 있다가 빠져나오는 바람에 늘 왕코네들의 위협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순옥은 이런 자기들의 생활을 무용수 애심을 주인공으로 해서 드라마로 쓴다. 그리고 그 원고를 인기 작가인 문진영에게 보낸다. 문진영은 빠리정이란 사교계 인물을 통해서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는데 재벌 정 회장의 스토리를 드라마로 써보라는 빠리정의 제안을 받는다. 이를 듣고 있던 보조작가 겸 작가 지망생인 현주는 기민한 판단으로 원고를 보냈던 순옥을 부르게 된다. 연락을 받은 순옥은 자신의 원고가 채택된 것으로 생각, 작가가 된 기분이 되어 문진영의 작업실로 오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술집 주변에 관한 취재였다. 술집 백야와 주변의 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털어놓는 순옥에게 문진영은 묘한 매력을 느낀다. 그것은 오래전에 잊었던 향수와 같은 것으로 잃어버리고 살아왔던 세계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몰랐다. 순옥을 따라 백야와 그 거리로 온 문진영은 자신의 작품에 서민적인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백야에서 술에 취한 문진영은 왕코네들과 싸움을 벌이고, 엉망진창이된 플로어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분장실에서 서로의 가슴에 묻어두었던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는다. 어느덧 취해 잠이 드는 문진영, 그를 보살피며 순옥은 자신이 그를 사랑하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2막 : 왕코네와 영재네들이 한판 싸움을 벌인다. 영재는 눈부시게 싸우지만 이렇다 할 조직이 없어 차츰 불리해진다. 결국 기습공격을 받아 다치는 영재. 애심은 그동안 그의 불안정한 생활이 싫어서 그를 멀리해왔으나 그러나 그것이 다름 아닌 사랑이었음을 깨닫고 병원에 있는 영재를 찾아온다. 백야의 총지배인인 메부리는 야비한 인간으로 걸핏하면 힘없고 어린 찰스를 잡는데 그를 보다 못한 종업원들이 반항을 하고 나선다. 분위기에 눌린 메부리가 겁을 먹을 무렵 영재가 퇴원해 나타나 애심과 결혼하기로 했다고 발표한다. 이에 백야의 종업원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제 분위기에 빠져 든다. 백야를 다녀온 문진영은 오랜만에 드라마 작업에 열정을 느끼게 되고 최근 자신의 작품들이 말장난에 다름 아니라는 자각과 반성도 하게 되는데 빠리정이 나타나 그런식의 전개는 정회장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드라마 방향을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다투는데 순옥이 나타난다. 빠리정은 예민한 감각으로 순옥이가 문진영에게 여러가지 영향을 주고 있음을 감지하지만 순옥은 순옥 나름대로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자기 자신을 느끼고 위축된다. 빠리정은 혹시라도 생길 지 모를 후환을 미리 없애야겠다는 생각으로 현주와 함께 백야로 찾아온다. 그곳에서 순옥에게 교묘하게 모욕을 주고 있던 중 왕코네 일당이 뛰어들어와 영재를 살해한다. 애심과 거리의 사람들 그리고 백야의 종업원들이 슬퍼하며 장례식에서 돌아오는 날 메부리는 또 다시 찰스를 잡으며 날뛰고 이에 종업원들은 분노를 드러내며 모두 백야를 관둔다. 순옥과 애심 그리고 백야의 종업원들은 뿔뿔이 기약도 없이 흩어진다. 그동안 문진영은 드라마의 방향을 전면 재조정, 재벌의 이야기가 아닌 서민들의 이야기로 바꿔 시놉시스를 방송국에 제출했는데 이를 안 빠리정이 찾아와 화를 낸다. 그러나 문진영은 그동안 자신이 어리석었으며 이제 진정한 작가의 느낌을 알게 됐다고 한다. 빠리정이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떠난 후 문진영은 현주에게도 자신의 필요에 의해 그를 그동안 머물게 했다며 독립을 하라고 한다. 문진영은 새로운 느낌으로 순옥을 만나기 위해 백야를 찾아오지만 순옥은 이미 떠난 뒤였다. 문진영은 순옥을 그리워하며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얼마가 지난 뒤 문진영에게 순옥이 찾아온다. 여전히 발랄하고 순박한 그녀를 보자 문진영은 치밀어오르는 애정을 느끼지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순옥을 보낸다. 그러나 갔던 순옥이가 되돌아오는 바람에 두 사람은 더 이상 자신들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뜨겁게 포옹한다.
작가의 글 - 주찬옥
1년 전,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썼을 때는 고통스러웠습니다. 거의 8개월 동안 개인적인 일들을 미뤄놓으면서 매달렸던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본을 넘길 때는 도망가 숨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전체 줄거리와 구조를 만들었다 허물기를 수십 번, 완성된 원고를 미련 없이 버리기를 서너 번, 결국은 공연 열흘을 남겨놓고 새롭게 쓰기 시작해서 막이 오르기 직전에 마무리했던 대본이었습니다. 아마도 공연 기일이 좀 더 남아있었다면 그 대본마저 엎어버렸을지 모릅니다. 이제 1년이 지난 후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가 재공연에 오른다니 그때의 가슴이 오그라 붙는 것 같은 초조감, 절망감, 재능이 모자란다는 참담한 심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가느다란 희망과 열정이 있었고 이제는 그 또한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다시는 뮤지컬 대본을 쓰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그때의 시간이 그립기조차 합니다. 동숭동에 나가 포스터를 보니 오랜만에 화려한 외출을 하는 기분입니다. 작가는 건망증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는 선배의 말이 생각납니다. 부족한 대본으로 열정적인 무대를 꾸며주신 스텝, 배우 여러분 때문에 재공연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함께 작업한 분들에게 우정을 보내며 첫 공연에 격려를 보내주신 분들에게 늦게나마 고마움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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