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심사평 – 심사위원 : 김철리 연출가, 김혁수 극작가
희곡 부문의 응모작은 총 75편이었다. 작품은 대부분 비극적 정서를 다루고 있었으며 젊은 작가 지망생 뿐만 아니라 인생의 연륜이 담긴 응모작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아울러 그동안 흔하게 보여왔던, 억지 웃음을 유발하는 희극과 출처 불명의 설화 등이 감소하고, 진중하게 극적 정서를 무대 화법으로 담아낸 비극들이 늘었다는 사실이 긍정적이었다. 심사위원들은 1차로 ‘연민 그 초라함에 대하여’(김민채), ‘윤슬’(안현경), ‘겨울 외곽의 처방전’(김내원), ‘해질녘’(송천영), ‘은수의 세상’(이민선), ‘빛’(김태현), ‘가해자’(최율하) 등을 논의의 대상으로 하였다. 공통적으로 아쉬운 것은 극적 구성과 전개는 수준에 이르렀으나 반전 또는 복선의 경우,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점이었다. 최종적으로 심사위원들은 ‘윤슬’과 ‘은수의 세상’을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는데, 극적 구성과 전개가 대사보다 인물 간의 정서에 의해 표현된 점이 돋보인 ‘은수의 세상’으로 결정하였다. 최종 후보작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정진을 기대한다.
당선소감 - 이민선(27)
2019년 3월 황금소나무 아래 언니를 묻고, 국어사전에서 ‘절망’이란 단어를 찾았습니다. ‘바라볼 것이 없게 되어 모든 희망을 끊어 버림. 또는 그런 상태.’ 밑에 다른 한자 표기로 ‘간절히 바람’이라는 문장이 붙어있었습니다. 절망과 희망은 배우와 관객처럼 마주보는 한 쌍이며 우리는 그 세상을 유지보수해가면서 지독하게 살아가나봅니다. 문은 가능성의 벽. 조금만 용기 내자, 상처를 보듬으며 오늘도 살아보자는 생명에 대한 간절함으로 초인종을 눌렀더니 거기 ‘은수’가 있었습니다. 바라던 절망들을 찢어 화투처럼 섞어 하나로 이어 붙인 세상에서요. 이제 문밖의 은수를 상상합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은혜 갚으며 살겠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먼저 제 글을 믿어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언어를 다루는 일을 하라던 고유명사 ‘그사람’과 이니셜로 남은 이름들, 무한한 신뢰를 기반으로 온기를 나눠준 친구들, 수묵화 같은 나의 레전드, 정신적 지주 고연옥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 태산같이 단단한 성정을 지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엄마, 두 언니들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고양이 슈, 오래 곁에 있어줘.
‘너가 무엇이 될지 궁금했는데….’ 언니의 나무 앞에만 가면 입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적어도 건넬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점이 가장 기쁩니다. 계속 희망을 열고 닫고, 닫고 또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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