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바츨라프 하벨 '고독한 라르고'

clint 2022. 8. 2. 08:49

 

 

고독한 라르고(Largo Desolato)는 바츨라프 하벨이 쓴 반 자전적 희곡으로, 체코의 반체제 인사 레오폴드 네틀레스(Leopold Nettles)에 대한 이야기이다. 레오폴드는 그의 친구, 숭배자, 동료들로부터 점점 더 많은 압력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압박과 지속적인 국가 감시로 인해 그는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이 연극은 1986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세계 초연을 위해 영어로 번역한 체코 출신의 극작가 톰 스토퍼드에게 헌정되었다.

하벨은 1984년 출소 후 며칠 동안 이 극본을 썼다고 한다. 이 작품은 텔레그래프에 역대 가장 위대한 연극 15편 중 하나로 등재되었다.

 

 

철학자이자 작가인 레오폴트는 자꾸 정신적으로 쇠약해져 간다. 주변의 친구들과 그의 여자친구 루치는 그의 탁월성과 독창성을 인정하고, 변함없이 그를 지지하지만, 그는 그들의 기대가 무겁기만 하다. 레오폴트는 출판법을 어긴 것과 관련해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고, 시시때때로 집으로 들이닥치는 감시관들의 조사에 응해야 한다.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 불안 증세를 보이며 여자친구와도 크게 다툰다. 당국은 레오폴트가 자신이 출판한 책의 저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사인만 하면 무혐의처리를 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레오폴트는 타협할 수가 없다. 게다가 그의 애인, 친구들, 독자들, 시민들 모두 그가 변절할까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는 당국의 압박과는 또 다른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레오폴트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여대생 마르케타가 찾아온다. 마르케타는 자신이 동경하는 레오폴트가 정신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자 연민과 사랑에 빠지고 그를 구해내려 한다. 그러한 구원이 이루어지려고 하는 찰나, 당국에서는 사건의 조사가 무기한 연기되었다고 그에게 통보한다. 그는 집행유예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며 차라리 감옥으로 데려가 달라고, 이러한 상황을 종결해달라고 울부짖는다.

 

 

하벨 (Václav Havel 1936~2011)

체코 극작가·정치가. 프라하 출생. 부르주아 출신 성분으로 인해 공산정권 아래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어렵게 야간학교와 프라하경제공과대학에서 공부하였다. 에세이와 희곡에 열중, 1963년 첫 작품 풍자적 부조리극 《정원파티》가 상연되면서 문단에 데뷔하였고, 1965년 관료주의적 기업의 부조리에 대해 묘사한 희곡 《비망록》을 발표하여 유명해졌다. 1968년 <프라하의 봄>으로 알려진 민주자유화운동 때 두드러지게 활동하였으나 소련의 탄압으로 모든 저작활동을 금지당하였다. 이후 1970∼1980년대에 걸쳐 반정부활동을 벌여 여러 차례 체포, 투옥되었으며 1989년 비공산주의자로서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1992년 대통령직을 사임했으나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 독립한 뒤 같은 해 체코 대통령에 선출되어 2003년 퇴임하였다. 체코의 사회적 병폐를 고발하고, 현대 인류의 위기에 대해서 경고한 그의 대표적 희곡으로 《음모(1970)》 《관객(1975)》 《개인적 관점(1975)》 《저항(1978)》 《고독한 라르고(198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