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피게니에 이야기의 전사(典史)
이피게니에 이야기는 아트리덴 가(家)의 저주받은 운명의 이야기로서, 고대 그리스 신화로 전해 내려오는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등속처럼 비극의 주인공이다. 독일의 고전주의 문학의 걸작품으로서 괴테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는 로마인과 프랑스인에 의해 전달된 그리스 신화를 토대로 했으며, 여기 폴커 브라운의 「자유로운 이피게니에」는 이러한 문학적 전통을 이으면서 현재 통독 이후의 역사적 상황을 신화적 비유로써 점검하려 한다. 거인족 크로노스와 레아의 딸 플루토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탄탈루스는 제우스의 허락으로 신들과의 만찬에 참석하는데, 여기에서 알게 된 비밀들을 인간에게 알려주었기 때문에 지하 세계로 유배된다. 거기서 그는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고통받고, 머리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암석 덩어리로부터 항시 죽음의 위협을 받는다. 그는 자신의 아들 펠롭스를 살해해서 신들의 만찬에 고기로 올려놓고는 신들의 전지전능을 시험한다. 신들에 의해 다시 살아난 아들 펠롭스는 오이노마오스 왕의 딸 히포다메이아를 청년 시절부터 사랑한다. 그러나 오이노마오스 왕은 자기와의 전차 경주에서 이긴 자에게 딸을 주겠다고 하는데, 그의 말은 바람보다 빨라 어느 누구도 그를 이길 수 없었다. 그러나 펠롭스는 왕의 마부를 매수하여 시합 도중에 말고삐가 풀어지게 함으로써 오이노마오스 왕을 죽게 하며 그 비밀을 아는 자들을 바다에 빠뜨려 죽여버린다. 이때 죽임을 당한 미르틸로스가 펠롭스와 그의 가문을 저주했다고 전해진다. 클롭스는 히포다메이아로부터 여러 아들을 두었는데, 그중에 아트레우스와 티에스테스가 있었다. 어머니의 사주를 받아 이들은 펠롭스가 왕위를 물려 주려는 서자 이복형 크리시폽스를 죽인다. 이를 알게 된 펠롭스는 왕비를 스스로 자살하게 했다. 이때 이복형 크리시폽스를 죽인 아트테우스와 티에스테스는 도주한다. 몇 년 후에 이들은 함께 아르고스의 미케네시를 지배하게 된다. 그러다 티에스테스가 아트레우스의 부인과 정을 통하자 이에 분노한 아트레우스는 그를 추방한다. 티에스테스는 이를 복수하기 위해 그가 어릴 적부터 자신의 아들로 키워 온 플라이스테네스를 아트레우스를 죽이라고 아르고스로 보낸다. 그러나 사실 프라이스테네스는 아트레우스의 아들이다. 암살의 음모는 발각되고, 플라이스테네스는 처형된다. 아트레우스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이를 복수하기 위해 그는 동생 티에스테스와 화해한 척하며 그를 다시 미케네로 불러들이고, 동생의 어린 두 아들을 몰래 죽여버린다. 그리고는 티에스테스를 초대한 만찬에서 그의 죽은 두 아들의 고기를 내놓고, 티에스테스가 고기를 먹는 동안에 그 머리와 팔을 가져오게 한다. 티에스테스는 자신의 딸인 줄도 모르고 펠롭피아를 강간한다. 그리고 아트레우스는 그녀의 출신도 알지 못한 채 펠롭피아와 곧바로 결혼한다. 펠롭피아는 티에스테스의 아들 에기테스를 낳고는 버린다. 아트레우스는 버려진 아이를 구해서 몰래 자기 아들처럼 키운다. 아트레우스가 티키스키스를 죽이라고 그를 보내지만, 그가 가진 칼은 펠롭피아가 자신을 강간한 자로부터 빼앗은 것이고, 티에스테스는 그것으로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아보고는, 오히려 아트레우스를 죽이게 한다. 티에스테스는 형이 죽은 뒤 그의 아들,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에 의해 밀려날 때까지 미케네를 지배한다. 메넬라오스는 제우스와 레다의 딸 헬레나와 결혼하여, 그리고 돌아가 스파르타의 틴다레오스 왕의 후계자가 된다. 아가멤논은 헬레나의 동생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결혼한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딸 이피게니에, 엘렉트라다. 그리고 아들 오레스테스이다. 트로이의 왕자 파로스가 헬레나를 유괴하자, 메넬라오스가 구원군이 되어 그리스의 군대를 집결시키고, 아가멤논을 그 사령관으로 지명한다. 아가멤논은 그러나 그 함대가 트로이로 순행할 수 없었다. 여신 아르테미스가 아가멤논의 불경한 태도에 화가 나 바람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스는 사제 칼카스 입을 통해 제물로서 이피게니에를 요구한다. 아가멤논은 자신의 명예욕과 다른 사령관들의 권유에 못 이겨 자신의 딸 이피게니에를 아킬레우스와 결혼시킨다는 핑계로 막사로 데려오게 한다. 이렇게 이피게니에는 제물로 바쳐지는데에 아르테미스가 그녀를 동정하여 구름으로 휩싸 안아서 다른 신들 모르게 타우리스로 옮겨놓고, 그리스인들이 눈치지 못하도록 암사슴을 제물로 바꿔 치게 한다.
남편이 없는 사이에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에기테스를 정부로 삼는데, 남편 아가멤논이 트로이전에서 돌아오자 친절하게 맞이한다. 그녀는 목욕물을 준비하고, 그가 목욕 후 물에서 나오려 하자, 망으로 된 옷으로 덮어씌워 때려 죽인다. 이유는 자신의 딸 이피게니에를 제물로 삼은 것과 아가멤논이 크리자이스와 그리고 트로이에서 포로로 잡아 온 카산드라와 정을 통했기 때문이다. 이 살해 이후 엘렉트라는 자신의 남동생 오레스테스를 포키스로 숨긴다. 그곳에서 오레스테스는 삼촌 스트로피오스 집에서 사촌 피라데스와 함께 자란다. 그가 성인이 되자 아폴로는 그에게 아버지의 복수를 하라고 명령한다. (소포클레스의 작품 「엘렉트라」) 오레스테스와 피라데스는 오레스테스의 유골단지를 가져 왔다고 사칭하여 아르고스로 돌아온다. 그들은 엘렉트라에게 자신들이 누구인가를 알게 하고는 몰래 집으로 들어가서는 오레스테스가 어머니를 죽인다. 죽은 클리타임네스트라의 혼령이 나타나 복수의 여신 에르인 예로 하여금 살인자를 쫓게 한다.
에우리피데스의 「이피게니에」에서 이피게니에는 이곳 야만인들 속에서 이방인들을 인간 제물로 바치는 여사제로 일한다. 오레스테스와 피라데스는 아폴로의 명령으로 타우리스에 온다. 아르테미스(아폴로의 누나. 누나를 데려오라는 아폴로의 명령은 그래서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자신의 누나일 수도 있고, 바로 오레스테스의 누나 이피게니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의 우상을 훔쳐서 그리스로 가져오면 그 복수의 여신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으리라 해서이다. 잡혀 온 그리스인 오레스테스와 피라데스에게 이피게니에는 아트리덴 가의 운명에 대해서 묻는다. 여기서 그녀는 트로이 전쟁이 끝났다는 것과, 아가멤논의 죽음, 그리고 오레스테스의 어머니 살해 등에 대해 들으며 결국 자신의 남동생 오레스테스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처한 운명에 완전히 사로잡혀, 그녀는 그 질문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이 이방인들이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으며,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암시들을 간과한다. 이피게니에는 살아있는 동생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이 둘 중 한 사람을 풀어 주려 한다. 이 과정에서 이피게니에는 그중 하나가 오레스테스임을 알게 된다. 그들은 남매 상봉의 무한한 기쁨과 동시에 아트리덴 가의 저주가 아무것도 모르는 누나의 사랑하는 남동생 살해로 대대손손 이어졌으리라는 사실에 치를 떤다. 피라데스는 이들에게 도주할 것을 권유하고, 이피게니에는 한 묘안을 생각해 낸다. 그녀는 타우리스의 왕 토아스에게 이방인이 여신의 초상을 만졌기에 자신이 그 부정한 피를 바닷물로 씻기 위해 배로 가져가려 한다고 말해 허락을 구한다. 이리하여 도주가 성공하는 듯하다가, 토아스 왕에게 그것이 거짓이었음과 동시에 그 배가 바람 때문에 되돌아왔음이 알려진다. 토아스는 전투 명령을 내리지만, 아테네가 나타나 중지시키고, 두 그리스인을 하라이로 보내고, 이피게니에는 브라우롱으로 아르테미스의 여사제로 보내어진다.
괴테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는 대개는 유리피데스의 줄거리를 따랐으나, 삼 일치의 원칙에 따라 아르테미스 신전 앞 사당이 무대가 된다. 이피게니에의 고향 그리스와 자신의 가족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이 절절하고, 오레스테스의 죽음에 대한 각오와 피라데스의 생명력 넘치고 항상 행동파적인 성격 등이 부각되며, 토아스 역시 단순히 거친 바바리안이 아니고, 이피게니에에 대한 그의 사랑과 그 자신의 전사(前史)를 통해 그리스인들에 대한 맞상대가 되며, 이피게니에와 대립하게 된다. 그리하여 단순히 「에우리피데스」에서와 같이 아테네 여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자신 내부의 진실과 인간의 소리에 귀 기울여서, 그리스인을 스스로의 결정으로 돌려보낸다. 이피게니에를 사랑하기에 포기하는 것이다.
폴커 브라운의 자유로운 이피게니에 『Iphigenie in Freiheit』는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 괴테의 이피게니에이며, 그리고 또 하나의 다른, 오늘날의 인물이다. 그녀는 고독한 포로이자,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향수 병자, 여사제이며, 진실을 사랑한다. 그녀는 무엇보다도 지금 전환 이후 시대의, 아직은 동독적이면서도 더 이상 동독적일 수 없는 세계, 또 아직 완전히 서독적이지 못하면서도 벌써 서독처럼 되어버린 세계 무대 위의 한 인물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여기에서도 다시, 우리 시대에서도 당연하듯 움직이는 카메라 앞에서, 우리의 세계 연극공연의 연출 중의 일부인 관객들 앞에서 "서로서로 살육하는" 저주받은 가문의 한 사람이다. 오늘날 이피게니에가 대면하고 있는 것은 현혹적이면서, 급격하게 변화하는 성질을 가지는 자유이다. 그리고 그녀의 '역할'이 급격히 변한 것은 놀랍지 않다. 이상과 유토피아의 여사제가 새로운 자유 속에서 창녀로 전락한다. "구애로 무장해제되어 이피게니에는 쾌락과 그리고 사랑과 흥정하러 간다."
폴커 브라운의 무대 텍스트는 등장인물의 경계도 뚜렷하지 않고 다양한 목소리, 서술자, 여러 장면이 나열된 하나의 텍스트 덩어리이다. 그것은 통일된 독일을 아트리덴 가의 운명으로 묘사한다. 물론 그 통일의 과정은 해방이라기보다는 식민지화로 규정된다. "식민지화란 임의적으로 자연뿐만 아니라 개인성마저도 말소함을 의미하며, 여기엔 승리자도 패배자도 구분이 없다."
폴커 브라운의 신화 비유적 이피게니에 텍스트는 번개처럼 번쩍이며, 교활하면서도 계몽적인 한편의 문학이다. 그것은 본 노래이자 후렴이기도 하다. 암시와 인용이 풍부한 문학 작업일 뿐만 아니라,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역사의 한 조각으로 1989년 이후에 양 독일에서 일어났던 것의 '청산'에 문학적으로, 정치적으로 기여한다.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들을 그 스스로의 가능성에서 또 인간적인 가능성의 관점에서 문제시 하도록 제공된 것이다.
폴커 브라운Volker Braun
1939년 드레스덴에서 태어났다. 1957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입학 자격을 취득한 후에 드레스덴에서 인쇄공으로 일하다. 1958년 이후에는 지하공사 인부로도 일하고, 전문기술자 수업을 받고, 기계담당 기술자로 일하다. 몇 가지 작품을 낸 뒤에 1960년에서 1964년까지 라이프치히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다. 1964년에 시베리아로 여행하다. 그 후 베를린 앙상블에도 참여하다. 1971년 하인리히 하이네 상을 수상하고, 베를린 국립극장에서 일하다가(1972~1977), 1973년에는 동독 작가협회 이사가 된다. 1976년 쿠바, 페루 등을 여행하고, 1977년부터 다시 베를린 앙상블에서 일하다. 1980년에 하인리히만 상을 수상하다. 자유문필가로 베를린에 살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나에 대한 도전 Provokation für mich』(1965), 『우리 그리고 저들이 아닌Wir und nicht sie』(1970), 『대칭적 세계에 대항하여 Gegen die symmetrische Welt』(1974)이 있고, 산문으로 「카스트의 강요 되지 않은 삶Das ungezwungene Leben Kasts』(1959), 『끝나지 않은 이야 기Unvollendete Geschichte』(1975)가 있으며 희곡으로 『화폐위조자Die Kipper』(1962~1965), 『이 사람과 저 사람 다Hinze u. Kunze』(1967~ 1977), 『레닌의 죽음 Lenins Tod』(1970), 『팅카Tinka』(1973), 『자유로운 이피게니에 Iphigenie in Freiheit』(199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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