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순열 '지리산'

clint 2022. 7. 15. 11:07

 

 

 

이 작품은 68세의 노인과 24세의 정년을 등장시켜 현대사의 큰 변혁이었던 한국동란과 광주 운동을 접근한 희곡이다.

깊은 산 속의 노인의 음악을 배경으로 사건이 펼쳐진다. 노인이 기침을 하며 구덩이를 파다가 집에 거워 주저앉는다. 잠시 후 또 흙을 파다가 뜻밖의 닭을은 소리를 듣고 놀라며 움막으로 들어가리는 데 닭 한 마리를 듣고 있는 전에 데모를 하다 수배를 당해 이곳에 피신해 있을 때 자수를 권유하며 내려보냈던 청년이 다시 돌아온 것에 나무란다.

청년은 읍내에서 노인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에 대해 알게 되었다며 지리산에 묻혀 있는 가슴 아픈 사연에 대해 알고 싶다면서 노인을 조른다. 700년 된 산삼에 욕심이 나 있는 청년으로 오해하는 노인에게 청년은 자기 부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0년 전 광주에서 아버님은 행방불명이 되셨고 지금껏 생사를 모르며 진실이 꼭 밝혀져야 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냐면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 다시 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지난 이야기를 들추는 청년에게 노인은 고통스런 기침을 하며 노발대발한다. 세상과는 둥지고 사는 노인은 청년의 휴대용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뉴스를 듣지 않으려고 애쓴다. 다시 삽을 돕고 나무 밑으로 가 구덩이를 파기 시작하는 노인은 한 줌 흙만도 못한 인생의 덧없음을 탓하며 거액의 가치를 지닌 산삼을 아직도 교도소에서 복역중인 빨치산이었던 신현장이란 사람에게 먹였다고 한다. 신현장이란 사람은 비전향 장기수며 빨치산이 아닌 자기를 증명해주었기 때문에 자신은 풀려났으며 그는 생명의 은인이었다고 말한다 그 당시 제 땅을 갖고 싶어 했던 노인은 산비탈의 아무도 돌보지 않는 땅을 열심히 일구었지만 일제 때 일본놈들이 지적을 새로 만들면서 소작료를 걷어 갔었는데 광복이 되어 내 땅이 되었으나 일본인 소유 토지는 소작인에게 유상 분배해야 한다는 미군들에 맞서 하동 어른들과 함께 땅을 되찾으려다 좌익으로 몰려 산으로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 당시 자신의 아내까지 잃게 되었다고 설명해 준다. 청년은 노인의 손을 잡으며 가슴 아파한다.

닭을 잡기 위해 물을 가지러 간 사이 노인은 닭을 숲속으로 날려 보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락으로 읊는다. 다시 닭을 잡아 온 청년은 닭죽을 만들면서 노인이 명당자리인 나무가 있는 자리에 묻히고 싶어 하시니 마지막으로 하동댁의 한을 풀어드리라고 얘기한다주저하던 노인은 하동어른이 지리산에서 총에 맞아 쓰러졌을 때 한주먹도 못되는 비상 식량을 주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하동어른을 5일동안 풀뿌리만 먹고 굶은 자신이 견딜 수 없이 식량만 챙기고 그 어른을 골짜기로 밀어버렸다고 말한다. 훗날 죄책감에 사로잡혀 그 골짜기에 뼈만 남은 하동 이른의 무덤을 만들었으며 그때부터 자신조차도 믿을 수 없는 자기를 발견했으며 산에서 살게 되었다고 한다. 예전에 청년이 산에서 내려갈 때 노인이 주었던 산삼을 넣어 끓인 닭죽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노인과 청년은 서로 손을 잡고 기뻐한다.

 

비록 짧은 단막극임에도 함축된 많은 이야기가 조리 있게 구성되어 극의 내밀함을 더해준다. 특히 노인의 달관한 듯한 휴머니즘이 잘 묘사된 장면이 주제를 근접하는 데 중심을 이룬다. 그동안 이와 비슷한 소재를 지닌 많은 희곡이 있었음에도 접근의 담백함과 주제의 휴머니즘이 맞닥뜨려진 좋은 희곡이다.

 

정순열 작가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대성 '바사기'  (1) 2022.07.16
오태영 '내란의 춤'  (1) 2022.07.16
엄한얼 '그물에 걸린 배'  (1) 2022.07.14
류보상 '우연히 만난 사람들'  (1) 2022.07.13
류보상 '독신녀와 칵테일'  (1) 2022.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