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류보상 '독신녀와 칵테일'

clint 2022. 7. 12. 15:22

 

 

 

작은 화제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기발한 표현과 유머감각으로 좌중을 사로잡는다무심하게 지나치는 일상에서도 한번 일별한 것은 희곡으로 만들어내는 재주가 그것이다. 정열과 용기를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부당한 것과 비인간적인 것, 인간으로서 자존심을 내던진 모든 대상은 그의 손끝에서 가차없이 풍자되고 비판된다. 모든 사물을 꿰뚫어 순발력 있게 판단하는 가운데도 이를 덮어놓고 비판하거나 매도하기 전에, 인생의 그릇에는 마른 것도 젖은 것도 큰 것도 작은 것도 있어야 한다는 긍정적인 시각 때문에 그의 글에는 언제나 폭소와 미소가 담겨있다. 그러나 허허실실 한바탕 웃어넘기는 그 웃음 속에 번뜩이는 풍자가 숨어있고, 인간의 비겁함을 용서하지 않는 아이러니가 도사린다.

그런 작가 특유의 재치와 해학으로 단막극 '독신녀와 칵테일'은 이 시대의 결혼관을 재미있게 풍자하고 있다.

재치 가득한 단막극이다. 새 아파트에 이사한 지독한 독신주의 여성이 실내를 정리해 주러 온 관리인에게 마치 어름처럼 녹아내리는 과정을 그린 것으로 콧대 높은 독신녀가 역시 노총각인 관리인을 만나 드디어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인다.

 

 

 

 

모든 현실이 첨단을 걸어가는 시대에서 60년대식 문학적 족적이 향수처럼 몸에 배여 그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기를 좋아하고 맥주와 영화와 연극을 사랑한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는 연극을 하는 사람, 문학을 하는 사람, 사업가, 정치인, 출판인, 동창생 또 직장의 선후배 등 다양한 층돌이 줄을 잇는 편이지만 혼자서 불쑥 동네 방앗간(카페)에 들르거나 모르는 사람들과도 격의 없이 어울린다. 또 자신의 일에서 백이십 점을 받고 싶어 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이를 과시하거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하기 위해 모션을 남발하지 않는다. 이른바 사교적이면서 비사교적이고, 활달하고 외향적이면서도 나서지 않는 성격이다. 어느 순간에도 인간의 부드러움과 인내와 따뜻한 용서가 따른다. 예를 들어 남을 오래 미워할 줄 모르고 결판의 칼을 번뜩일 줄도 모른다. 철판을 깔고 자존심을 죽인 채 남의 중앙에 파고드는 몰염치는 애초에도 찾아볼 수 없다. 단정하고 반듯한 매너로 인해 자칫 빡빡하거나 까다롭게 보이기가 십상이지만 불의와 정의를 가리고, 비겁하지 않은 사람의 편을 들면서도 불의의 원인과 배경을 헤아린다. 설혹 믿었던 상대에게 배신을 당하는 경우에도 인간의 속성에는 누구에게나 그 런 일면이 잠재될 수 있다고 이를 포용한다. 그는 페시미즘은 아니지만 인생이 마냥 즐겁기 만한 옵티미스트라 고 할 수도 없다. 다만 글쓰는 사람인 이상 그것이 기사이든 소설이든 희곡이든 간에 자신의 소중한 무기로 자기를 방어하고 설명할 줄 아는 성의를 지닌 작가라는 점에서 그는 해피한 사람에 틀림없다. 다양한 문체로 많은 작품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발표됐으나 아직도 흡족할 만한 작품을 단 한편 쓰지 못하고 있다"고 자인하고 있는 것처럼 이제 그의 숙제는 전신을 던진 그만의 진짜 작품을 완성하는 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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