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성냥공장에 불이 났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삽시간에 불이 번져 공장을 모조리 태워버렸다.
그런데 의문이 남는다. 불은 왜 났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선 불이 나기 직전, 공장 상황을 살펴야 한다.
공장 맏언니 ‘인화’는 몇 달째 월급이 밀린 상황에서도 여공들을 달래가며 공장 일을 해낸다.
‘인숙’은 이런 언니를 답답해하며 성냥을 몰래 빼돌려 생활비와 남동생 학비, 아버지 약값에 보탠다. 정치판에 발을 들이려는 공장 사장은, 뒷돈을 대느라 직원들 밀린 월급은 줄 생각도 않는다. 결국 사장은 공천에서 탈락하고, 인숙은 성냥을 빼돌리던 것이 발각되자 가출해 미군기지 촌으로 흘러들어간다. 공장은 부도를 맞아, 여공들은 월급을 고스란히 떼이게 되고, 묵묵히 일하던 인화는 아버지의 죽음과 남동생의 가출을 맞이한다. 과연 불은 누가 질렀을까?
제30회 인천항구연극제 최우수 작품상과 제30회 전국연극제 인천 대표 출품작으로 선정되었던 연극 <화>의 배경이자 소재로 쓰인 ‘인천의 성냥공장’은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끈 여공들의 애환이 서린 작업장이었으나 저속한 가사를 덧붙인 유행가로 알려졌으며 심지어 군대에서는 군가보다 더 많이 불릴 정도로 알려졌던 노래이다. 그리고 ‘성냥공장’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어린 여공들의 처절한 삶의 역사이자 우리의 누이나 어머니들의 숭고한 희생과 사랑의 역사를 담고 있다. 60~70년대 인천의 성냥공장을 배경으로, 당시 여공들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주인공 ‘인화’와 ‘인숙’ 자매를 통해 극을 풀어내고 있는 이번 작품은 40년 전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통찰하며 성냥공장의 부도, 여공들의 삶을 향한 절절한 절규, 공천에서 탈락한 사장의 분노 등을 담아낸다. 그리고 화재라는 사건을 통해 역사 속 ‘ 인천의 성냥공장’과 여공들의 삶에 대한 근원적 문제를 던진다.
이 작품은 뮤지컬 형태의 경쾌한 공연으로 풀어낸 창작뮤지컬 <성냥공장 아가씨>로 버라이어티하게 개작하여 장년층에게는 옛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젊은이들에게는 현대적 감각의 춤과 음악으로 이전 세대와의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 내며
다채로운 재미와 감동을 보여주었다. (2012년. 극단 십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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