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리러 온 남자」는 1926년에 창작된 사실적 분위기의 1막극이다. 해외출장을 다녀온 도요타의 집에 평소 자주 돈을 꾸러 오던 하세가와가 방문해서 여행이야기를 나누던 중 둘의 대화는 공통의 지인인 우사미의 낡은 회중시계로 이어진다. 이를 이용하여 하세가와가 도요타에게 사기로 돈을 빌리려 하지만, 마침 그때 우연히 시계 주인인 우사미가 도요타의 집을 찾아오는 바람에 낭패하는 하세가와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어 쓴웃음을 짓게 한다. 궁지에 몰린 인간의 초라한 일면과 어떻게든 돈을 빌리려는 하세가와의 자기 희화가 부각 되는 일종의 블랙코미디이다. 시계라는 소품을 매개로 세 사람의 대화가 맞물리게 구성되어 있는데, 도요타와 하세가와, 도요타와 우사미, 우사미와 하세가와의 대화 장면이 각각 긴장감 있게 전환되는 점도 특징적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1886-1965)
일본 근·현대를 대표하는 유명 소설가이다. 다니자키는 서구권에도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작가이며,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의 대가(大家)로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소설 작품이 번역되었다. 메이지기(明治期), 다이쇼기(大正期), 쇼와기(昭和期)에 이르는 약 60여 년의 문학 생애를 보내면서 탐미적· 유미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였으며, 중년 이후엔 일본의 전통에서 비롯되는 여성의 고전적 아름다움에 집중해 많은 소설과 희곡 및 평론을 남겼다. 사후 50년을 맞이한 2016년 저작권이 소멸 되어 다수의 소설 작품이 번역되었으나, 국내에는 다니자키의 극작가(희곡가)로서의 역량이 알려지지 않아 30여 편의 희곡 대부분이 미 번역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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