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2009∼2011)는 〈하늘에서 떨어진 자들〉(2008)을 다시 쓴 작품이다. 연출하기 까다롭고 긴 분량의 〈하늘에서 떨어진 자들〉의 축약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쓰고 공연한 것으로 스페인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독백형식의 극이다.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햄릿> 공연을 앞두고 거리의 부랑자들이 무대를 점거하면서 시작된다. 팔로마 페드레로가 직접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지하철에서 자신이 쓴 시를 낭송하며 살아가는 ’아마데오 란사’, 공사판에서 일하는 이민자 ‘마르셀로’, 텔레비전에 나오길 꿈꾸는 매력적인 청년 ‘마누엘‘, 성전환자 ‘사브리나’, 부인에게 버림받아 길로 내몰린 ‘펠릭스’, 폭력적인 남편과 아들들로부터 도망쳐 길거리 생활을 자처하게 된 ‘비올레타’라는 인물들의 독백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의 긴 독백을 통해 우리는 거리로 내몰리게 된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이해하며 그들에게 연극이 일종의 치유임을 깨닫게 된다. 본 극은 스페인 NGO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로 구성된 ‘하늘에서 떨어진 자들(Caidos del cielo)’이란 극단이 직접 작가와 고민하고 소통하며 완성한 작품이다.
전문배우가 아닌 일반인들과 함께한 이 작품은 연극이 일종의 자기 치유의 행위이며 나 아닌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존재함을 보여준다. 거장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올리는 극단들이 얼마나 보수적이고 귀족적인지에 대한 풍자로 기능하는 극이기도 하다. 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두오 디나미코(Duo Diruimico)의 노래 〈난 저항할 거야〉의 가사처럼 이들은 ‘삶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골풀처럼 다시 일어나 삶이란 투쟁의 장에서 싸울 것”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작가의 글
이 텍스트는 〈하늘에서 떨어진 자들〉이라는 제 작품의 극작법에 해당합니다. 마드리드의 페르난 고메스 극장에서 한 시즌 동안 상연한 뒤 우리는 무대미술의 규모가 너무 크고 배우의 수가 너무 많아(강아지와 비둘기까지 포함해) 순회공연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처가 없는 배우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자들〉을 쓴 이들을 위해 여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축약 버전을 써달라고 제게 부탁했습니다. 거기서 〈압류〉라는 작품이 태어났습니다, 전문배우들이 연기한 아마데오와 마누엘이라는 인물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회에서 소외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직접 연기한 작품입니다. 자원한 두 명의 배우 알리시아 가르시아와 에마 곤살레스에게 연기 연습을 함께 해주며 멋지게 경찰연기를 해준 것에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검은 페니스〉라는 텍스트에도 등장하는 비올레타란 인물은 의도적으로 팔로마 도밍게스를 위해 쓰여졌습니다. 이미 〈하늘에서 떨어진 자들〉 에서는 주요한 인물을 연기했지만 특별한 독백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쓴 이 대본은 대중과 비평가들에게 대단한 찬사들 받으며 극단이 로베르토 무로와 필라르 로드리게스의 작품인 〈내 이름은 진흙>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가 계속해서 공연올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시인이자 극작가였던 미겔 에르난데스에게 바치는 멋진 작품이었죠.
팔로마 페드레로(Paloma Pedrero)는 1957년 7월 3일 마드리드에서 태어났다. 콤플루텐세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녀는 술레마 카츠, 도미니크 데 파시오, 존 스트라스버그, 마르틴 아드헤미안과 알베르토 바이너 등 국제적인 석학들에게서 연기와 연극 연출을 수학했고 헤수스 알라드렌에게서 발성법을, 헤수스 캄포스와 페르민 카발에게서 연극 구성을 배웠다. 청소년 시기부터 연극에 관심이 많아 학교에서 연기 생활을 했으며 ‘잡동사니(cachivache)’라는 독립극단을 창단해 1978년부터 1981년까지 극작 활동과 배우로서 연기 생활을 했다. ‘잡동사니’ 극단에서는 주로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길거리 공연과 아동극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1983년 기예르모 에라스가 연출한 <연극의 중심부에서(En el corazón del teatro)>에 배우로 출연했으며 1987∼1988년에는 ‘자연선택(Selección natural)’이라는 극단에서 공연한 <행위(Acciones)>에 배우로 출연했다. 1985년에는 알베르토 바이너가 연출하고 작가가 직접 쓴 <라우렌의 부름(La llamada de Lauren)>에 로사 역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텔레비전과 영화에도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길을 가던 팔로마 페드레로는 1985년에 쓴 <개인 수령증(Resguardo personal)> 연출을 맡으며 연출가로서도 활동을 시작한다. 스페인의 주요 신문인 ≪엘 문도(El Mundo)≫와 ≪ABC≫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작가는 현재 ≪라 하손(La Razón)≫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연극예술학교인 ‘파시피코 에스쿠엘라 데 기온(Pacífico Escuela de Guión)’의 교수로 연기와 연출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들(Caídos del cielo)’이란 NGO 극단을 만들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연극을 올리고 있다. 팔로마 페드레로는 배우이자 연출가, 작가, 교수, 칼럼니스트로서 전방위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그녀의 작품들은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는 물론 포르투갈어, 폴란드어, 카탈루냐어, 이탈리아, 슬로바키아어로 번역되어 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에서도 공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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