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전상국 '우상의 눈물'

clint 2021. 5. 21. 17:12

 

 

어느 고등학교 2학년 교실. 유대()는 기표를 우두머리로 하는 재수파에게 린치를 당한다. 재수파라는 이름은 그들이 낙제를 해서 한 학년 더 다니게 되었기 때문에 붙여졌다. 그들은 담뱃불로 유대의 허벅지를 지졌다. 그렇게 한 까닭은 유대가 임시 반장으로 메스껍게 굴었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반 아이들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고 마음에 안 들면 데려다가 린치를 가하기도 하는 기표는 도무지 무서운 게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문제아. 기표의 담임은 자기 반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가기 위해 자율이란 이름으로 학생들을 조종한다. 우수하고 통솔력 있는 반장 형우를 앞세워 인정받는 반, 모범적인 반으로 만들어 가려고 애쓴다. 자연히 기표는 담임이 다스려야 할위험인물일 수밖에 없었다. 담임은 기표에게 운동복을 사주기도 하고, 형우를 부추겨 기표가 커닝을 하여 좋은 성적을 얻게 하려고도 한다. 이런 일들은 기표의 성질만 건드릴 뿐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반장 형우가 재수파들에게 끌려가 린치를 당한 뒤 상황은 달라진다. 기표를 제외한 재수파들은 범인을 끝내 밝히지 않는 형우를 찾아와 사과한다. 기표가 점점 힘을 잃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비참한 기표 집안 사정이 알려지면서 기표는 완전히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고 만다. 기표 집안은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가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동안 피를 뽑아 가면서 기표에게 돈을 바쳐야 했던 재수파들의 행동은 눈물어린 우정으로 미화되었고, 기표 반 아이들은 기표를 위한 모금 운동을 벌인다. 기표의 이야기가 영화화되는 계획도 세워진다. 울부짖는 호랑이 한 마리를 토끼로 바꾸는 데 송공한 것처럼 보였다. 기표 자신도 포악을 부리지 못했다.

모든 것이 잘 되어 가는 듯 보이던 날, 기표는 내리 사흘을 결석했다. 가출을 한 것이다. 일사 분란한 항해를 한다고 자부하던 담임은 기표가 그 항해를 망쳤다고 생각하며 욕설을 퍼붓는다. 기표가 자기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 맨 앞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

 

 

 

원작이 전상국의 단편소설로 1980[세계의 문학] 여름호에 발표. 호랑이를 토끼 모양의 틀에 끼워 토끼로 만들 수 있을까. 억지로 모양을 바꾸어 토끼처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심성마저 토끼로 바뀌지는 않는다. 호랑이는 호랑이대로 살아야 행복하고, 토끼는 토끼대로 살아야 행복을 느낄 것이다. <우상의 눈물>은 포악한 호랑이를 토끼로 만드는 이야기며, 포악한 호랑이 같은 사람보다 음흉한 사람이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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