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애자 '시인과 모델'

clint 2019. 11. 21. 12:23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시골 빈집을 무대로 만년필 CF를 촬영하고 있다. 모델은 '빈집'이라는 소재로 그리움을 표현한 시인이다. 그런데 이 빈집 촬영을 방해하는 대학생이 나타난다. 자꾸만 빈집이 생기는 농촌의 현실이 안타까운 대학생에게 빈집을 이용한 광고, 거기다 평소 존경하던 시인이 모델로 나온 것이 몹시 실망스럽다. 대학생의 등장, 광고 제작자들의 횡포에 분노한 시인은 촬영도중 나가 버리지만 그의 모습이 담긴 CF는 적당한 편집을 거쳐 방영된다.

폐허에 가까운 어느 시골 초가집에서 상업광고를 찍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광고모델로는 시인이 캐스팅된다. 시인은 자신의 삶에 반하는 상업광고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이 촬영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불청객의 출현으로 광고 촬영은 난항을  겪는다. 우여곡절 끝에 광고는 완성이 되고 첫 방송이 나가지만 정작 그 광고의 주인공인 시인은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

 

 

작가의 글 - 이애자

얼마 전 어느 한 신문을 읽던 중, 내 눈을 사로잡은 기사가 있었다. 그 기사의 제목은 "성장억제 환경 살린 '자전거 천국" 이었다. 인구 5만에 자전거 숫자가 53천 대인 이 도시의 자전거들은 성장을 억제하여 녹지로 뒤덮인 마을 속에 '인간 되살리기'를 시도하고 있는 이 도시를 상징하고 있다. , 끊임없이 팽창하는 대도시의 한 부분으로 전락하지 말고 숲과 이웃이 있는 작은 인간다움의 도시로 남자는 것이다. 꿈같은 얘기다. 최소한 우리 사회에선, 만약 우리 중에 누군가가 이러한 주장을 한다면 몰매 맞을 일이다. 굶어 보지 않아서 배부른 소리 해댄다고, 어디 그것뿐이랴, 이 사회가 지향하고 있는 절대치인의 이데올로기에 역하는 반역자로 취급되어 영원히 추방될 것이다. 도시는 풍요를 꿈꾸고 있다. 풍요로운 도시를 향해 사람들은 몰려오고 있다. 대지를 버리고, 집을 버리고, 그리하여 빈집은 늘어나고 있다. 아니 폐가는 생산되고 있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풍요롭다는 건 무엇일까? 그리하여 사회가 진보한다?

그렇다면 우린 진정 진보하고 있는 것일까?

이 물음에 고민하다 "시인과 모델"을 썼고, "시인과 모델"이 무대에 올려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더욱더 고민하게 되었다. 하지만 진짜 고민은 나의 고민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데 있다. 왜냐면 빈집이 사라지지 않는 한, 떠나는 사람들이 계속 생기는 한 이 고민은 계속 될 테니까 말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석호 '질마와 솔래'  (1) 2019.11.24
김석야 '어떤 수난기'  (1) 2019.11.22
김흥우 '넋의 소리'  (1) 2019.11.20
박정기 '손수레'  (1) 2019.11.20
김동걸 '선물의 방'  (1) 2019.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