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도 조선일보 신춘문예 가작 (희곡)

남편이 거주하는 지방에 부인이 방문한다. 선물을 들고. 그러고 보니 이 방엔 선물이 가득하다. 남편도 아내에게 선물을 준비해 주는데 부인은 잘 보관해두라고 놓고 간다.
이 부부의 대화는 시간을 초월한 것 같다. 애가 군대에 간다는데 벌써 가냐고 하고 남편은 7살인지 알고 부인은 20살이란다. 그리고 얼마 후 부인은 다시 선물을 들고 방문한다. 일상적인 얘기가 오가고 하루를 머물고 부인은 간다. 전화가 온다.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다, 아들이 죽었단다. 누구 아들이냐고 하는 것 보니까 재혼한 부부인 것 같다.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을 놓고 부부싸움이 벌어진다. 서로 남의 탓만 한다. 다시 부인이 방문하고 간다. 선물만 쌓인다. 그래서 이 방안이 선물이 꽉 차있는 것이다. 유추해보면 20여 년 간을 이 부부는 이렇게 보낸 것이다. 그래서 남편은 20년 전의 기억으로 자식들을 기억하고 있다. 또 방문한다. 방문 주기가 빨라졌는데 실제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는 모른다. 선물박스만 더 늘어날 뿐이다. 마지막에는 아내 : 나 왔어요. (사이.) 남편 : 잘 가. 둘은 움직이지 않는다. 용암. 하며 막이 내린다. 마치 고도를 기다리며의 두 인물이 ‘가자‘라고 하며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이 작품은 ‘94년 조선일보신춘문예 가작수상작이다.
뭔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 당선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부부의 반복되는 대사와 행동이 권태로운 소통의 문제를 제시하고 있고,
선물이라는 것 역시 주고받기는 하지만 삶에 무의미한 것이다. 뜯지 않은 박스처럼.
삶의 부조리한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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