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막극 「무적(霧笛)」 고향의 흑산도 바닷가를 무대로 한 서정적인 작품이다.
유독 안개가 짙게 끼어 밤새 그 안개 속에서 쉰 목소리로 울리던 발동선의 고동소리를 들으며 착상한 이 작품은 그 당시는 무명이었던 여류화가 모 여사를 모델로 했었다 한다. 상연을 위한 희곡이라기보다는 그 안개 속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상처 받은 인간의 얘기를 수채화를 그리듯 그린 것이다.
5년전 헤어져야만 했던 두 연인의 하룻밤 대화이다.
부모에 의해 강제로 17살에 결혼하여 실패한 피아니스트 상운이나 약한 성격 탓으로
명희의 부모를 설득하지 못해 사랑하는 여인 명희를 친구이자 선배인 재성에게 빼앗기고
목포의 흑산도로 내려와 생활한다.
그러던 5년 후 어느 날 남편과 사별하고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러 그곳을 찾은 명희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명희가 떠나려던 마지막 밤에 그들은 지금까지의 오해를 풀어간다.
처자까지 있는 상운이었지만 옛 애인을 만나자 다시 마음이 흔들려서 함께 섬을 떠나기로 했다.
그러나 함께 가기로 한 명희는 상운이 짐을 싸러간 사이에 이미 그곳을 떠나버리고 만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소위 애정 이기주의를 풍자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라 하겠다.
「무적」은 작가가 밤새 안개 속에서 발동선이 쉰 목소리로 울리던 고동소리를 들으면서
그의 고향을 무대로 창작한 극으로 모래와 조개껍데기 등 사실적 소품을 사용하면서
고동소리와 새들의 효과음으로 한적한 섬의 야경 배경을 통해서 향토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향토적 배경을 통하여 배우의 다짐과 감정을 서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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