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차범석 '귀향'

clint 2019. 5. 24. 15:26

 

 

 

차범석은 전쟁을 겪고 1950년대 중반에 등단한 전후(戰後)작가이다. 그는 한국 희곡과 연극의 주된 흐름인 사실주의 극을 계승하였다. 그는 '인간''현실'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인간과 현실을 파악한 후 치밀하게 분석하는 것을 사실주의 극의 시작이라고 본다. 귀향은 전쟁으로 남편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본능적 욕망을 추구하는 여인(필례네)과 그 주위에 박 주사, 그리고 이들을 엮어서 딸의 장래를 피워보려는 김씨, 그리고 죽은 것으로 알려진 박 주사의 본처(윤씨). 마지막으로 박 주사에 속아 돈을 벌러 노무자 징용에 다녀온 상기... 이들이 강강술레가 불려 지는 보름날 밤에 순차적으로 만나 결국은 상기의 처인 필례내가 윤씨의 칼부림에 죽게 되는 비극적 결말로 끝난다.

4년간을 피땀 흘리며 고향에 돌아갈 날만 손꼽으며 징용을 갔다온 상기는 처도 죽고 딸인 필례도 1년전에 병으로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절규한다.

상기의 마지막 대사는 비극적 상황에 던져진 자의 절규이다. 이제 상기는 스스로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며 오히려 다 빼앗아 가라고 소리친다. 이는 세상에 대한 환멸에서 나온 것이다. 이 부분에 나타나는 관념적 내용을 형성하는 것은 던져진 인간으로의 실존이다.

유민영 평론가는 이 작품이 더욱 비극적인 것은 필례 네가 순전히 가난과 외부의 힘에 의해 파멸당해 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외부의 힘이란 權力戰爭을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다. 권력과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던져진 자, 이는 실존적 인간이다. 실존은 자기 자신의 의사, 혹은 태도와는 상관없이 내던져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 외부의 환경으로 인해 고통 받는 피해자이다. 박주사와 윤씨, 그리고 김씨 모두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살아나가야 할 것이고 아내와 아이를 잃은 상기는 결국 파멸할 것이다. 가정의 파괴는 가족구성원들의 파괴이며 특히 이 가정의 가장에게 있어서 가족 구성원의 파괴는 상기 자신의 존재 의무를 무너뜨린다.

 

 

초기 작품 대부분의 인물들은 현실 속에서 절망, 좌절의 실의에 빠져있다. 차범석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전통적 윤리가 무너지고 물질이 우선되고 있는 현실, 서로 믿지 못하고 점차적으로 개인주의 · 이기주의로 변질되어 가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인간과 현실을 중요하게 다루고자 했던 그의 연극관은 작품을 통해 반영되어 있으나 아쉽게도 현실 비판을 통해 인물들의 비애를 감싸주는데 머물렀을 뿐 더 나은 현실을 위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 한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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