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새봄 〈애꾸눈 선장〉은 등장인물들을 생생하게 표현해낸 솜씨가 좋았으며, 빈곤계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기 거래를 하는 소재가 오늘날 우리 세태를 고발하는 시의성이 적절하였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쓴 이는 세상을 표피적으로만 보지 않는 능력을 길러야 작가로서 원숙해질 수 있겠다는 충고를 덧붙여둔다.
심사평 - 황지우 작가겸 교수
신작희곡 페스티벌에 출품된 박새봄의 <애꾸눈 선장>은 심사위원들의 다음과 같은 평가들을 지렛대로 하여 나에게 넘어왔다
1) 주제가 장기밀매 등과 관련하여 시사적이다
2) 글쓰기가 되어있다.
3) 결말이 애매하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걸행각을 벌이는 주인공의 마지막 장면은 극적 구조에 적합한가?
4) 도사와 같은 인물이 이 극에서 꼭 필요한가?
「애꾸눈 선장」은, 버거스병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전직 선장인 고흥진이 눈을 팔아 다시 배를 사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했으나 장기밀매 브로커의 사기에 걸려 귀향에 실패한다는 줄거리를 따라가고 있다. 이야기가 펄쳐 지는 주된 무대 공간은 지하철 역사 안 부랑자들이 잠자는 곳이며 여기에 알코올 중독된 거지, 교회를 순회하는 거지, 노파 행려병자, 독일어를 연신 외우고 다니는 정신질환자인 도사, 실직된 30대 남자 등이 등장한다. 이 작품에 심사위원들이 지적한 앞의 견해들에 대해 나는 동의한다. 그 점을 작가에게 알려주고 나는 다시 써올 것을 요구했다. 세 번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수정된 것들에 대해 토론했다 나는 학생의 작품 쓰기에 너무 개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다만 박군의 경우 다음과 같은 점들을 강조하면서 토론을 유도했다.
1) 작가는 어떤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작가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을 얘기함으로써 다른 어떤 것을 말한다는 점이다. 어떤 이야기가 끝났을 때 그 여백에 감돌고 있는 이야기되지 않은 어떤 것, 이야기의 침묵된 잉여, 그것을 우리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대는 이 이야기를 말함으로써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 앞서 말한 고흥진이라는 인물이 이러저러 했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요컨대 작가 자신의 주제의식이 좀 빈곤하지 않은가? 그대의 이야기의 주된 소재가 되고 있는 장기밀매와 홈리스들의 문제는 요즘 한잠 우리 삶에서 비등하고 있는 시사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데, 그러나 이야기가 소재로만 꽉 차있을 때 그대는 소재주의에 빠졌다는 혐의를 받지 않을까?
2) 극작법과 관련하여 내가 작가에게 가장 힘주어 강조한 것은 이 작품에 핵심적인 갈등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 의해 짜여 지는 서사적 그물이 부재하다는 말과 같다. 무대 위에 단 한번이라도 나타나는 인물은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이어가고 뒤집는 서사 기능에 기여해야 하는데, 이를테면 윤 노파나 도사, 김철수 같은 인물들이 지하철 부랑자들의 삶을 그리는 풍경으로만 놓여있을 뿐 고흥진의 어떤 의지, 희망, 지향적인 행동과 거의 무관하게 나타난다. 극도로 집약된, 의도된 절대적 공간인 무대에 이들이 왜 등장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들을 꼭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계기들에 걸어서 유기적으로, 대립적으로 서로 관계시킬 것, 이야기에 충돌과 반전을 부여할 것을 나는 권했다. 그리고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예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작품의 성과도 박새봄의 몫이며 그 결과도 몽땅 박새봄 책임 아래 놓이게 된다. 작품을 지도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노릇인가 곁눈으로 힐끗 쳐다보면서 ”됐어”라고 말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박새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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