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고정민 '율구'

clint 2019. 5. 21. 18:24

 

 

 

공사대금 지연 문제로 갈등을 빚는 인부들과 집주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장애를 가진 아들 연호를 데리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영원은 이들의 갈등을 중재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오히려 갖은 오해와 조롱, 멸시를 받을 뿐이다. 영원과 연호는 언제나 함께 가자는 집주인 요석의 편에 서게 되고, 인부들은 커다란 망치를 들고 집을 부수러 찾아온다

초상, 13회 대산대학 문학상희곡 부문을 수상한 신진작가 고정민의 작품이 원작이다.

 

율구, 빛날 율과 구분할 구. 처음에 한자를 찾는데 빛날 율이 눈에 띄지 않아 한참 찾았다. 옥편에 없는 단어라고 한다. 작가는 율구란 뜻을 빛이 고르게 나뉘는 뜻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 연극의 부제 무릉도원과도 통한다. 무릉도원은 이상향, 별천지를 의미하는데 결국 빛이 고르게 나뉘는 곳이 바로 모두가 행복한 그곳,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 무릉도원이 아닐까.(근데 의문점은 왜 무릉도원이란 단어를 두고 어려운 율구라는 단어를 선택했을까. 무릉도원이 훨씬 끌리는데.)

 

 

 

 

평생 일만하는 노파는 노인이 땅을 팔았다는 소식에 자신이 이룬 것을 다 잃었다는 마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사랑이라 믿었던 남자 요석에게서 자신의 딸과 같은 강아지를 잃었을 때 "강아지는 또 사주면 된다"말에 차가움을 느낀 찰랑이는 그를 떠나는 선택을 한다. 바보 아들 연호의 인생을 정착시키고 싶었던 아버지 영원은 10년이나 함께한 자신의 팀을 배신하고 자신과 아들의 안위를 선택한다. 산속 집을 짓고 싶다는 요석은 미니멀 라이프,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위해 누구나 행복하고 평등한 인생을 위해 숲속에 집을 지으며 그 집을 "요석궁"이라 칭한다. 하지만 대출받은 돈의 입금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집짓는 일꾼들의 월급을 몇 달째 미루고 있다. 얼키고설킨 그들의 삶은 결국 자신의 행복 즉 자신만의 무릉도원을 꿈꾸지만 결국 무릉도원은 없고 서로에게 피해만 줄 뿐이다. 결국 나만 있는 세상, 모두가 행복할 수 없는 세상.

마지막 엔딩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결국 모두를 자신의 아버지마저 죽인 연호. 세상이 지겨워서 였을까, 그들로부터 벗어나 진짜 자신의 행복을 찾고 싶었을까. 계속 집은 지어야지, 라며 느리게 말하던 그의 말이 자꾸만 아른거린다. 꾸역꾸역 밥을 먹으며, 아버지도 밥 먹으라고 말없이 슬픈 눈으로 말하던 연호. 계속 집을 짓고 있는 그의 삶은 이제는 조금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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