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호세 소리야 이 모랄 '돈 후안 테노리오'

clint 2019. 4. 29. 14:09

 

 

 

돈 후안 테노리오19세기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상연된 작품으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돈 후안은 돈키호테, 햄릿, 파우스트와 더불어 서구 문학의 4대 캐릭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돈 후안이라는 탕자가 여성을 농락하고 버리는 악행을 저지르다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이야기 틀을 가지고 있는 돈 후안 전설은 이 책에서 전혀 다른 결말로 진행된다. 호세 소리야는 신앙심이 두터운 여주인공을 등장시켜 진지한 사랑으로 돈 후안을 회개시켜 구원받게 함으로써 탕자의 전설을 낭만적인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호세 소리야 이 모랄의 돈 후안 테노리오는 스페인에서는 지금도 매년 할로윈 전야에 공연될 정도로 매우 인기 있는 작품이다. 방탕과 그에 대한 단죄라는 결말을 숭고한 사랑에 의한 구원으로 승화시킨 이 희곡은 스페인 문학이 배출한 많은 돈 후안 작품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티르소 데 몰리나의 <돈 후안>의 무수한 아류작 중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 받는 것이 이 <돈 후안 테노리오>로서 원작 출시 후 2백여 년이 경과한 후다.

돈 후안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큰 이유는 거침없는 여성 유혹과 편력의 대담함과 신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무모함에 있다. 가톨릭이 지배하던 당시 스페인 사회에서 종교는 삶의 모든 것을 규율하고 지배하는 무거운 질곡이 되기도 하였다. 돈 후안은 종교의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대중의 내심을 잘 반영하였다.

호세 소리야의 <돈 후안 테노리오>는 선배에게서 주인공을 빌려 왔을 뿐 작품의 전개와 성격, 분위기, 결말 등 모든 면에서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물론 극작품이라는 장르적 성격은 동일하다. 티르소의 돈 후안이 여성 유혹자임을 자부하지만 극중에서는 불과 4명만을 유혹하는 데 그치는 반면, 호세 소리야의 주인공은 돈 루이스 메히아와의 악한 대결에서 72명의 여성을 정복하는 엄청난 능력을 보여준다. 다만 티르소는 극중에서 유혹 장면을 보여주지만, 호세 소리야의 작품에서는 극중 유혹 장면은 단 한 명, 도냐 이네스 뿐이다. 오히려 이 작품은 돈 후안의 도냐 이네스 유혹이 이야기의 중심을 끌어간다. 양가의 아버지 간에는 정혼이 구두합의가 되었으나 돈 후안의 파렴치함을 목도한 기사단장 돈 곤살로가 파혼시킨 예비 수녀, 이것이 도냐 이네스의 모습이다. 그녀는 나면서부터 수녀원에서 생활하여 세속의 티끌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의 현신으로 묘사된다.

돈 후안은 그녀의 약혼자임을 이용하여 접근하고 납치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녀의 무구한 모습에 마음이 흔들려 기사단장의 발에 무릎을 꿇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것이 전작과의 차이점이다. 전작의 돈 후안은 끝없이 신에게 도전하고 경멸하지만 후자의 돈 후안은 신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있지 않다. 돈 후안과 돈 루이스의 회동 장면에서 우리는 돈 후안 자신의 입으로 그의 장문의 악행 리스트를 듣게 된다. 판소리 <흥부가>에서 형 놀부의 심술 대목의 나열을 연상시키는데 정도는 훨씬 심하다. 이러한 그가 도냐 이네스를 만나고 소위 개과천선을 바라지만 돈 곤살로가 용납되지 않는다.

그녀의 사랑은 제 존재를 새롭게 하며 저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악마였던 자를 천사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늘 그래왔던 그런 과거의 사람, 지금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 그 사람이 될 겁니다.”

 

 

 

 

1부의 마지막 장면에서 돈 후안은 돈 곤살로와 돈 루이스를 죽이고 떠나며, 도냐 이네스는 아버지의 죽음과 돈 후안의 떠남에 정신을 잃고 영원히 쓰러진다. 완전한 비극!

2부에서는 돈 후안의 귀국과 묘지가 된 자신의 저택, 돈 곤살로와 도냐 이네스의 석상이 주 배경이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도냐 이네스의 존재이다. 티르소의 작품에서 기사단장의 딸은 도냐 안나로 그녀는 아버지 몰래 모타 후작과의 만남을 꾀한다.

호세 소리야는 이를 도냐 이네스로 대치하는데, 단순 대치가 아니라 돈 후안 못지않은 중요한 캐릭터로 격상하고 있다. 그녀는 단테에게 베아트리체, 파우스트에게 그레트헨과 같은 구원의 여인상이다. 석상의 초대로 무덤에서 지옥으로 끌려가려는 돈 후안. 마지막 순간 그는 신의 존재를 깨닫고 자신의 죄를 회개한다. 그리고 도냐 이네스가 나타나 돈 후안의 영혼을 구원한다.

 

호세 소리야는 선배의 그늘을 의식하지만 결코 이에 가려지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돈 후안의 성격의 새로운 규정, 도냐 이네스라는 여인의 창조, 이를 통해 독자는 전작의 편력적 구성의 산만함에 비해 남녀 주인공에 집중된 보다 극적인 흐름을 느낄 수 있고 그들의 엇갈린 운명에 탄식을 흘리다가 마침내 주인공의 구원에 안도의 한숨과 갈채를 보낼 수 있다. 전작에 비해 분량이 많지만 오히려 읽어나가기는 훨씬 용이하다. 연대적 차이가 언어적, 문화적으로 보다 접근을 용이하게 하며, 아울러 작가의 글쓰기가 한층 대중친화 적임을 알 수 있다.

 

 

 

 

호세 소리야 이 모랄

1817년 스페인 바야돌리드에서 태어났다. 1837돈 호세 소리야 시집을 출판했고,여름날의 불면,추억과 환상,악마의 도전,청동 증인등의 시집과구두장이와 왕,일 년과 하루,과달라하라의 물레방아등과 극시를 써 상연하기도 했다. 1844년에 자신의 최고작으로 꼽히는돈 후안 테노리오를 상연했다. 자전적 작품으로옛 세월에 대한 추억이 있다. 1885년에는 스페인 왕립 아카데미 회원이 되었고 1889년에는 그라나다에서 계관 시인이 되었다. 1893123일 마드리드에서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