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고순덕 '엄마가 모르는 친구'

clint 2018. 11. 7. 18:12

 

 

 

작품은 아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하면서도 시의성 있는 주제의식과 경쾌한 음악극 스타일을 차용해 재미와 교육 효과를 고려했다. 아이들에게 다문화가정 아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차이를 인정하는 법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흥미를 끌 수 있게 스토리에 어울리는 노래와 율동, 관객 참여를 극의 전면에 배치했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일상적으로 다문화 가정의 친구들을 만나서 한번쯤은 고민해보았을 내용을 담았다. 다문화 가정, 그리고 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를 높이고 자신을 돌아보는 자아 찾기가 주제다. 문화의 다양성과 이에 대한 이해의 과정을 주제로 삼아 그 구체적인 소재로 다문화가정의 아이와 같은 반 친구들의 이야기가 작품의 주된 줄거리다.

 

 

 

 

 

 

이사야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 어린이. 사야는 한때 같은 반의 시내와 아주 친한 사이였다. 시내는 사야에게 새피리를 부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아기박새에 대한 얘기도 들려줬던 좋은 친구다. 사야는 시내와 숲 속에 있을 때면 숨이 탁 트이는 듯했다. 그러나 어느 날 사야는 시내에게 절교를 선언한다. 시내는 사야 엄마가 정한 '친구 목록'에 올라가 있지 않은 '다문화' 아이였기 때문이다. '엄마가 모르는 친구'는 그 절교선언 장면으로 막을 연다. 친구와 헤어진 사야는 혼란스러움과 우울함 속에 '마음의 버스'를 타게 된다.

사야는 각 정거장에서 시내와 보냈던 시간, 교실에서 생겼던 일, 극성스러운 엄마의 요구 등 시간을 거슬러 예전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더듬어가며 자신이 시내에게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깨우쳐간다. 이 과정을 통해 작품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그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며 서로 전혀 다르지 않은 친구라는 점을 일깨운다. 그렇다고 연극이 교훈적으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코러스 배우들의 등장, 다양한 시청각 요소의 활용으로 메시지는 둘째 치고 우선 재미가 있다. 사야 역만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은 사야의 속마음을 읽어내는 역할을 하는 코러스 배우들. 이들 배우는 극이 전개되면서 의상의 변화 등을 통해 시내, 사야의 엄마, 또는 버스 운전사, 승객, 학교 친구 등의 1인 다역을 한다. 어린이 관객에게는 이들의 재빠른 역할 변화 자체가 흥미로운 볼거리다. 또 코러스 배우들이 내는 새소리 등 다양한 의성어나 랩 음악, 그리고 우산, 의자, 굴렁쇠 같은 소도구를 활용하면서 만들어내는 몸짓 역시 관객들의 시선 흡인력을 높인다.

 

 

 

 

 

내용 중에는 풍자적인 것들이 많다. '사야'는 엄마가 국제화 시대에 한국 사람이나 외국 사람 누구나가 쉽게 부를 수 있게 지은 이름이다. 엄마의 스마트폰에는 전교 1등 은지, 반장 소영, 부잣집 딸 진아 등의 사진이 있다. 엄마는 스마트폰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넘기며 이들 외에는 사귀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엄마의, 엄마에 의한, 엄마를 위한 이--". 사야가 엄마에게 시내를 소개하자마자 엄마 입에서 즉각 나온 소리는 "엄마가 모르는 친구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대부분 사야가 탄 '마음의 버스' 정거장에서 벌어지는 것들이니만큼 꿈속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대 위의 나무들은 잎이 없거나 옆으로 구부러진 채로 서 있다. 삭막한 교육 현장의 모습, 엄마에 의해 시들어진 사야의 마음을 반영하는 듯하다. 절친한 친구가 '다문화'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야가 겪는 내적 갈등을 펼쳐 보이면서 이 연극은 우리 사회가 갖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드러낸다. 시내의 엄마 모국을 실재하는 국가 이름 대신 '카카 나라'라고 지칭한 것은 특정 국가를 거론할 때의 민감성을 피하는 효과를 내면서 애교가 있다. 시의성 있는 주제를 경쾌한 음악극의 형식을 차용해 흥미롭게 풀어나간 점도 돋보인다. 두 명의 악사가 무대 오른쪽에 위치해 여러 가지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좋은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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