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는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진 뒤, 심청이가 살던 도화동 마을의 성황당 비오는 밤이다.
심봉사의 이웃인 귀덕이네는 심청이를 보낸 죄책감에 제사를 지내어 심청이의 가여운 죽음을 위로하고자 한다. 우연히 성황당에 모여든 사람들이 심청이 제사에 동참하게 되면서 효녀 심청이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듣는 이야기는 하나라도 자신의 마음에 비춰 본 심청이의 이야기는 모두 다르다. 이제, 비가 그치고 사람들은 다시 길을 나서며 심청이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것이다.

비를 피해 우연히 한 장소에 모여 든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는 상황 설정이 일본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나생문〉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고전소설인 ‘심청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채만식의 장막희곡 ‘심봉사’와 최인훈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오태석의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와 같이 심청 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희곡들의 계보에 속한다. ‘숙영낭자전을 읽다’ 를 시작으로 조선시대 후기에 고전소설을 직업적으로 낭독했던 전기수들처럼 극 속에서 이야기가 이야기를 듣는 구술적인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작가는 ‘심정이 제삿날 밤에 생긴 일’ 이라는 부제를 붙인 이 희곡에서도 여성이 주체가 되어 심정의 이야기를 짓고
전하는 과정을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내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올해로 3회째에 접어든 한국 여성극작가전의 출품작이기도 한 연극 <심청전을 짓다>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은 작가가 품고 있는 이러한 우리 고유의 이야기에 대한 소박하고 진솔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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