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윤정환 '매직 룸'

clint 2018. 10. 14. 11:18

 

 

 

마술과 마법의 차이는 무엇일까? 초자연적인 힘을 사용하는 마법도 기술적인 속임수를 사용하는 마술도 결국은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믿는다면, 마법과 마술은 사기가 아닌 환상적인 현실과의 조우가 된다. 연극 매직룸’(/연출 윤정환)의 수리는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마술은 곧 사기가 된다고 말한다. 마치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그림이나 옷과 같은 느낌이다. 에이즈에 걸린 복역수 수리를 다들 꺼리지만, 그에게 유일하게 다가가는 한 남자 철수는 다르다. 조폭 보스에게 빌붙어 비굴하게만 살던 철수는 전직배우다. 담배 한 개를 얻기 위해 개가 되기도 하는 철수는 수리의 마술로 두 개로 늘어나는 담배를 보고 수리와 점점 친해지게 된다. 보스를 기쁘게 하기 위해 마술을 보여주지만, 돌아오는 건 철저한 버림이었다. <매직 룸>의 즐거움에는 두 가지가 있다. 수리의 마술과 철수의 연기다. 수리의 마술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자주 보던 마술이라 생각하고, 속임수는 무엇일까 생각하며 보면 안 된다. 수리가 말했듯 마술은 자세히 봐야 하지만, 눈이 아닌 마음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배우가 되고 싶은 철수는 유명 영화나 드라마의 명장면들을 연기하는 데 여념이 없다.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기로 표현하는 철수의 연기는 원작의 장면과 오버랩 되면서 웃음을 준다. 또한, 개그 프로그램의 있는데~”뿐이고등을 연기해 또 다른 재미도 선사한다. <매직 룸>에는 두 개의 극중극이 들어있다. 수리와 철수가 어떻게 교도소에 들어오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두 명의 배우가 서로의 상대역으로 등장해 큰 웃음을 준다. 그러나 곧 심각한 장면이 연기되면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극을 따라간다. 특히, 수리의 과거 장면은 인상 깊다. 벽에 걸린 가운 한쪽에 팔을 넣어 두 명의 사람이 있는 듯 연기하는 모습과 수리가 좋아했던 여자의 모습으로 등장한 철수의 모습이 그렇다. 동성애를 연상시키는 장면은 혐오스러울 수도 있지만, 붉은 색과 푸른색의 조명이 번갈아 비춰지면서 가면을 이용해 연출된 장면은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암전과 조명, 가면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 보는 배우는 사기꾼이 될 수도 있어

극 후반 혼란스러워하던 철수는 밖으로 나가 폼 나게 무대에 서서 연기하고 싶다고 말한 것에 대한 수리의 대답이다. 그렇다. 배우가 스포트라이트만 쫓는다면, 관객들을 감동시킬 진심이 묻어나기 않을 것이고, 그 공연은 관객을 대상으로 한 사기극일 뿐이다.

교도소와 동성애, 마술은 언뜻 들어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결국 관객들도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봐야 한다. <매직 룸>은 마술을 하는 방이기도 하고, 환상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이 방은 진심으로 보지 않으면 그저 눈살이 찌푸릴 수 밖에 없으니 관람 시 열린 마음은 필수다.

 

 

 

 

작가의 글 - 윤정환

나는 마술을 좋아한다. 마술은 꿈과 희망을 갖게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마술은 기술이라 생각한다. 그 기술의 최고에는 인간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다. 그리고 마술은 그것올 만들어 낸다. 그런 마술은 믿음에서 출발한다. 믿음, 신뢰 그리고 서로의 노력이 마술을 마술이게 한다. 지금 우련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많이 부족한 채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다. 그렇다고 굳이 그런 상황에 대해서 개탄하거나 분노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생각은 아니다. 단지 어떤 두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서 죽음을 넘어서는 우정과 신뢰를 보여주고 싶었다. 미숙하고 모자란 작품에 대해 너그러이 지면을 허락해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내년엔 겨우내 묻어두고 썩혀 왔던 먼지 묻은 작품을 들추어내렵니다.

공연을 통해서 더욱 풍성한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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