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다, 바라, 하지는 깊은 산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수행자들이다. 그들은 20여년 전에 돌아가신 스승 지산이 남긴 화두 ‘웃음’을 찾기 위해 수행 중이다. 어느 날 그들의 뒷바라지를 해주던 보살(지산의 연인이었던 소월)이 여동생의 병 때문에 선원을 내려가게 되고, 선원에는 보살을 대신해 젊은 여인 명희가 나타나는데... 세 남자 앞에 십 년 만에 나타난 젊은 여자 명희로 인해 이들의 수행은 차질을 빚는다.
고아인 세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아로 힘들게 자라났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밝고 신나게 행동하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버린 명희는 세 사람과의 인연을 마냥 즐거워한다. 그런 명희를 이다는 걱정스러워하고 바라는 수줍게 좋아하며 하지는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녀의 모습에 설레어 하면서도 수행자로서 자책감을 가지고 묵언 수행을 행하는 듯 마음을 다잡으려 애쓰는 바라와 하지. 세 사람은 종교적 번뇌에 휩싸이고, 명희는 그들의 모습에 풀죽어 하다가 크게 다치고 만다. 그로 인해 묵언 수행에 실패한 하지와 바라의 번뇌는 더욱 커지고, 그들을 책하는 이다 또한 괴로워한다. 자신의 마음 또한 흔들리지 않았다고 확신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갈등 사이사이, 무대는 종종 그들의 스승인 지산 스님과 소월 보살의 옛 모습 시절로 돌아간다. 범상치 않은 외모와 분위기를 풍기는 지산도 현재 제자들이 그러하듯 항상 번뇌에 시달리고 있다. 술을 마시고, 소월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등 기인의 면모를 보이는 그는 그러나 누구보다도 종교적인 화두에 몰두 한다.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다가도 바닥을 뒹굴며 괴로워하는 그는 자신이 등에 나무가 돋아난 나무물고기여서 자유롭게 헤엄칠 수도, 용이 될 수도 없다며 괴로워한다. 그가 찾아올 때마다 은근하고 따뜻하게 그를 보필하는 소월.
산 속의 평화로운 선원 풍경을 그려내며 억지스럽지 않은 웃음과 여유를 안겨주던 무대는 중반부를 지나면서 과거의 지산과 현재의 제자들의 갈등을 오버랩 시키며 인간이기 때문에 종교적 고민에 휩싸이는 수행자들의 인간적 면모를 그려낸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세상 만물이 느끼는 행복감 같은 ‘웃음’이다. 작은 일에도 즐거워하고 우애가 깊던 그들의 웃음은 그러나 갈등이 깊어지며 점차 사라져 간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친 다리를 이끌고 산을 내려가는 명희.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산에서 절대로 내려가지 않겠다는 선원의 약속을 깨고 하지는 명희를 좇아 산을 내려간다. ‘명희가 나의 웃음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이다와 바라는 하지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수행해야 할 길을 비로소 깨닫는다. 어쩌면 명희의 등장은 생각 깊은 소월 보살이 과거 지산의 번뇌를 떠올리며 이들의 수행을 위해 의도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향기가 느껴지는 배경 음악과 깊은 산 속 선원을 재현해 낸 무대,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잘 어우러진다. 특히 차창룡의 시 ‘나무물고기’와 류시화의 시 등 틈틈이 등장하는 아름다운 시(詩) 구절들과 인물들이 털어놓는 시적인 대사들은 삭막한 도시의 저녁을 평온하고 아늑하게 만든다.

낙루(落淚)하니 능소야(能笑也)라’ 라는 제목으로 참가 초연된 작품으로 한편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이 단아하게 흐르는 극이다. 아름다운 대사와 뛰어난 시구들, 배우들의 선무도 등은 ‘웃음’과 함께 인간의 삶을 조용하게 관조 할 수 있게 해준다.
< 나무 물고기>는 정서적으로는 느림의 미학을 통한 편안함을, 움직임은 ‘선무도’를 통해, 언어는 아름다운 대사와 ‘詩’를 통하여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게 한다. 아울러 연극전편에 흐르는 음악은 깊은 산사에서 향기 좋은 차를 마시는 듯한 단아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메마른 현대인의 영혼에 촉촉한 단비가 되어 치유마음을 치유하게 하는 작품으로 극 속의 수행자들은 그들의 스승이 남기고 간 화두인 ‘웃음’을 찾기 위해 10년 이상 깊은 산 속의 선원에서 정진하고 있다. 복잡하고 빠르게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관객들은 자신의 삶과 사랑 그리고 연극이 주는 정화기능과 미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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