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2년 넘게 돌보고 있는 여자가 있다. 남편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여자, 여자가 끊임없이 뱉는 말은 대답하는 사람이 없으니 혼잣말이 된다. 여기에 남편의 친구인 의사가 가끔 찾아오며 여자는 욕망하기 시작한다. 남편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것일까. 여자는 꿈을 꾸는 것일까.
'두 개의 달'은 지극히 고요해 보이는 여자의 마음 속 요동치는 욕망과 죄의식을 다루며 한 여자의 일상과 상상 속 풍경을 넘나든다. 일상과 비 일상,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심리극으로 한 여자의 내면의 고통과 욕망을 깊게 파고든다.
절제된 희곡언어가 폭발적인 몸의 연극으로 윤대성 희곡상 수상당시 높은 문학성으로 평가 받았던 이 작품은 공연을 통해 고요하고 격렬한 연극성을 획득한다. 60분 남짓 짧은 러닝타임동안 배우들은 온몸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시킨다. 지극히 절제된 일상의 움직임과 결렬하게 요동치는 상상의 움직임 교차되며 결국 인간의 욕망과 죄의식은 몸을 얻어 생생하게 살아난다.

윤대성 희곡상 수상 당시 이 작품은 "근래 한국희곡 계에 보기 드문 남녀에 관한 수작",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밀도 있게 포착하는 깊은 시선을 담고 있는 사랑이야기"(윤대성 희곡상 운영위원회)라는 평을 받았다.
‘두개의 달’은 이 답답함과 갑갑함에 숨통을 트여주는 작품이다. 작품은 식물인간 남편을 2년 동안 보살피며 살고 있는 한 여자의 삶을 드러낸 뒤, 마지막에 그녀의 입을 통해서 크고 센 숨 한방을 내쉬게 만든다. 이미 무대는 암전이 됐지만 여자의 숨은 객석까지 전해진다. “후”. 한 방의 숨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다. 잠깐 숨 좀 돌리자는 의미인지, 더 이상 못하겠다는 의미인지, 관객의 판단이겠지만 어쨌든 여자는 계속 살아갈 것만 같다. 그게 삶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쓴 임은재 작가는 불러도 대답 없고 미동도 없는 식물인간 남편을 바라보며 온갖 독백을 쏟아내는 여인의 입말을 치열하면서도 정적으로 담아냈다. 여인의 말은 일상적이고 정적인 옷을 입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뜨거울 정도로 이글거리는 욕망이 담겨 있다. 식물인간 남편의 친구이자 의사인 남자를 향한 마음이 그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연극이 보이지 않는 달의 이면처럼 잘 볼 수 없었던 여인의 삶의 이면을 정직하고 순수하게 옮겨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연극적으로 고마운 불편함이다.
보통 달은 문학적으로 다양한 의미로 해석 돼오곤 한다. 동양에선 대명절 추석과 맞물려 충만한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서양에선 욕망이나 이상향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번 연극에서 두 개의 달은 한 여인의 두 개의 욕망, 혹은 두 개의 이상으로 표현된 것처럼 보인다. 남편을 보살펴야 하는 배우자로서의 책임과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의 모습이 돋보인다. 또 여자는 현실과 환상, 도덕과 탈선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의 글 - 임은재
넌 사람들 틈에서 외롭다고 하지, 난 네 옆에 있을 때가 제일 외로워.
함께 있으면서 외롭다고 말하던 친구에게 문득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사람 안의 우주가, 그 고독이 무엇으로 메워질 수 있을까요? 혼자가 되고 싶다는 이유로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여러 번 도망쳤지만 남은 것은 제가 앉아 있던 자리의 온기뿐이었습니다. 돌아갈 곳도 그곳뿐이었지요. 소리도 온기도 전해지지 않는 우주라면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요. 혼자 백지를 마주하고 있다 보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되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달빛이 간지러운 밤이면 더더욱 혼란스러운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달 곁에 하나의 달을 더 띄워 올리고 수백 번 수천 번 괜찮다고 중얼거린 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어내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될니다 어떤 비극보다도 잔인한 삶이 계속된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될 때 그 아이러니를 마주하고 한 번쯤은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계속되는 어둠에 숨죽여 우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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