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태석 '갈릴레오 갈릴레이'

clint 2018. 10. 10. 11:39

 

 

 

작가는 이 작품을 오현경 · 윤소정 부부를 기용해서 만들려고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두 사람의 집에 실제로 살면서 두 사람과 함께 연습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매우 바빠서 시간을 내기 힘들었고, 자연스럽게 연습 일정도 무산되었단다. 그러자 이 작품은 사장되었다가 드라마센터에서 1인극으로 공연됨. 여기에 실린 작품은 원본 격인 2인극과  1인극 수정본. 모두 있으나 2인극을 추천한다. 

제목에서와 같이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작가 오태석은 이 작품의 제목을 설명하면서 갈릴래 갈리지 않을래?"라는 장난스러운 물음에서 탄생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작품의 완성도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작품의 의도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며 연기와 독서를 통해 다듬어져야 할 많은 부분을 그대로 놓아두고 있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수록은 모험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이야기를 해부하여 세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온당한 행위가 아닐지도 모른다. 여러 번 독서를 하고 상황을 유추해도 모호한 구석이 많고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측면이 많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는 것은 작품의 결함이 곧 초기 작품세계의 특정과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오태석은 이 작품의 제목이 갈릴래 갈리지 않을래?"라는 장난스러운 물음에서 탄생했음을 밝히듯이 부부간의 성격 차로 인한 이혼의 문제를 염두에 두고 집필된 작품임을 고백하는 셈이다. 그러나 부부간의 다툼이라는 설정은 제대로 인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두 부부는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연극이 시작되면 남자 배우가 등장해서 아내의 생리가 시작되었고 그 덕분에 자기 부부는 사랑을 나눌 수 없는 처지가 되었음을 고백한다. 이러한 낯부끄러운 고백은 희한한 연극적 설정으로 옮겨간다. 남편은 생리에 걸린 아내가 죽은 것과 같은 처지에 빠짐으로, 자신 역시 가사(假死) 상태에 빠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가사 상태를 만들기 위해, 일심동체인 부부는 황당한 미친 짓을 연기하기 시작한다. 미친 짓은 극중극 형태로 나타나며 부부가 헤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드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극중극을 위해 부산을 왕복하는 이야기가 삽입된다. 남편은 간질병이 있는 운전사(남자)를 고용하여 아내를 태우고 고속도로를 왕복하게 한다. 아내는 남편이 고용한 운전사가 간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수면제를 먹으면서 그 차를 탄다 이 이상한 여행은 곧 그 이유를 추궁 당한다. 남편은 아내 몰래 위 수술을 받기 위해서 이러한 여행을 준비했다고 말한다. 위 수술을 받게 된 원인은 첫사랑에 실패하면서 수면제를 과도하게 복용했었기 때문이다. 아내도 자신이 속고 있다는 실감을, 남편이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 보험에 들고 이를 남편에게 통보한다. 이러한 조치는 남편이 일단의 무리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 이후의 이야기를 지어낸다. 검찰청의 친구를 만나러 가게 되고, 기다리는 동안 법정에 들어가 방화범의 판결을 지켜보게 되고, 그 재판 과정을 흉내 내게 되고, 피고인으로서의 남자와 그 남자를 모함한 여자의 이야기를 실연하게 된다. 실연에는 방화범인 17세 남자(짝사랑 끝에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입원한 남자 피고), 그 옆 침상에서 성대를 절단하고 누워있는 34세의 남자 그리고 삼십대 남자의 부인이 등장한다. 어느 날 성대를 절단한 남자가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놀란 부인은 17세 남자의 침상으로 파고든다. 십대 피고인 남자는 여자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신고하려 했으나, 놀란 부인은 오히려 17세 남자를 범인으로 내몰았고, 이에 남자가 병실에 불을 지르면서 재판장에 서게 된 것이다이 극중극의 장면이 어떻게 액자 바깥의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와 만나게 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재판이 끝나자 남편은 간질병 운전사를 고용했고, 운전사가 보험에 들면서 불길함이 엄습하며 남편의 심기가 어지러워졌다. 이것은 복잡한 놀이인 셈인데, 이렇게 복잡한 놀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부부가 사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다시 부부는 아내를 차에 태워 고속도로를 왕복한 이유를 만들기 시작한다. 남편은 처음에는 혼자 사랑을 하기 위해서, 다음에는 아내에게 고속도로에 선전판을 세울 지점을 조사시키기 위해서라고 둘러댄다. 궁리 끝에 아내는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꾸며낸다. 반지를 이용해서 남편의 애인을 가상으로 만들어낸다 그 순간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계획은 현실 속에서 실현된다마지막에서 사건의 전모가 반전된다. 고속도로를 왕복하고 있어야할 차는 그곳에 있지 않고 간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실은 남편이었으며, 아내가 석 달 동안 고속도로를 왕복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남편은 유리창으로 뛰어내리고 그 유리창 밑에는 유리닦이가 쓰는 발판이 있어 살아난다. 부부는 유리창을 열고 뛰어내리려는 사건을 벌이면서 막이 내린다.

 

오태석

 

                

 

이 작품의 내용은 요령부득이다. 무대에서 공연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 진위와 설정에서 도움을 받을 구석도 없다. 한 마디로 습작의 어지러움을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며 형식적으로 무리와 결함을 지닌 작품이다. 극중극을 도용한 이유가 파악되지 않을 정도이고, 그 이유를 굳이 만들어내는 이유도 어색하기 이를 데 없다. 오태석의 말을 참조하면 부부 사이의 문제를 그리고 있으며 그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의 공연을 기획한 것 같다. 이러한 작품은 습작이지만, 중대한 사실을 알려준다. 오태석이 다듬기 이전의 원고를 보여줌으로써 근원적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오태석은 플롯을 연결하기 위해서 과도한 이야기를 만드는 버릇이 있다. 생리 때문에 사랑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속도로를 왕복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그 안에서 간질병 환자의 이야기를 끌어내며 간질병 환자의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서 재판정에 선 방화범인 남자의 이야기를 다시 끌어낸다. 그 남자의 이야기는 수면제 과다 복용이라는 설정과 맞물리면서 남편이 제시했던 첫 번째 이유와 연결되고,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환자의 이야기는 간질병 증상을 앓고 있는 남편의 투신 버릇과 연결된다그러나 요령 있게 압축되기보다는 연상적 고리에 따라 산만하게 비약한다. 이것은 작품의 흐름을 따라 관극하려는 관객들을 크게 당황시킨다. 오태석의 작품이 천재적 상상력의 결실이라는 찬사를 들으면서도 동시에 고통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것은, 이야기의 흐름이 지나치게 환유 적이고 연상 논리에 따라 부수적 이야기가 불필요하게 삽입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환유적 플롯의 혼란이고, 연상 작용의 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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