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한송희 '미래의 여름'

clint 2018. 10. 16. 10:32

 

 

 

추억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잠시 몸을 숨기고 있다가도 조심스레 마음을 간질여오는 것이 바로 추억이다. 연극 '미래의 여름'은 어른이 된 이들에게 보내는 어린 시절의 초대장이다. 순박했던 어린 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 안에 있는 따뜻한 삶을 이야기한다. 미래와 그의 고모 동아는 언제나 죽이 잘 맞았다. 다른 어른들은 툭하면 대화에 끼어들고 쉴새없이 재잘거리는 미래를 귀찮아했지만 동아는 달랐다. 순정만화 잡지를 가득 사놓고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팝송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도 들려주었다. 사루비아 꿀 따먹기, 물수제비 등 서울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일들도 할 수 있었다. 미래는 여름 방학이면 항상 동아가 있는 시골을 찾았다. 하지만 주변 어른들은 동아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타인과 어울리지 않으면서 동네 바보 석우와 함께하고, 30대가 되어서도 결혼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동아를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고모가 이상한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미래는 마침 고향을 찾은 석우의 동생, 찬우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주위에 안 좋은 시선은 동아가 혼자 살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극의 배경인 1994,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시절의 풍경은 진한 향수를 선사한다. 올드 팝과 만화잡지 댕기, LG전자의 옛 이름 금성전자, 작은 일에 행복해하는 미래의 모습이 익숙하고 정겹다. 누구나 지나온 시절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들의 세상이 궁금했던 철없던 때, 이미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고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때. 이제 정말 어른이 된 관객들은 과거의 나와 다시 만난다.

더불어 작품은 우리 주변의 소외된 사람을 이야기한다. 순수한 아이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은 이미 혼탁하다. 미래의 시선은 현대 사회의 잣대에 찌든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학업과 취직, 결혼까지. 사회가 말하는 행복과는 정반대의 삶을 사는 동아는 진짜 행복을 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더불어 참된 사랑, 순수함, 가족애 등 우리가 쉽게 잊고 살아가는 가치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것이 없었다 해도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그리고 이미 지나가버린 한 시절의 어떤 일, 혹은 어떤 사람이 있다.

그냥 잊고 살아도 아무렇지 많은 일, 혹은 사람. 그러나 살다가 문득 생각이 난다 아주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에, 아주 조금씩 산다는 게 뭔지 일 것 같은 순간에 문득 마음에 떠오른다. 예기치 않은 생의 풍경을 바라볼 , 아득하게 멀어져 버린 그 일 그 사람이 바로 내 곁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미래의 여름은 그런 서늘하고도 따뜻한 한 줄기 바람을 무대에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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