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후 자신의 모습에 대해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2년 뒤 허름한 보일러실. 여기저기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모여 세금도, 병역의 의무도
없는 완전한 자유를 외치며 새로운 세상 ‘신천지공화국’을 선포한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들을 내쫓기 위해 시장과 경찰서장 앞으로 탄원서를 보내고,
이에 경찰들은 그들의 동태를 살피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공화국 사람들은 ‘신천지공화국’을 지킬 방법을 고민하다.
‘뽁사장’이라는 인물을 앞세워 단식투쟁을 벌이기로 하는데, ‘뽁사장’은 처음에
거절하다가 왕초일당의 강압에 못 이겨 단식을 시작하게 된다.
‘뽁사장’은 왕초가 정한 하루분량의 식사를 갖다 주는 여왕벌과 친해지게 되고,
여왕벌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구해주어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
단식투쟁을 한지 한 달이 되도록 언론은 아무 관심도 없고,
오히려 경찰은 훈련까지 준비하며 대기하고 있다.
이에 왕초는 더 확실한 계획을 세우기로 하는데...

극 속 인물들의 삶은 망가져가는 삶이다. 가난과 무지, 그리고 인간의 인간에 대한 악의가 그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주된 이유이고, 거기에 ‘완전한 자유’를 외치는 지배층의 탄압이 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결국 그것은 그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고 만다. 그로인해 나약해진 몸과 마음은 2년 전 자신이 그렸던 희망적 모습은 다 잊어버리고, 남아있던 양심마저 죽이게 된다. 이처럼 이 작품에서는 인물들이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인생을 산다. 희망적인 모습을 상상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때로는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로 좌절을 겪고,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되어 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지극히 평범한, 누구나 겪는 이야기이며, 현재 우리의 삶과도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세금도, 의무도 필요 없는 자유로운 그들만의 세상에서 조차도 나타나는 삶의 그늘진 부분들,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부패의 실상. 그 무지와 기만으로 가득한 고통의 삶 속에서 우리는 삶의 보편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사람들은 많은 일들을 겪으며 울고, 웃는다. 조금은 힘든 삶 속에서도 끝까지 꺼지지 않는 ‘희망’이라는 단어는 그 힘든 삶을 잠시나마 잊게 할 것이며, 그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슴 속 깊이 새기게 할 것이다.

작가의 글
많은 작품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소재 발상에 관한 견해를 갖게 됩니다. 쉽게 경험하기 힘들거나 일반적 소재이진 않더라도 그럼으로 더더욱 극적 메타포와 주제 함축력을 강하게 내포할 수 있는 추상적 발상과, 주변에 흔히 있거나 경험이 가능한 친근한 소재를 발굴해 내어 자연스럽게 존재의 본질에 선명하게 다가가려는 현실적 발상, 이 두 가지가 그럴 겁니다. 그렇게 보면 이 작품 〈복어〉는 두 가지 요소를 다 곁들인 혼합형 발상이라고 해두는 게 좋겠습니다. 복어가 지니는 생물학적 알레고리와 상징이 현실적인 우리의 삶과 같이 뒤섞여 문학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매우 연극적인 구성으로 다뤄져 있다고 할까요? 이 작품은 자칫 무거운 소재가 될 수 있는 권력과 피지배, 폭력과 순응에 대한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며 흥미진진하게 펼친, 그렇지만 결코 가슴 시린 감동을 간과하지 않은 의미 있는 연극이 될 것임을 믿어봅니다. 〈복어〉는 제 작품 경향이 그렇듯이 엄밀한 언어적 선택과, 어휘가 내포하는 긴장과 이완의 뚜렷한 경계를 지닌 채 펼쳐지고 있습니다.
언어가 갖는 힘을 고지식하게 믿는 바이기도 할 것이며 그런 까닭으로 제 작품에는 언어가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뤄지고 그에 따라 극감정의 진폭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뚜렷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폭력에 의한 집단의사가 한 개인의 자유의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남에 의해 지배되는 삶이 얼마만큼 허망하고 고통스러운가를 대합실에 모여든 홈리스(노숙자)들을 통해 강력한 메타포를 지닌 우화적 형태의 연극으로 보여 질 것입니다. 즉 존재한다는 사실의 허구스런 모습과 그 가혹한 현실에의 통찰을 통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엄하게 비춰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대합실이 우리가 사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본다면 그곳에서 기거하는 각 개인들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2년 여 동안 대형무대의 뮤지컬을 쓰다 잠시 접어두었던 소극장 연극을 이 작품을 신호로 다시 시작하며 질이나 양으로 좋은 성과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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