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대영 '바다를 향하는 사람들'

clint 2018. 8. 17. 11:38

198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심사평 - 심사위원 김정옥 유민영

극작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수십 명씩 작품을 보내오지만 그중에서 무대를 알고 희곡을 쓴 경우는 별로 많지 않다. 희곡이 시나 소설과 어떻게 다른가를 먼저 깨쳐야 될 것 같다. 이번에도 예심을 거쳐서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백선 작), 유형지(윤선필 작), 바다를 향하는 사람들(이대영 작)3편이었다. 과년에 비해서 세 작품 모두가 상당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백선 작 이 조금 뒤졌다. 도굴꾼의 이야기인 의 경우 구성이나 대사는 괜찮았으나 끝 부분 처리가 극적이지 못하고 통속적인 감을 주었다. 결국 나머지 두 작품이 팽팽한 대결을 벌였는데 이대영의 바다를 향하는 사람들유형지를 누를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문학적 소양과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존재확인에 대한 끈질긴 집념 때문이었다. 근대화의 음지를 조명한 문선필의 유형지도 극적 구성이 돋보인 수작임에는 틀림없으나 신선한 감각 없이 접근한 것이 결정적 흠이었다.

물론 바다를 향하는 사람들도 결점이 없지 않았다. 우선 등장인물들의 뿌리와 열매가 다른 점이 커다란 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은 것은 극작가로서의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극작가 이대 영의 탄생을 세상을 알린 작품으로 198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당시 그는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4학년이었다. 이후 작가 본인이 2003년에 직접 연출하면서 일부 개작하여 극적 완성도를 높였다.

극의 배경은 동해 바닷가, 낚시꾼들을 위한 민박용 숙소이다.

시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명기하지 않은 것은 공연 시에 그만큼 폭넓은 접근을 허용하고자 하는 작가의 배려이다. 때는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옮겨가는 시기의 어느 깊은 밤이다. 스산하게 바람이 부는 가운데 모녀가 조용히 얘기를 나누고 있으나 그들의 대화 속에는 뭔가 커다란 일이 곧 터지고 말 것 같은 불안감과 서서히 밝혀지게 될 어떤 비밀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극이 진행됨에 따라 의인화된 바람과 파도가 점차 거세어진다. 작가는 거센 바람과 거친 파도가 인간에게 주는 심리적인 효과를 탁월하게 활용함으로써 결말부에 보이는 다소 파격적인 극적 리얼리티 문제를 가능한 사건으로 받아들이도록 차근차근 펼쳐나간다. 극의 전개는 태풍이 휘몰아칠 때마다 정신병원에서 탈출하여 나타나곤 했던 아버지가 언제 느닷없이 나타날까에 대한 두려움을 점증시키면서 추리기법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떠올릴 수도 있겠으나, 오이디푸스 왕이 주인공 오이디푸스를 둘러싼 정보와 이에 대한 의구심을 덮어두지 않고 끝까지 밝혀내려는 오이디푸스의 심리에 표적을 맞춘 언어적 접근인 반면 바다를 향하는 사람들에서는 보다 역동적이고 시각적인 형태로 전개된다. 즉 모녀가 두려움에 떨며 처음 문을 열어준 것은 아들이었고, 그 다음은 간호사1, 그 다음은 간호사2,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등장하면서 미쳐 날뛰는 바람과 파도에 맞춰 아들과 아버지의 애증병존 적 광기가 무대를 송두리째 죽음의 나락으로 휘몰아 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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