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대영 '환생경제'

clint 2018. 8. 16. 14:30

 

 

 

이 작품은 모 야당의 연수회 프로그램의 하나로 공연된 촌극이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그것을 바탕으로 새롭게 예술성에 비중을 두고 씌어진 작품이다. 시사성이 강하고 풍자적인 이런 종류의 극은 당시에는 매우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만 - 물론 이 작품처럼 제반측면이 짜임새가 있을 경우에 한하지만 - 작품으로서의 수명이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사풍자극이 지니는 이러한 양면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작가이기에 시공을 초월한 보편성을 획득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 작품의 모태가 된 촌극을 읽은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어느 부분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예술성은 강화된 대신에 풍자의 신랄한 맛은 줄어들었으리라고 짐작된다.

환생경제는 제목 그대로 죽어가는 노가리(가장)와 박그내(아내)의 막내아들인 경제가 저승까지 갔다가 되살아난다는 얘기다. , 현 정권이 들어선 이래 날로 힘들어가는 경제를 회생시키려는 국민들의 여망을 다룬 것이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는 아주 간단한 극 구조를 지닌 듯 보이지만, 이 간단한 구조 속에는 갖가지 풍자와 조롱, 해학, 언농, 유행가, 기발한 개그, 패러디 따위를 종횡무진으로 구사하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가운데, 국민들의 가슴속에 누적된 정부와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속 시원히 까발리고, 직간접적으로 조롱하고 성토함으로써 카타르시르를 만끽하게 하면서 또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국민 모두가 힘찬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보다 보편적 인 것들을 다소간만 첨가한다면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이 주는 항구적인 생명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극은 한 노인이 막을 열고 닫는 틀 속에 다음과 같은 인물들이 현 정권에 관련된 각종 인물들의 특색 - 주로 최고 통수권자이지만 - 과 과오를 차례차례로 폭로하며 등장하지 않는 주인공 경제의 죽음과 부활(환생)로 이뤄지는 정점으로 치닫는다실질적인 남자주인공 노가리가 누구를 빗댄 것인지는 누구나 다 알 것이다. 해설자가 읽는 책 환생경제에 실린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풍자한 구절 중 대통령직도 못해먹겠다고 하니 직업 귀천 없는 나라라거나, 저승사자가 노가리를 잡으러 와서 당신 때문에 속이 상해서 자살한 사람이 아주 많다는 말, 또한 우리나라에선 일단 감옥에 갔다 와야 큰일을 한다는 노가리 자신의 말은 더욱 분명하게 현 정권의 핵심들이 운동권 출신이라는 것을 빗대고 있다. 또한 노가리 너도 조금만 더 노력하면 명태가 될 수 있다친구 번데기의 야유, 여기 저기 이민 가겠다고 난리도 아닌 현 세태를 통한 간접 성토, “밥이 없으면 그땐 무엇으로 살지? 정의로 사나?’ 라는 노가리의 장인의 말 속에 담긴 간접적인 비꼼, “자네 친구들 장난에 경제가 죽어가네라는 장인의 말 속에 담긴 이중의미 역시 노가리를 직간접으로 풍자하고 있다. “네가 건드린 여자가 어디 한둘이냐! 홍단이 청단이 초단이 하여간 네 말발에 넘어가지 않은 여자는 없었어." 이 말 역시 적어도 절반은 그를 가리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시사풍자에 대한 관심은 대사에 기가 막히게 녹아 있다. 필자 나름대로 분석해보면 이렇다. 사실 몇 가지만 골라내는 것이지만, 거의 전부가 이런 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풍자 우롱당한 노가리에게 보편성을 부여하기 위해 작가는 술을 좋아하고 유머가 있으며 돈이 없어 절전된 날 밤 촛불을 들고 - 물론 이것은 촛불시위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 흘러간 유행가를 부르게 하는 등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이런 노가리의 아내는 박그내 - 비슷한 발음만 봐도 독자(관객)는 누구를 모델로 삼고 있는지 알 것이다. 드라마 속의 그녀는 착한 현모양처지만 저승사자와 맞대결해서 때려잡는 등 몇몇 부분에서는 매우 뚝심이 센 여자로 나온다. 물론 박그내와 노가리를 부부로 만든 것은 국가의 발전을 희구하는 작가의 잠재심리가 여야의 상생화합을 소망하는 형식으로 드러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친정아버지는 가난과 싸워 이기는 것이 내 정의요 결백이었다.”는 말이나, 총을 맞고 죽을 때 난 괜찮아. 경제는 어떤가라는 말은 구태여 언급하지 않아도 그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고도 남을 일이다.

 


 

 

 

노가리의 두 친구 번데기와 깍두기는 각각 자칭 풍수지리학 전공의 고아출신 대학교수와 운동권 출신의 무식하기 짝이 없는 현정권의 관료로 나옴으로써 풍자극의 묘미를 북돋우는 조연급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번데기는 곡학아세하는 정권의 모리배 학자들을 풍자한 것이고, 깍두기는 386 운동권 출신을 대변한다. 번데기는 깍두기의 무식함을 번번이 놀리면서도 깍두기가 노가리에게 새로 마련된 위원장 자리(차관급)를 주자 자기가 그 자리를 맡겠다고 나대지를 않나, 막내 경제가 제 형제들과 돌림자(백성 민)가 다른 것을 들어 박그내가 노가리 몰래 딴 사내와 사통하여 낳은 자식이 아니냐고 넘겨짚는다든지 가짜 저승사자를 풀어 이사 가게 하여 새집은 노가리의 명의로 하라는 동 훈수를 하며 좌충우돌 하지만, 이기적이고 잔머리를 잘 굴리며 곡학아세하는 지식인의 풍모를 약여하게 보여준다.

인명재천운명재천으로 말하고 신밧드의 모험신밧드의 보험으로 말하는 무식으로 중무장된 깍두기는 외양과 말투가 영락없는 조폭이다. 그런 그에게 5천년 역사바로세우기 위원장직은 적합여부를 떠나 한없이 소극적이다. 어느 날, 폼 잡고 나타난 그는 노가리에게 남북통일을 위한 한민족 상호간 증오심 거두기 운동본부 산하 웃음 되찾기 부설 민족민주 개그 위원회 위원장이라는 - 인류역사 이래 이토록 웃기고 감동적일 정도로 긴 직함은 없었다고 단언한다. - 직책을 천거하면서 너 북쪽에 사는 배추처럼 생긴 양반 사정없이 웃길 수 있지? (중략) 좌우간 남북대화만 잘 성사시키면 나머지는 갱판 쳐도 된다.” 며 그 다운 말투로 변설을 늘어놓는다. 그는 민족 신화까지 바꾸려 함으로써 소극의 극치를 달린다. ‘단군할아버지도 뒤를 캐면 뭐가 나올 걸? 하며 거드름 떨던 깍두기가 번데기에게 근데 넌 고아잖아, 더 이상 캘 것도 없잖아하고 소리치는 장면과, 그것을 들은 번데기가 욕인지 칭찬인지 구분하지 못하다가 결국 고맙다고 받는 대목에서는 웃기다 못해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박그내의 친구들은 또 어떻게 풍자극의 묘미를 살리고 있는가? 차떼기로 돈을 번 사람의 부인답게 이름마저 차태기인 이 여자는 직책이 부녀회장이니 어느 야당의 정치인(정당)을 의미한다. 차태기는 잘 나가는 여자 후배인 지화자 - 강남 부자들 혹은 경제인들을 상징하는 인물인데 - 가 제사음식으로 사 보낸 것을 자기가 산 것처럼 생색을 내다가 지화자가 나타나자 들통이 나서 망신당하고, 지화자의 가슴을 더듬으며 실리콘은 안 터졌네.”라며 푼수를 떨고, 박그내에게 이혼을 하라고 충동질 하다가 그 소리를 들은 민주에게 아줌마나 이혼하라는 질책을 받고 되받아치려다 그래서 아줌마는 차떼기로 부자 되어서 좋으세요7’라는 결정타를 맞는다.

셋 중 가장 연하인 지화자는 돈이 많아서 비 엠더블류를 타고 다니며 여류명사노릇을 하면서 지화자 좋을시고 저 잘난 멋에 산다. 경제가 죽어 문상 오는 자리에도 화려하기 짝이 없는 옷을 입고 나타나는 그녀지만 불현듯이라는 삽상한 어휘를 구사하는 무드있는 여자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다리를 절면서도 영업용 택시를 끌며 가정 경제를 지탱해나가는 건실한 민생, 노가리가 홍단이와 바람이나 집을 나간 후 홍단이 아줌마와 함께 지낸 적도 있고, 대학을 못간 것에 대한 한풀이로 외할아버지를 탓하고, 엄마에게 대들다가 오빠(민생)에게 혼쭐이 나고, 엄마 아빠는 이혼했어야 모두가 행복했을 거라고 마음 내키는 대로 퍼부어 대는 철딱서니지만 아빠 엄마사이의 말전주도 돼주고, 경제의 위기에 눈물을 흘리는 아빠를 위로해주는 따뜻한 딸이기도 하다. 민생과 민주는 풍자극의 약점을 충실히 보완해주는 사실적인 인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함으로써, 극에 견고한 리얼리티를 부여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 밖에 저승사자와 가짜 저승사자의 설정은 예측불허의 극적 재미를 부여하는 한편, 극이 풍자위주로 흘러가며 단선적으로 흐를 위험성에 대한 적절한 제동장치 구실을 하고 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영욱 '남은 집'  (1) 2018.08.18
이대영 '바다를 향하는 사람들'  (1) 2018.08.17
윤대성 '혁명과 사랑'  (1) 2018.08.15
김현묵 '디오니소스2000/ 나비의 꿈’  (1) 2018.08.14
최은옥 '평강의 푸른 피리'  (1) 2018.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