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현묵 '디오니소스2000/ 나비의 꿈’

clint 2018. 8. 14. 12:16

 

 

극단 동인의 창단공연인 디오니소스2000세기말 장자/나비의 꿈은 배배 꼬인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케 한다.

이 작품의 모티프는 장자의 `호접몽'

에피소드는 앞뒤를 빼고도 8()으로 구성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어머니. 이 때문에 여성에 대해 피해 잠재의식을 갖게 된 성운은 아내 혜진과 애인 세희에 관한 겹겹의 악몽을 꾸고. 연극은 벗겨지지 않는 고리로 묶인 비극적 가족사, 그리고 무의식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다하지만 후반부의 지나친 꼬임으로 재미있는 실험극을 지향했다는 말 (/연출 김현묵)은 설득력을 잃는다.

 

 

 

 

 

평온한 성운의 집안. 성운은 일에 지쳐 돌아오고 소파에 기대어 잠이 든다. 성운의 악몽이 시작되는 것이다. 꿈에서 아내가 정신과의사로 나온다. 꿈속의 아내를 정신병자가 되게 한 성운은 의사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숨겨 놓은 애인이 전화걸고아내는 실성을 하고

6년 전 존속상해로 어머니를 죽게 만든 아버지는 복역 후 다시 성운을 찾아 온다. 그러나 아버지는 사사건건 성운을 괴롭힌다. 의사는 단순히 남편의 외도로 그의 아내가 미쳤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성운에게 더 큰 문제가 있음을 직감한다. 그러나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의사를 중심으로 기괴한 장면들이 연출되지만 순간, 의사는 꿈에서 깨어난다.

앞의 모든 상황이 의사의 꿈이었던 것이다. 마침내 성운은 모든것을 고백한다.

술집 여자인 세희와의 만남과 사랑하게된 동기 등등……

성운은 남자로부터 고통받는 모든 여자를 자기 여자로 거느리고 싶어 하는 무의식을 갖고 있음이 밝혀지고 그 원인은 바로 일생을 폭력에 시달리다 죽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임이 드러난다. 그런데 갑자기 실어증에 걸렸던 혜진이 말을 한다. 진짜 미친 이유는 딴 데 있었다. 아버지는 혜진이 성운을 망쳤다며 혜진을 강간했던 것이다.

무대는 다시 평온한 성운의 집. 성운은 악몽에서 깨어나 거실로 나오지만 아버지와 아내가 다정한 연인처럼 적나라한 정사를 벌인다. 결국 성운은 꿈속의 꿈, 다시 꿈으로 이어지는 악몽에 시달린 것이다.

 

 

 

 

이 작품의 모티브는 널리 알려져 있는 장자의 호접몽 胡蝶夢이다.

호접몽은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는 꿈 속에서 장주(莊周)가 나비인지 나비가 장주인지 구별을 못하였다는 뜻으로, 피아(彼我)의 구별을 잊는 것이나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비유하는 데 쓰이며, 때로 인생의 무상함을 비유하여 말하기도 한다. 본 작품은 동양적 세계관의 일단을 내비치는 이 일화에 서양의 존재론적 탐구인 프로이트와 칼 융의 이론을 접목 시켜, 현실분석과 함께 그 현실에 대응하는 인간의 자의식과 무의식을 심도 깊게 탐구해 보고자 한다. 인간은 괴로운 현실에 직면했을 때 '이것이 악몽에 불과하다면'이라는 자위를 하곤 한다. 그러나 냉엄한 현실은 뚜렷한 출구 없이 지속된다. 현실적 공간의 삶과, 꿈이라는 자유로운 상상력의 공간에서 드러나는 무의식을 대비시켜 현시대의 내적 현실과 삶의 근본적 의미를 성찰해 보고자 한다.

 

문명사적 전환점인 세기말을 앞두고 세계는 총체적 혼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불안의 기류가 증폭되며 정체성의 혼돈과 인간성 해체의 극단적 현상을 낳고 있다. 본 작품은 당대로 한정된 시공간의 단순 현실을 뛰어넘어 인간의 미래에 대한 반성과 전망을 적극적으로 도출하고자 한다. 가족 해체라는 구도 속에 인간성 해체의 실상을 효과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세기말의 존재가 내면에 담지해야 할 진정한 가치관을 진지하게 모색한다. 결과적으로, 현대인의 자의식과 무의식, 사랑과 죽음, 생명에 대한 인식을 깊이 들여다 봄으로써 인간과 세계에 관한 본질적 질문을 21세기의 화두로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대영 '환생경제'  (1) 2018.08.16
윤대성 '혁명과 사랑'  (1) 2018.08.15
최은옥 '평강의 푸른 피리'  (1) 2018.08.12
최은옥 '머나먼 알라스카의 오두막'  (1) 2018.08.11
박근형 '빨간 버스'  (1) 2018.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