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루이자 메이 올코트 '작은 아씨들'

clint 2018. 5. 21. 18:21

 

 

 

100년 전에 쓰여진 소설이 아직도 추천도서라는 것, 그리고 여전히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연극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 내용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만든다. SF 같은 놀라움이나 대중소설 같은 자극적인 장면은 없을지라도 이 소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꾸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네 자매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된다. 메그, 조, 베스, 에이미는 개성이 강한 네 자매이다. 허영심 강하고 화려한 부자들의 생활을 동경하면서도 동생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예쁜 메그, 집안에서 장남 노릇을 하면서 늘 기발한 상상력과 직설적 말투로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는 문학소녀 조, 학교에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수줍움이 많지만 가족들과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작은 천사 베스, 스스로 우아하고 고상하다고 생각하며 잘난 척을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이다운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예술가 에이미! 이 네 자매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사랑하는 부모님과 이웃 저택 사람들, 그리고 많은 친구들과 교감을 해나가면서 자신들의 개성을 한층 성숙시킨다. 물론 아직 어린 십대 소녀들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욕심이 앞서거나 가난한 삶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따뜻한 말로 위로해 주는 엄마와 기분 전환을 확실히 도와주는 이웃 저택의 로리가 곁에 있어 소녀들은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면서 이 소녀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작은 아씨들』은 이 네 자매를 중심으로 쓰여진 가정소설입니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들이 총 23장에 걸쳐 소개되고 있다. 그 안에는 가족애뿐 아니라, 우정, 남녀간의 사랑, 미래의 꿈, 가난과 부유함, 건강 등 다양한 소재들이 담겨 있다. 『작은 아씨들』은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어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여운이 느껴진다. 특히 주변에서 본 것 같은 네 자매의 모습은 '아,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들고,. 그래서 한 번 읽은 사람들은 언젠가 다시 한 번 이 책을 찾게 된다. 『작은 아씨들』은 지금도 수많은 영화와 뮤지컬, 연극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개성이 강한 네 자매는 책 속에서 뿐 아니라, 영화 연극 같은 종합 예술에서도 그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작은 아씨들>로 유명한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코트. 그녀는 이상은 높았지만 가족 경제에는 전혀 무능했던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 경제를 책임졌던 헌신적인 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 브론슨 올코트는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스스로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주입식 교육 대신 소크라테스 식의 대화 지향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깨닫고 이를 실현하려고 애쓴 이상주의자였다. 그러나 그가 몇 차례 설립한 학교들은 번번이 문을 닫아야만 했으며 그 결과 가족들은 엄청난 빚을 지게 된다. 실생활에서는 무능했던 아버지 대신 어머니와 네 딸들은 마치가의 소녀들처럼 부지런히 일하면서 돈을 벌었다. 루이자는 바느질 등 허드렛일부터 연극배우, 하녀, 가정교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브론슨 올코트는 딸들을 개방적으로 키웠으나 동시에 순종적이고 착한 성품의 여성상을 강요했다. 게다가 금발머리가 갈색머리보다 더 천사 같은 성품을 지니고 있다는 미신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 갈색머리였던 아내와 둘째 딸 루이자의 강하고 고집스런 기질을 꺾으려고 애썼다. 루이자는 그런 아버지의 믿음에 따라서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나 루이자는<작은 아씨들>의 둘째 딸 조처럼 상상력이 풍부하고 성미가 급했으며, 무엇보다도 글을 쓰고 싶어했다. 조가 꿈꾼 비극적이고 멜로드라마적인 세계는 루이자가 실제로 꿈꾼 세계이기도 했다. 그녀는 고딕소설이나 로망스와 같은 강렬한 감정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작은 아씨들 (Oxford Children's Classics)
이 작품에서는 늘 두 가지 요소들이 깔려있다. 가족에 헌신하는 도덕적인 삶에 대한 믿음과 강하고 열정적인 여성 자아에 대한 열망. 이 두 가지는 때로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결론에서는 하나로 합쳐졌다. 루이자가 17세 때 처음으로 쓴 소설<아주 특별한 사랑>은 언뜻 보기에 평범한 순정만화 같다. 가난한 고아라는 ‘천한’ 신분이지만 아름답고 착한 성품을 지닌 에디스는 갖은 시련을 겪은 끝에 자신이 귀족의 신분임을 알게 되며 사랑까지 획득한다. 착한 에디스 주변에는 에디스 만큼이나 착하고 자상하며 첫사랑을 이루지 못한 아픔을 지닌 남자와, 그와는 반대로 에디스의 미모 때문에 그녀를 노리는 건방지고 미숙한 남자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공식을 따르는데, 그 공식은 소녀지향적인 세계관을 대변한다. 즉 선한 감정을 베풀 줄 아는 감성적인 소녀 에디스가 아픔을 지닌 선량한 남자의 과거를 치유함으로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공식이다. 사랑, 신분상승과 존경할 만한 성품까지 갖고 싶어 하는 17세 소녀 루이자의 세계는 현대를 살아가는 소녀들이 꿈꾸는 세계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소녀들이 가정적인 여성이 되어가는 다소 구식의 틀을 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작은 아씨들>이 현대에서도 여전히 인기를 끌면서 영화나 드라마로 여러 차례 각색되는 이유는 이 소설이 소녀적인 기질들을 골고루 나누어 갖고 있는 마치가 자매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흥, 크리스마스, 그래, 선물도 없는 크리스마스가 어디 있담.’ 조는 융단 위에 누워서 투덜거렸다.”
<작은 아씨들>의 서두를 장식하는 인물은 둘째딸 조다. 나무 위에 올라가서 사과를 먹으며 글쓰기를 즐기는 '톰보이(tomboy)'이자, 드레스의 등을 태워버려서 벽에 기댄 채 파티를 구경하면서도 즐거워하는 조는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또한 당대 소녀들이 좋아할 법한 주체적인 여성상을 대변한다. 반대로, 귀엽지만 허영심 많고 귀가 얇은 넷째 딸 에이미는 갑작스런 행운으로 인해 부유한 삶을 누리고픈 소녀들의 또 다른 꿈을 보여준다.
소녀들의 성격뿐만 아니다. 마치가의 풍경은 그 자체로도 여성들의 공동체가 지닐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을 잘 보여준다. 푼돈조차 아끼면서 열심히 노동하는 소녀들의 모습은 가정경제에 쉽게 편입하기 쉬운 여성들의 위치를 잘 보여준다.
또한 ‘조의 뜨개질바늘이 내는 달각거리는 소리, 메그의 오래된 포플린 드레스, 베스가 신성하게 다루는 낡아 버린 피아노, 에이미의 석고상’과 같은 아이템들은 여성독자들에게 일상적인 친밀감을 환기시키는 물건들이다. 이들이 자만과 허영심에 빠져서 모험을 했다가 실패하고, 또 성장하는 모습은 소녀독자들의 성장패턴과 유사하다.
루이자는 마치가 소녀들의 세계를 긍정한다. 여성참정권운동의 열렬한 옹호자이기도 했던 루이자는, 부유한 로리와 그의 할아버지가 부러워할 만한 속성을 '아버지 없는' 마치가에 불어넣었다. 로리와 그의 할아버지는 (루이자의 아버지 브론슨 올코트가 강조한 바 있는) 가정에 헌신하는 순종적인 모습보다는, 오히려 네 명의 자매들이 지닌 영속적인 자매애와 감성적인 모습들, 그들이 지향하는 도덕적인 세계를 부러워한다.
이는 루이자의 다른 작품<사랑스런 포리>(원제: An Old-fashioned Girl)에서도 변주된다. 도시적인 유행을 잘 따라가지 못해 ‘촌스럽다’는 소리를 듣고 살지만, 야무지고 성실하게 생활을 이끌어나가는 폴리의 모습과 폴리가 만나는 여성예술가집단의 모습이 그것이다.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면서 이들의 감성은 어른들의 세계로 편입되면서 서서히 퇴색된다. 조에게 기댔던 베스의 죽음, 그리고 메그의 결혼은 해피엔딩이라기보다는 다소 비극적으로 처리됨으로써 이들 세계의 종말을 선언한다.
물론 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조는 메그의 결혼에 대해 “나는 내 자신이 메그와 결혼해서 그녀를 가족 안에 계속 두고 싶었을 뿐이야”라고 말한다. 이런 조의 결심을 존중하기 위해서 작가는 독자들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조가 로리의 구애를 애써 거절하도록 설정했다. 그리고 어머니는“옳아, 조. 불행한 아내나 신랑감을 찾으려고 뛰어다니는 처녀답지 않은 여자들보다는 노처녀가 훨씬 낫지”라고 말하면서 조의 마음을 지지한다. 이처럼<작은 아씨들>은 헌신성과 희생의 미덕, 그리고 가장에 대한 맥 빠진 향수를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녀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아이템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자매들의 공동체에 나름의 장점을 부과하는 정치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루이자가 썼던 많은 소녀취향의 소설들은 이후 여성들에 대한 교육이 대중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출현한 소녀독자들과 그녀들이 소비한 이른바 ‘소녀들의 학교 이야기’ 시리즈에 많은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루이자 메이 올코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