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 '어느 계단 이야기'

clint 2018. 5. 18. 19:12

 

 

 

스페인 희곡 작가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흐의 대표적 리얼리즘 작품.

마드리드의 연립주택 계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중·하류층 젊은 청춘들의

사랑이야기인 이 작품은 어려운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결국 좌절하고, 그 속에서 겪는 사랑과 증오, 화해와 갈등, 시기와 질투가

끊임없이 되풀이됨을 보여준다. 스페인이 배경이지만 우리나라의 독재정권

시절이나 어렵고 힘든 시절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서울 변두리의 어느 작은 연립주택을 배경으로 상정해도 무리가 아닌 듯 싶다”.

 

 

 

 

 

 

스페인 희곡의 거장 바예호 대표작 한국 초연 스페인 내란을 배경으로 3대에 걸쳐 살아가는 인물들의 빼어난 심리 묘사로 세계적인 화제작으로 부상한<어느계단 이야기>는 스페인 희곡의 거장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Antonio Buero Vallejo)의 대표작이다. 1949년 스페인 극장에서 초연, 187회 연속 공연 기록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에는 역부족인 중하류층의 일상생활을 생동감 있게 전해줌으로써 어두운 사회 실상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총 3 막, 어느 허름한 연립주택의 계단
1막 첫 번째 계단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떠날 수 없는 사람들 :
홀아버지의 무남독녀인 엘비라, 홀어머니의 외아들인 페르난도,

철도공무원인 아버지 그늘 아래서 어머니와 건달오빠 페페와 사는 카르미나, 

걸걸한 성격의 소유자인 파카와 잘못된 딸 로사를 못 마땅히 생각하면서도

아버지로서의 정 때문에 조용히 딸을 돕는 후안, 그리고 그의 장남이면서

노동자인 우르바노. 한 연립주택의 1호문, 2호문, 3호문, 4호문을 차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잘생겼지만 게으른 낭만주의자인 페르난도와

현실적이지만 희망이 없는 우르바노는 친구 사이. 상대적으로 부유한 편인

엘비라는 아버지를 이용해 잘생긴 페르난도를 차지하려고 하지만

페르난도는 아름다운 카르미나를 사랑한다. 페르난도는 카르미나에게

이 구질구질한 연립주택을 떠나자며 장미빛 미래를 약속한다.

 

 

 

 

2막 두 번째 계단 삶은 진화하지 않는다, 다만 반복될 뿐이다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페르난도의 어머니와 카르미나의 아버지, 엘비라의

아버지가 죽어나갔을 뿐 이 연립주택의 사람들은 그다지 변화가 없다.

카르미나에게 사랑을 약속했던 페르난도는 결국 현실에 굴복하여

돈 많은 엘비라와 결혼하고, 배신당한 카르미나는 곁을 지켜주는 우르바노와

사랑없는 결혼을 하게 된다. 그 사이 자유분방한 로사와 바람둥이 페페, 트리니 등

주변 인물들의 자잘한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희망 없는 생활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3막 세 번째 계단 그러나 삶은 계속된다.
또 다시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페인트 칠을 새로 했을 뿐 낡은 연립주택과

그 안의 사람들 역시 변함이 없다. 페르난도와 엘비라 사이에서 난 아들

페르난도와, 카르미나와 우르바노 사이에서 난 딸 카르미나가 자라 성숙해지고,

이들은 부모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연애를 시작한다. 서로 맞닿지 못했던

부모들의 애정은 배신과 절망, 혐오와 비난으로 어긋나 있지만

두 젊은이는 사랑을 약속한다.
“카르미나,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앞으로 십장이 되어 돈을 많이 벌 것이고

즐겁고 깨끗한 가정을 꾸밀 거야. 여기서는 멀리 떨어진 곳에.

나는 공부를 더해 이 나라 제일 가는 기술자가 될 거야….”

아들 페르난도는 딸 카르미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20년 전에 페르난도가 카르미나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말로

새로운 약속을 하며 둘은 입 맞춘다.

 

 

 

 

 

30년간 3대에 걸친 주인공들의 좌절된 삶을 통해 스페인의 어두운 사회적 현실을

잘 보여준다.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결국 좌절하고 그 속에서 겪는

사랑과 증오, 화해와 갈등, 시기와 질투가 끊임없이 되풀이됨을 보여준다.

힘든 현실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청춘들의 꿈과 약속,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매정한 현실과 스스로의 한계로,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코 자신들의 현실의 굴레를 떠나지 못하며 좌절하고

결국 꿈과 사랑을 포기하는 서민들의 상처로 남는다

 

 

 

   Antonio Buero Vallejo

 

스페인 이야기라고 하지만 우리 50년대 이야기라고 해도 하등 이상할 일 없다. 그리고 이 작품의 제목  <어느 계단 이야기>도 참 적절해보인다. 평생을 꼭대기까지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는 사람에게 가난의 푸념은 계단에서, 그것도 계단꼭대기에 거의 다 왔을 즈음일 것이다. 그것들을 정리하면 대체로 이럴 것이다. 젊어서는 그 계단을 다시는 밟지 않고자 하는 막연한 기대를 다짐할 것이고, 늙어서는 적어도 내 자식에게만은 이 계단을 벗어나게 해주고 싶은 더 간절한 소망을 담은 푸념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희망과 기대는 평생 변함없는 낡은 계단과 마찬가지로 이루어지지 않고 거짓말같이 반복된다. 그래서 가난의 풍경 속에는 현재와 과거가 공감각적으로 공존한다. 지긋지긋한 반복으로. 가난을 잘 아는, 그래서 가난에 대해서 섣부른 희망을 배제하고자 하는 이 작품은 슬프다. 그러나 가난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어 눈물을 뺄 정도로 강렬한 자극은 없다. 정말 막막한 가슴으로 남의 이야기인 듯, 자신의 기억들을 들여다보게 하는 묘한 이중성을 갖게 한다.

 

국립극단 공연 2006.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