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셰익스피어 '십이야'

clint 2018. 5. 13. 10:35

 

 

 

 

1600년의 작품. 십이야란 크리스마스로부터 12일째에 해당하는 1월 6일을 의미하는데, 이 희극은 1601년 1월 6일 이탈리아의 오시노 공작을 환영하기 위하여 엘리자베스 여왕 궁정에서 초연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탈리아 계통의 설화에서 취재한 것으로, 똑같이 닮은 남녀 쌍둥이인 세바스찬과 바이올라는 배가 난파하여 서로 헤어지게 된다. 바이올라는 남장(男裝)을 하고 오시노 공작의 집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사랑의 사자가 되어 일리야 성의 올리비아 백작부인에게 심부름을 가게 된다. 올리비아는 바이올라를 남자로 알고 사모의 정을 보낸다. 그러나 바이올라는 오시노 공작을 은근히 사랑한다. 이윽고 바이올라의 쌍둥이 형제인 세바스찬이 나타나자 올리비아는 그를 바이올라로 잘못 알고 결혼식을 올힌다. 마지막에는 모든 일이 판명되고 결국 바이올라는 공작의 아내가 된다. 극 중에서 청교도적 위선자인 말볼리오를 주정뱅이 노기사 토비 벨치 등이 조소를 퍼붓는 멋있는 장면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곡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일리리어의 오시노 공작은 올리비어에 대한 사랑에 빠져있다. (그가 과연 올리비어에 대한 사랑이 빠져있는지, 아니면 '사랑에 빠짐에 대한 사랑에 빠짐'의 상태에 있는지는 정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올리비어는 공작의 구애를 거절하는 구실로, 얼마 전 죽은 오빠에 대한 7년간의 애도를 하는 동안에는 사랑을 할 수 없다고 변명한다. 바이올라가 일리리어에 도착한다. 선장의 도움으로 풍랑에서 살아난 바이올라는 오빠가 죽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녀는 일리리어의 영주 오시노의 하인으로 당분간 일할 것을 결심한다. 올리비어의 숙부 토비 벨취 경의 친구인 앤드루 경도 올리비어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올리비어가 반응을 하지 않자 앤드루는 낙담해 있다. 바이올라는 남장을 하여 세자리오라는 이름으로 공작의 총애를 받게 된다. 바이올라는 공작에 대한 사랑에 빠졌다. 그런 바이올라에게 공작은 올리비에와 자신 사이의 사자가 되어 두 사람의 사랑을 중매하는 역할을 맡긴다. 세자리오(=바이올라)는 공작의 하인으로서 올리비어를 찾는데, 올리비어는 세자리오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올리비어는 심부름을 하고 돌아가는 세자리오에게 반지를 전하게 하여 자신의 마음을 암시한다. 바이올라의 오빠 세바스찬은 앤토니오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세바스찬이 일리리어로 가기로 하자, 그를 흠모하는 앤토니오도 그를 뒤따른다. 올리비어의 숙부 토비와 그의 친구 앤드루, 그리고 광대 등이 집안에서 소란을 피우자 집사 맬볼리오는 그런 광란을 그만두라며 앤드루에게 쫓겨날 수도 있다고 위협한다. 이에 토비와 앤드루는 앙심을 품는데, 하녀 마리어가 이에 가세하여 '청교도' 같지만 실은 '기회주의자, 바보 알랑쇠'일 뿐인 맬볼리오에게 골탕을 먹여주자고 간계를 짠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앤드루는 마리어에게 호감을 품게 된다. 바이올라는 공작에게 자신의 사랑을 암시하지만, 공작은 알아듣지 못한다. 그는 '남자란 자화자찬해봐야 여자보다는 바람기가 심하여 들뜨기 쉽고, 사랑도 하지만 변덕도 심하여, 반하기도 잘 하지만, 금방 권태가 나서 싫어하곤' 한다고 말한다. (셰익스피어가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다' 라고만 한 것이 아니라 남성의 약점도 지적했음을 보여준다) 공작에게 불려온 올리비어의 광대는 상사병으로 죽은 사람에 대한 노래를 부른다. 공작은 바이올라에게 다시 한번 올리비어한테 가서 설득해보라고 한다. 공작은 이렇게 말한다. '여자의 가슴은 지금 내 마음 속에 고동치고 있는 격정을 당해낼 순 없어. 이만큼의 애정을 감당할 만한 여자의 가슴은 없어. 그만한 포용력이 없으니까. 아! 그들의 애정은 식용 같다 할까… 간장의 작용이 아니라, 입맛의 작용이니까… 그러니까 체하고, 물리고, 구토를 일으키기 마련이지. 그러나 내 애정은 굶주린 바다같이 탐욕스럽고 소화력이 왕성하거든. 내가 올리비어를 사랑하는 마음을, 여자가 날 사랑하는 애정에 비해서야 되나.' (이 대사는 공작이 자아도취에 빠져있음을 보여준다. 올리비어의 인격을 존중하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고, 그래서 실은 그가 대상에 대한 사랑보다는 자신의 사랑감정에 대한 사랑에 빠져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토비와 앤드루, 마리어 그리고 올리비어의 시신 페이비언까지 가세한 일당은 맬볼리오에 대한 장난을 시작한다. 마리어는 맬볼리오에게, 올리비어가 맬볼리오를 사랑한다는 언질을 주어둔 상태다. 게다가 맬볼리오는 마리어가 써서 일부러 던져놓은 편지를 주워 읽고, 이 편지를 올리비어가 자신에게 쓴 사랑의 편지로 생각하고 이 편지에 적혀있는 대로 (실은 우스꽝스럽게) 행동하려고 한다. 바이올라는 올리비어의 집에 와서 광대를 만난다. 바이올라는 광대가 바보짓을 하고 있지만 실은 영리하다고 생각한다. '바보 역을 잘 하기에도 재치가 있어야 하거든. 농을 거는 상대방의 기분이나, 인물이나, 시간을 잘 분간해야 하니까.' 올리비어는 바이올라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이런 고백은 당대의 습속에서는 이례적인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었던 듯 하다. 올리비어의 이런 대사를 보라 : '여자가 먼저 구애를 한다 해서, 거절해야 한다는 구실은 내세우지 마세요.') 그러나 바이올라는 정중히 거절한다. 앤드루는 올리비어가 바이올라에게 호감을 보이는 것에 약올라 한다. 토비는 앤드루에게, 바이올라에게 결투를 신청하라고 부추긴다.
세바스찬과 앤토니오가 일리리어에 도착한다. 앤토니오는 이전에 공작과의 전쟁에 참가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은신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세바스찬에게 사고 싶은 물건을 사라고 돈지갑을 준다. 마리어는 올리비어에게 맬볼리오가 미친 것 같다고 한다. 실제로 나타난 맬볼리오의 이상한 행위들을 보고 올리비어도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토비와 마리어, 페이비언 등은 맬볼리오를 놀린다. 앤드루는 바이올라에 대한 결투 도전장을 써온다. 올리비어를 다시 찾아온 바이올라는 올리비어의 구애를 다시 한번 정중히 거절한다. 하지만 올리비어는 포기하지 않는다.
토비는 바이올라와 앤드루 사이의 결투를 부추기느라 양자에게 상대가 검술의 대단한 실력자이며 노발대발해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바이올라는 결투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앤드루는 결투하기가 겁이 나서, 두 사람은 모두 결투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토비가 상대가 상처를 주지 않기로 약속했다면서 결투를 부추기고, 그래서 결국 결투가 벌어지려는 순간, 앤토니오가 나타나서 싸움을 말린다. 앤토니오는 바이올라가 세바스찬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Doppelgänger의 모티브) 이 때 경관들이 나타나 공작의 명령에 따라 앤토니오를 체포한다. 바이올라가 앤토니오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지 앤토니오는 배반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바이올라를 데려오라는 올리비어의 명령을 받은 광대는 세바스찬이 바이올라인줄 알고 그를 올리비어 집으로 데리고 온다. 세바스찬은 올리비어를 보자 마자 사랑에 빠진다. 마리어는 광대를 목사 토우패스로 가장시켜, 어두운 감방에 갇혀있는 맬볼리오를 광인 취급하면서 계속 놀려먹는다. 맬볼리오는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고 호소한다.
올리비어의 구혼을 받은 세바스찬은 신부 앞에서 결혼서약을 하겠다고 한다. 공작에게 발견된 앤토니오는 바이올라가 자신을 배반했다고 하지만, 공작은 바이올라가 지난 3개월간 자신 곁에 있었으므로 앤토니오가 말하는 인물일 수 없다고 한다. 이 때 올리비어가 오는데, 바이올라가 결혼서약을 모르는 일이라고 하자 올리비어는 공작 앞이라서 사랑을 부인한다고 하면서 바이올라가 비겁하다고 비난한다.
이 때 앤드루가 나타나 바이올라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바이올라는 물론 전혀 모르는 일이다. 앤드루가 바이올라인줄 알고 공격을 하니까 세바스찬이 방어를 하다가 일어난 일이었다. 앤드루가 퇴장한 후 세바스찬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바이올라와 세바스찬이 똑같이 생긴 것을 보고 신기해한다. 바이올라와 세바스찬은 서로를 확인하고, 그동안의 이상한 일들을 이해하게 된다. 공작은 이제서야 바이올라가 자신에 대한 사랑을 말한 뜻을 이해하게 되고, 바이올라와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올리비어와 공작은 맬볼리오가 보낸 분별있는 편지를 읽고 그를 석방하기로 한다. 풀려난 맬볼리오가 와서 예의 편지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행위를 설명하자, 페이비언이 그간의 장난을 고백하고, 장난치던 중에 토비와 마리어가 가까워져서 결혼했음을 밝힌다. (결국 맬볼리오를 희생양으로 삼아 마리어가 신분상승을 하게 된 셈이다. 마리어는 신분이나 행운이 아니라 능력으로 이런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마리어는 시민계층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공작과 올리비어는 같은 날에 공동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해피 엔드.

 

 

 

 

내가 굳이 '열두 번째 밤'이라고 생소한 제목을 붙인 이유는 '十二夜'라고 한문으로 쓰는 일본식 제목이 우리말과 맞지도 않고 원래의 뜻과도 다르기 때문에 아예 없애버리고 싶어서다. 이 작품의 원제목은 '열두 번째 밤, 혹은 당신의 뜻대로'(Twelfth Night, or What You Will)다. 그런데 일본식 제목 '십이야'는 헷갈린다. 한글로 읽거나 소리로만 들으면 '10 이란 말야!'라는 뜻이 된다. 또 '십'을 된소리로 읽으면 음란사이트에 쓰기에나 딱 좋은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는 이 공연 포스터에 언제나 '十二夜'라고 한문으로 쓴다. 그러나 그건 최근에 나온 홍콩영화 제목처럼 'Twelve Nights' 즉 '밤이 12개'라는 뜻이 된다. 세종대왕께서 좋은 글자를 만들어주셨건만 그걸 써서 발전시킬 생각은 안 하고 왜 남의 것만 갖다가 쓰는지... 정말 '어여쁜' 꼴이다.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 제목을 '열두 번째 밤'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학자들은 두 가지로 추측하고 있다. 옛날 이탈리아에서는 크리스마스 축제를 길게 잡았고 그 마지막 축제일이 바로 12일째 되는 날 밤, 즉 1월 6일이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는 아마도 이 작품을 1월 6일에 공연하려고 그렇게 붙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이 날을 동방박사들이 예수에게 찾아온 날로 에피파니(Epiphany)라 부르며 이교도적인 부분도 가미되어 모두 가면을 쓰고 변장한 채 일종의 '허가된 광란'을 즐기던 풍습이었다고 한다. 바로 그런 광란이 작품 속에도 다분히 나타나 있기에 '광란의 파티'라는 의미로 붙인 제목이라고도 한다.
이 제목 외에 부제로 붙은 'What You Will'은 해석이 좀 분분하다. 'As You Like It'과 비슷한 뜻이기도 하지만 앞의 제목과 연결하면 '제목은 네가 붙여라'라는 의미도 되고 동시에 '너도 신나게 즐겨라'는 뜻도 된다. 어떤 사람들은 이 두 가지를 합쳐서 '제목은 아무려면 어떠냐? 모두 신나게 즐기자'로 해석하며 셰익스피어가 당시 학위를 뽐내면서 되게 학구적으로 잘난 체 하던 작가 벤 존슨과 그의 일당을 놀리는 것이라고 우긴다. 그러니 우리도 어느 편을 들던 그야말로 '맘대로'하면 된다. 셰익스피어가 두 가지 중 맘대로 선택하라는 제목이 붙은 것은 이 작품뿐이다.
작품의 내용을 보면 환상, 속임수, 가면, 광증에다가 남녀가 사랑할 때 나타나는 별별 희한한 일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사랑의 헛수고'(Love's Labour's Lost), '베니스의 상인' 등에서처럼 여자가 남자옷을 입고 변장하여 '성이 바뀌는'(transvestite) 코미디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시대에는 남자 배우들이 여자 역을 맡았기 때문에 셰익스피어는 뭔가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여자 주인공이 남자로 변장하게 만들었다. 그러면 남자배우가 남자 역을 하게되니까 아주 편했다. 그런데 그 때문에, 엉뚱하게도, 모든 걸 섹스와 연결하려는 현대의 비평가들 그리고 여성운동가들이 이 작품에 대해서 아주 말이 많다.

 

 

 

'열두 번째 밤'의 대본은 셰익스피어가 죽은 뒤인 1623년에 처음 2절본으로 나왔다. 학자들의 다수결 의견은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1600년쯤에 써서 1601년쯤 처음 공연됐을 것이라고 한다. 이 시기는 셰익스피어 창작활동 기간의 중반에 해당된다. 또 4대 비극이나 진짜 이상한 '문제극'('심벌린', '겨울 이야기', '템페스트')보다는 앞서 쓰여진 작품으로 보는 의견이 거의 만장일치로 통하고 있다. 그나저나, 우리는 이 작품이 먼저냐 '끝이 좋으면...'이 먼저냐 하는 것에 대해서 이제 더 이상 따지지 말자!
앞에서 봤던 '끝이 좋으면 모두 좋다' 같은 작품은 인물과 줄거리 등에 나타난 여러 문제점 때문에 희극이냐 아니면 뭐냐 따지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거 따지는 일에 재미 붙이다보면 이 작품은 별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밍밍한 코미디로 보기 쉽다. 하지만 그건 순수한 착각으로 이 작품의 가치를 전혀 모르는 소리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과 함께 최고의 코미디로 본다.
우리가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느낀 일 중 하나는 두 작품이 한 세트를 이루는 경우가 몇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셰익스피어 같은 작가도 한 소재를 여러 번 우려먹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 보다는 '한 가지 소재를 다르게 전개했다'고 보는 게 좋다. 그래서 '끝이 좋으면 모두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와 '사랑의 헛수고'(Love's Labour's Lost)가 사랑의 노력이 결실을 이루느냐 마느냐로 다르고, '오델로'와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은 같은 소재가 비극과 희극으로 달라졌다. 그런 식으로 연결해서 보자면 이 '열두 번째 밤'은 역시 쌍둥이 이야기인 '실수연발'(Comedy of Errors)과 대조를 이룬다. 물론 '실수연발'은 초기작으로 단순히 웃기기 위한 소극인 것에 비해 '열두 번째 밤'은 인물, 대사, 줄거리 모든 면에서 단연 뛰어난 코미디다.
이 작품 역시 셰익스피어의 오리지널 창작은 아니다. 주요 소스는 1531년쯤에 나온 작가미상의 이탈리아 코미디 연극 '인가나티'(Gl'Ingannati 배신)로 쌍둥이 남매가 서로 헷갈리는 이야기와 비올라-올리비아-오르시노의 삼각관계가 들어있다. '인가나티'는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비슷한 내용과 제목의 작품이 1610년경까지 무려 세 가지나 나왔다. 또 1581년 영국에서 나온 바나비 리치(Barnabe Riche)의 '아폴리니우스와 실라'(Apollonius and Silla)에도 난파선, 쌍둥이, 여자가 남자로 변장하는 등 '열두 번째 밤' 플로트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서블플로트로 나오는 말볼리오의 이야기는 비슷한 소스가 몇가지 있지만 그 외 토비, 마리아 등의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창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