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셰익스피어 '뜻대로 하세요

clint 2018. 5. 13. 10:08

 

 

5막 22장으로 구성되었고, 1599년경의 작품이다. 1623년 간행되었다.

동시대 작가 T.로지의 소설《로잘린드 Rosalynde》(1590)에서 취재하였다. 동생 프레드릭에 의하여 추방된 공작은 소수의 부하를 데리고 아덴의 숲에서 살고 있다. 공작의 딸 로잘린드는 프레드릭의 딸 시리아와 친하기 때문에 궁정에 머무르고 있다가 청년 오란드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숙부의 미움을 받고 궁정을 쫓겨나 남장(男裝)을 하고 아버지 곁으로 간다. 시리아도 그녀를 따라 나선다. 오란드도 간악한 형 오리바에게 추방되어 아덴의 숲에서 로잘린드와 만나지만 변장하고 있기 때문에 로잘린드를 몰라본다. 그들은 모두 공작의 환영을 받는다. 동생을 살해하려던 오리바는 동생에게 구조되어 개심하고, 프레드릭도 은자(隱者)의 설교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공작은 궁으로 돌아오고 오란드와 로잘린드, 오리바와 시리아는 각각 결혼한다. 이 연극은 명랑한 로맨스를 다룬 희극이지만, 영지를 둘러싼 혈육간의 분쟁과 숲에서 사는 제이크위즈의 염세적이고 풍자적인 대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의 암흑면(暗黑面)을 묘사한 점이 특징이다.

 

 

 

 

 

『동생 프레드릭에 의하여 추방된 공작(公爵)은 소수의 부하를 데리고 아덴의 숲에서 살고 있다. 공작의 딸 로잘린드는 프레드릭의 딸 시리아와 친하기 때문에 궁정에 머무르고 있다가 청년 오란드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숙부의 미움을 받고 궁정을 쫓겨나 남장(男裝)을 하고 아버지 곁으로 간다. 시리아도 그녀를 따라 나선다. 오란드도 간악한 형 올리비어에게 추방되어 아덴의 숲에서 로잘린드와 만나지만 변장하고 있기 때문에 로잘린드를 몰라본다. 그들은 모두 공작의 환영을 받는다. 동생을 살해하려던 오리바는 동생에게 구조되어 개심하고, 프레드릭도 은자(隱者)의 설교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공작은 궁으로 돌아오고 오란드와 로잘린드, 올리비어와 시리아는 각각 결혼한다.』

 

 

 

 

 

이 작품은 우선 제목이 아주 맘에 든다. '네가 좋아하는 대로' 하라는 뜻의 제목이니까 요즘 우리 연극계처럼 셰익스피어 작품을 멋대로 바꾸거나 적당히 간추려서 '네 뜻대로' 정도가 아니라 '네 뭐 꼴리는 대로' 공연하는 '멋대로' 시대에는 이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린다. 그런 제목인데도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별로 공연되지 않는다. 별별게 다 무대에 오르는 대학로에서는 오히려 이 작품을 보기 힘들고, 대학교 연극반 중에서도 정통극 전통이 탄탄한 학교에서나 가끔 공연되는 정도다. 이 작품이 우리나라 인기차트에서 밑돌고 있다고 해서 품질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한심한 꼴이다. 지금 우리나라 연극판에 있는 사람들이 이 작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무식해서 그런 것이고 또 제대로 된 공연을 하기가 힘들어서 못하는 것이지 이 작품의 인기는 영어권 국가와 서유럽 북구에서 '한여름 밤의 꿈'에 지지 않는다. 누군가 영화로나 만들어줘야 조금 알려질 것 같은데 케네스 브라나가 요즘 뭐 하는지 모르겠네! 아무튼 이 작품도 희곡을 읽은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 줄거리부터 알아보자.
이 작품에는 두 가지 메인 플로트가 함께 진행된다. 올란도(Orlando)와 그의 형 올리버(Oliver)의 갈등이 있고, 공작의 자리를 뺏은 동생 프레데릭(Frederick)과 쫓겨난 형 시니어(Senior)의 얘기가 동시에 양면협공으로 더블플레이를 한다. 아버지에게서 모든 것을 상속받은 올리버는 동생 올란도의 양육책임이 있지만 교육도 안 시키고 오히려 해치려 한다. 한편 동생 프레데릭에게 권력을 뺏기고 추방된 시니어 공작은 아르덴(Ardenne)의 숲에서 몇 명의 심복부하들과 사슴을 사냥하며 지내고 있다. 그러나 프레데릭의 딸 셀리아(Celia)는 시니어의 딸 로잘린드(Rosalind)와 아주 친한 사이라 아직 성에서 지내고 있다. 올란도는 형 올리버가 자신을 푸대접한다고 하인(아담)에게 불평하는데 마침 형이 나타난다. 두 형제는 만나자마자 레슬링을 벌이고 (이 풍습이 아직도 북유럽에 남아있는지 내가 아는 영국 남자와 노르웨이 여자는 몇 년만에 한 번 만나면 호텔방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섹스 아닌 레슬링으로 힘 자랑을 한다!) 동생 올란도가 형의 목을 졸라 이긴다. 올란도가 퇴장하자, 올리버는 공작의 레슬러 찰스를 만나서 다음날 벌어질 레슬링 시합에서 올란도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히기로 음모를 꾸민다. 성에서는 로잘린드가 쫓겨난 아버지 때문에 슬퍼하고 셀리아가 위로한다. 그때 터치스톤(Touchstone)이란 광대가 나타나 조크를 한다. 잠시 후 신하 르 보(Le Beau)가 등장하여 떠드는데 레슬러 찰스가 요즘 연승을 하고 있으며 곧 이곳에서 시합이 있을 거라고 한다.

 

 

 

프레데릭 공작은 올란도에게 막강한 찰스와 시합하면 이기지도 못하고 다치기 쉬우니 그만두라고 말리지만 올란도는 듣지 않는다. 올란도의 외모와 고집에 반했는지 로잘린드도 말려보지만 역시 효과가 없다. 그러나 벌어진 레슬링 시합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올란도가 이긴다. 로잘린드는 기뻐서 그에게 목걸이를 준다. 집에 돌아온 올란도에게 아담이 알려준다. 형 올리버가 죽이려고 하니까 빨리 달아나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급히 짐을 꾸려 아르덴 숲으로 달아난다. 한편 프레데릭 공작은 두려운 존재인 형의 딸 로잘린드가 자기 딸 셀리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봐 로잘린드까지 추방한다. 이에 화가 난 셀리아는 자기도 함께 가기로 한다. 로잘린드는 신분을 속이기 위해 남자로 변장하고 가니메드(Ganymede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미소년 시종)란 이름을 쓰고, 셀리아는 그의 여동생 알리에나(Aliena '낯선 여자'란 뜻)로 변장한다. 두 여자 역시 아르덴 숲으로 가면서 광대 터치스톤도 꼭 오라고 한다. 숲에서 두 여자는 코린이라는 양치기를 만나 땅을 사겠다며 그의 움막으로 간다.
시니어 공작은 이 아르덴 숲에서 부하들과 사냥도 하고 놀이도 하면서 지내는데 부하 중에는 자크(Jaques)라는 우울한 남자가 사슴사냥도 반대한다. 자크는 주로 혼자 지내면서 인생이 얼마나 괴로운가 생각하는 게 취미고, 시니어 공작은 이런 자크를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아담을 데리고 이곳에 도착한 올란도는 시니어 공작을 만나 함께 지내게 된다. 성의 프레데릭 공작은 셀리아와 로잘린드가 올란도에게 반해서 함께 달아난 것으로 생각하고 올리버를 불러서 동생 올란도를 찾아오라고 명령한다. 못 찾으면 토지를 몰수하겠다는 말에 올리버는 하는 수 없이 올란도를 찾으러 숲으로 간다.

 

 

 


시니어 공작과 함께 지내면서 올란도는 심심풀이로 로잘린드에게 보내는 시를 쓴다. 그리고 나무가지마다 시를 걸어놓고 나무줄기마다 로잘린드의 이름을 새겨놓았다. 그것을 로잘린드도 보게되는데, 터치스톤은 시가 아주 유치하다고 솜씨를 비웃지만 로잘린드는 자신의 이름을 누가 나무마다 새기고 다니는지 궁금해진다. 셀리아는 그것이 올란도라고 말한다.
그때 자크와 올란도가 나타나고 두 여자는 숨는다. 자크는 젊은 올란도에게 나무마다 시를 걸지 말라고 말한다. 올란도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로잘린드가 나오지만 외모는 남자 가니메드로 변장한 상태다. 가니메드(로잘린드)는 올란도가 앓고 있는 사랑의 병을 고쳐주겠다고 한다. 올란도는 고치기 싫은 병이지만 일단 치료를 받기로 한다. 가니메드는 올란도에게 자기를 로잘린드로 가정하고 사랑의 고백을 해보라고 한다. 한편 터치스톤은 숲에 사는 염소치기 여자 오드리와 사랑에 빠져서 결혼하려는 판에 자크가 나타나 잠시 결혼을 미루라고 한다.
로잘린드와 셀리아가 올란도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기다리는데 양치기 코린이 나타나 한 쌍의 연인을 구경하라고 알려준다. 그 한 쌍은 실비우스와 푀베였다. 실비우스는 열심히 사랑을 구하지만 여자 양치기 푀베는 콧방귀만 뀐다. (남자복장의) 로잘린드는 숨어있던 곳에서 나와 푀베에게 'you are not for all markets'라고 하며 콧대 죽이고 실비우스를 받아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푀베는 이 잘생긴 남자(?) 가니메드(로잘린드)에게 첫눈에 홀딱 반한다. 그러니까 실비우스와 푀베는 둘 다 자기를 우습게 아는 상대를 짝사랑하는 괴로운 처지가 된 셈이다. 푀베는 가니메드에게 줄 시를 쓰게 하려고 실비우스를 꼬신다.
로잘린드와 셀리아가 약속장소로 돌아와 보니 올란도가 한 시간이나 늦게 나타났다. 일단 야단을 맞은 뒤에, 올란도는 가니메드를 로잘린드로 가정하고 사랑의 고백을 한다. 그러나 가니메드(로잘린드)는 장난도 치고 훈계도 하면서 로잘린드라는 여자도 알고 보면 뭔가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고 놀린다. 올란도가 간 뒤에 셀리아는 로잘린드가 너무 심했다고 한다.
다시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두 여자가 기다리는데 올란도는 또 늦는다. 이번에는 실비우스가 먼저 나타나 로잘린드(가니메드)에게 푀베의 시를 전한다. 그것은 가니메드에게 보내는 푀베의 연애편지였고, 그것을 모르고 속아서 시를 써준 실비우스는 몹시 실망한다.

 

 

 

실비우스가 떠난 뒤 올리버가 피묻은 손수건을 들고 나타난다. 올리버는 셀리아와 로잘린드가 자기가 찾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뒤에 올란도가 부상당해서 오지 못한다고 말한다. 올리버가 나무 밑에서 잠자고 있는데 뱀이 나타나 자기 입으로 들어가려 할 때 올란도가 나타나 뱀을 쫓아버렸고, 다음에는 사자가 나타나 올리버에게 덤볐는데 올란도가 달려들어 싸웠고 사자를 죽이는 과정에서 올란도도 팔에 부상을 입었다. 올리버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동생에게 모든 증오심을 버리고 화해하여 이제 아주 친하게 되었으며 올란도의 부탁으로 약속을 못 지킨다고 전하러 온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로잘린드는 기절하지만 올리버가 도와서 정신을 차린다.
터치스톤과 오드리는 아직도 함께 숲 속을 돌아다니면서 곧 결혼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어떤 젊은 놈이 나타나 오드리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터치스톤은 젊은 놈을 쫓아버린다.
이제 문제는 복잡하게 꼬였다. 실비우스는 푀베를 사랑한다. 그러나 푀베는 가니메드(로잘린드)를 사랑한다. 하지만 로잘린드는 자기를 사랑하는 올란도에게 마음이 있다. 이 복잡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가니메드(로잘린드)는 모두에게 다음날 만나자고 한다. 그리고 푀베에게 다음날에도 자신을 사랑한다면 결혼하겠지만 아니면 실비우스와 결혼하라고 한다.
드디어 다음날 시니어 공작과 부하들을 포함한 모두가 모인다. 모두의 약속을 확인한 뒤에 가니메드(로잘린드)는 다시 여자 옷으로 갈아입고 나타난다. 올란도는 기뻐하고, 푀베는 하는 수 없이 실비우스와 결혼하기로 한다. 그 동안 셀리아와 올리버도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터치스톤과 오드리도 나타난다.
결혼의 신 히멘(Hymen 이걸 하이멘으로 읽으면 다른 뜻이 된다!)의 주례로 네 쌍의 결혼식이 거행되는데 삐딱한 자크는 '둘씩 짝지어 노아의 방주로 들어가는 꼴'이라고 한다. 마지막 순간 모두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진다. 프레데릭이 어떤 성자를 만나 수도원에 들어가기로 했고, 자신의 지위와 재산 등 모든 권리를 시니어 공작에게 준다는 것이었다. 이로서 모두 해피엔딩을 맞는다. 공작은 자기 권리를 되찾고, 올란도는 공작의 후계자가 되며 올리버는 자기 재산을 유지한다. 마지막에 로잘린드는 관객에게 박수를 쳐달라고 한다.

 

 

 

셰익스피어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프란시스 메레스(Francis Meres)는 자기가 아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제목을 1598년 9월에 목록으로 만들었다. 거기에 이 작품이 빠졌기 때문에 학자들은 셰익스피어가 그 직후에 쓴 작품으로 생각한다. 처음 대본으로 인쇄된 것은 1623년의 첫 2절본이며, 셰익스피어가 쓰던 공연용 대본에서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의 오리지날 소스는 1590년쯤 출판되어 당시 대단한 인기를 모았던 토마스 로지(Thomas Lodge)의 산문 소설(로망스) '로잘린데'(Rosalynde)다. 물론 셰익스피어는 이 얘기를 아주 많이 바꾸었고 또 전혀 다른 부분을 강조했다. 로지의 소설에는 공작 형제가 나오지 않고 형제도 평등하게 상속받지만 셰익스피어는 공작 형제와 올리버 올란도 형제를 통해 상속문제를 이중으로 강조하여 다루었다. 그리고 삐딱한 자크나 광대 터치스톤은 셰익스피어의 창작이다. (그러니까 월트디즈니의 세 영화제작사 중 하나의 이름이 어디서 온 것인지 이제 알았을 것이다.)
아르덴(Ardenne) 숲도 역시 로지의 소설에 나온다. 이곳은 북부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를 포함하는 오래된 삼림지역이다. 이 지역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무대라는 것 말고도 유명하다. 바로 2차 대전 때 이곳에서 연합군이 '마켓가든' 작전을 벌였다가 실패하였는데 그 얘기를 다룬 영화 '머나먼 다리'(A Bridge too Far)를 보면 아르덴이 어딘지 확실히 알게된다. 셰익스피어도 로지의 소설대로 프랑스 스펠링을 따라 Ardenne이라고 썼다. 그러나 첫 2절본에는 이 단어가 영어로 바뀌어서 아덴(Arden)으로 나온다. 아덴은 셰익스피어의 고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숲이다. 이 우연한 일치와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는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작품을 이중적으로 만들었다. 외국의 무대인 듯하면서도 로빈 후드 비슷한 인물이 나오거나 장자 상속권 같은 영국 풍습을 다룬 것이다.
올란도와 올리버 형제 이야기의 소스는 '가멜린 이야기'(The Tale of Gamelyn)라는 중세 영국의 설화다. 착한 동생이 못된 형에게 복수하는 이 이야기에도 로빈 후드가 나온다. 아다시피 로빈 후드는 영국 노팅엄 근처의 셔우드 숲에서 불법으로 사슴을 사냥하며 살던 의적들 의 두목이다. 그리고 이 작품 속의 시니어 공작도 약간 그런 냄새가 난다.
이 작품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무대를 전원적인 숲으로 정한 것은 르네상스의 전통이다. 궁전이나 도시를 떠난 소박한 시골의 자연이야말로 인간에게 소중한 성지라는 의미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궁전이나 도시의 부정한 인물에게 배신당해 숲에 온 것이다.
'도시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지옥이고 자연은 순수한 성지다!' 이것은 현대의 영화제작자들 주장 같지만 이런 자연주의(?)를 처음 주장한 것은 고대 그리스의 테오크리테스다. 그는 도시의 인간들이 매일 부정을 저지르고 사랑의 슬픔을 만드는 것을 나무라며 순수한 자연과 소박한 시골을 찬미했다. 이것을 르네상스의 작가 버질(Virgil)이 더욱 강조하여 도시와 궁전을 자연과 시골에 비교하며 거기 속한 인간들까지 그렇게 그렸다.
셰익스피어의 시대에도 이런 사상을 가진 작가들이 많았다. 에드먼드 스펜서(Edmund Spenser)는 버질의 목가시를 토대로 1579년 '양치는 여자의 이야기'(Shepherdess Calendar)를 썼고, 필립 시드니 경(Sir Philip Sidney)은 1590년 '펨브룩의 아카디아에 있는 백작부인'(The Countess of Pembroke's Arcadia)를 썼다. (*펨부룩은 영국 웨일즈의 한 지명이고 아카디아는 고대 그리스의 장소지만 '이상향'이란 의미로 쓴다. 그러니까 '웨일즈의 어느 이상향에 사는 귀부인의 이야기'다.) 이런 목가적인 장소에 대한 전통은 미술 음악 등 여러 다른 예술에서도 나타난다.(베토벤의 '전원'과 밀레의 '만종'은 훨씬 뒷얘기다)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도 고려후기와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왕의 눈에서 벗어나거나 당쟁 사화를 피한답시고 시골의 산이나 바닷가로 귀향하는 얘기가 많은데 거기에도 '자연예찬'의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전원주의'(?) 작품 속에서 도시와 궁전은 나쁜 곳이 됐다. 거기서 간신이나 부정한 자에게 피해를 당하거나 악독한 마누라를 떠난 사람들은 자연으로 향했다. 그리고 목동이나 사냥꾼으로 변하여 노래도 하고 철학도 토론하고 인생을 즐긴다. 그러면서 자연 속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러다가 결국 문제는 해결되고 새로운 힘을 얻은 인물은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것이다. (요즘 여름의 바캉스 비슷한가?)
다른 멋진 세상에서 다른 소박한 인간이 되어보는 것은 작가들에게 아주 반가운 일이었고 상상력이 발동했다. 그래서 귀족은 목동이 되고 여자는 남자가 되어보고 착한 사람이 무법자가 되어본다. 셰익스피어는 이 장르를 아주 코믹하고도 또 심각하게 이용하여 형제간의 불화 그리고 맹목적인 짝사랑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잘 살려냈다. 이 작품에는 셰익스피어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노래가 많이 나온다. 아마 셰익스피어도 이 작품을 즐겁게 썼다는 뜻일 것이다.

 

 


다음에는 이 작품에 대해 떠드는 섹스문제와 여성운동에 대해 알아보자.
요즘은 예술작품을 포함한 모든 것을 섹스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권위주의 시대의 타부를 타파하려는 자유주의 의도로 프로이트가 시작한 것이지만 한 100년이 지나는 사이에 자본주의 장사꾼들은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변질시켰다. 그래서 섹스로 해석하는 이론을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의 호기심을 일으켜 돈이나 인기를 얻어보려는 얄팍한 장삿속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계속 유행하여 이 시대의 한 흐름이 됐다.
이 시대의 또 한 가지 이슈는 점점 더 강력해지는 여성운동(?)이다. 이것은 일시적이거나 얄팍한 유행이라고 볼 수 없고 또 그렇게 봐서도 안 되는 당연한 혁명이고 꼭 이루어야 할 인간평등의 이슈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 여성들은 남자들에게 억눌려 살고있는 이 불평등한 사회에서 최소한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으며 그 전술의 한 가지로 모든 예술작품을 '여성의 눈'으로 다시 검색하고 검열하는 것이다. 다만 때로는 무리한 해석과 주장이 나오기 때문에 당황하게 된다. 셰익스피어가 알고 그랬는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뜻대로 하세요'는 이 두 가지 이슈에 대해 최고의 소재로 꼽히고 엄청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우선 섹스 얘기부터 하자.
하이디 로빈스(Heidi Robbins)가 쓴 '울타리의 어느 쪽이야?'(Which Side of the Fence?)라는 글을 보면 '뜻대로 하세요' 등장인물들의 인간관계를 갖가지 형태의 사랑인지 섹스인지로 주장하면서 그것을 증명하는 인용과 이론으로 가득 채웠다. 그런 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의 복잡한 사랑 혹은 관계를 아주 즐겨서 토론하고 있다. 어떤 부분은 너무 심하고 말 안 되는 소리도 많지만 요즘 유행이라니까 우리도 재미로 한번 건드려보자. 새들이 지저귀고 꽃향기가 만발한 낭만적인 장소인 숲! 여기서 한 남자는 다른 남자에게 사랑의 고백을 하고, 한 귀족 여인은 어릴 때부터의 친구에게 다급하고 에로틱한 감정을 느끼며, 한 시골처녀는 약간 여성스러운 외모의 남자에게 끌린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의 야릇한 감정이 향하는 대상은 모두 한 사람의 동일인물이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이성간의 사랑만 다룬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이성과 동성에 대한 사랑을 함께 느끼지만 당시의 법과 풍습 때문에 셰익스피어는 '코미디'라는 방법을 써서 우스우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울타리 이쪽 저쪽을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끝에는 모든 것을 해피엔딩으로 해결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의도로 이 작품을 읽을 때는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도 야한 색안경을 끼고 봐야한다. 로잘린드와 셀리아의 사이도 의심해야 하고, 로잘린드가 변장한 가니메드에 대한 올란도의 감정도 의심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다정한 친구인 셀리아와 로잘린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래서 서로 헤어져서는 살 수 없어서 함께 가출하는 정도이며 상대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 극심하게 질투도 한다. 하지만 로잘린드가 올란도라는 남자를 만나 떠나게 되자, 셀리아는 로잘린드가 있던 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우면서 끝난다. 셀리아가 올리버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부분은 너무 심하게 다급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러니까 자신이 차지할 가망이 없는 로잘린드를 포기하고 그 대신 가능성 있는 남자를 빨리 택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푀베의 문제도 쉽게 해결된다. 자기가 사랑했던 상대가 여자란 것을 알게된 순간 포기하고 착한 목동 실비우스와 '예상했던 것보다는 불쾌하지 않다'며 결혼한다. 하지만 만일 요즘 얘기처럼 로잘린드가 여자라는 걸 밝힌 뒤에도 사랑을 요구했다면 푀베가 거절했을까? 올란도는 틀림없이 로잘린드를 사랑하지만 가니메드라는 남자를 만나면서 태도가 약간 모호해지면서 호모 비슷하게 변한다. 이런 올란도의 문제는 좀 복잡하게 해결된다. 로잘린드와 가니메드 둘 중의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이 하나라는 것이다. 이 결혼으로 올란도는 여자(로잘린드)이자 남자(가니메드)와 결혼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그는 아주 기뻐한다. 요즘 미국이나 유럽의 관객들이라면 올란도가 과연 어느 쪽과 결혼하는 것을 더 좋아했는지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뭐 이런 식으로 해석하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 그건 정말 '뜻대로 하세요'다!

 

 

 

 

이 작품 '뜻대로 하세요'와 앞에서 다룬 '베니스의 상인' 그리고 곧 다루게 될 '열두 번째 밤'(12야 Twelfth Night)은 여자들에게, 또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작품이 되었다. 세 작품의 여주인공들인 포오샤, 로잘린드, 바이올라가 모두 남자로 변장하여 멋지게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대학 도서관에 가보거나 인터넷으로 셰익스피어 관련 논문을 검색하여 그 중 여자가 쓴 논문을 들쳐보면 서문에 다음과 비슷한 문장이 흔하게 보인다. "셰익스피어의 여주인공들인 로잘린드, 포오샤, 바이올라('12야'에 나온다)를 중심으로 이들이 남자로 변장하여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의 능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양성성의 문제를 파헤치고자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셰익스피어 희극의 여주인공들에 내재된 양성적인 요소가 그들을 조화와 행복으로 나가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이자, 비극의 여주인공들과도 구별되는 하나의 요소가 됨을 밝히고자 한다."
이들의 주장도 대개는 비슷하다. 레이디 맥베스나 리어왕의 악질 딸들은 여성적인 면보다 남성적인 면, 다시 말해서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측면에 치우쳐 있고 공격적인 면이 남자들을 능가하는 비여성적인 여성들이다. 반대로 오필리아나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 같은 여자들은 너무나 여성적이라 당시 사회가 정한 여성의 역할에 순응하여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치우치기 때문에 남성들의 세계에서 희생자가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여자가 너무 남자같이 설치거나 반대로 너무 여성적으로만 놀면 비극이던가 처참한 꼴이 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여자도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이 적당히 섞여야 좋다면서 남자로 변장하는 세 여자를 예로 들어 갖가지 인용과 학설로 이 이론을 증명하려고 한다.
두 가지가 섞여야 된다는 이 양성론에 대한 이론은 우리나라 여자박사들이 최근에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여성해방'을 위한 혁신적인 작품을 많이 쓴 작가로 알려진 영국여자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분석하고 비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누나는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이란 글에서 창조적인 작가 셰익스피어 속에 내재된 여성적인 면을 찾아내었다.
울프 누나의 주장을 좀 멍청하게 혹은 과장되게 해석하면 셰익스피어는 1) 낮에는 남자였고 밤에는 여자로 변하는 사람이었거나 2) 셰익스피어가 모든 작품을 어떤 여자(들)와 함께 썼거나 3) 셰익스피어가 쓴 것을 어떤 여자가 고쳤거나 4) 어떤 여자가 쓴 것을 셰익스피어가 고친 것이 된다. 실제로 울프는 마지막 세 코미디 작품을 셰익스피어의 딸이 쓴 것이라 주장했다.
이런 여성운동이 최근에 들어오면서 더욱 활발해졌고 모든 고전작품에 등장하는 여자의 문제를 분석하여 해석하고 새로운 주장을 하거나 여성운동에 맞도록 바꾸기도 했다. 셰익스피어는 이름도 유명하고 작품도 많으니 이들에게는 아주 먹음직한 상대였다. 그래서 소위 페미니즘 분석과 양성론에 대한 소재로 남장여자들의 능력을 과대포장 하려고 한다.
그러나 셰익스피어가 성별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섹스에 관심이 있었다거나 여성운동을 위해 앞섰다는 주장을 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당시의 제작 여건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공연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주요 배역 중에는 남자에 비해 여자 역이 너무 적다. 그 이유는 당시 여자가 무대에 출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여자 역을 아직 소년기의 남자애들이 했다.
지금의 우리도 그렇게 해야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극단마다 여자 역 잘하는 남자애들을 단원으로 보유하려고 열심히 찾을 것이다. 예쁘장하게 생기거나 최소한 얼굴은 계집애 같아야 하고 가능하다면 목소리도 높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생긴 것뿐만 아니라 여자의 흉내도 잘 내야한다. 아니, 흉내 정도가 아니라 여자가 연기하는 것처럼 해내야 한다. 그나저나 이런 남자애들을 몇 명이나 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몇 년간이나 여자 역을 시킬 수 있을까? 아마 극단마다 한 명 정도는 잘하는 남자애가 있어서 인기를 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조금 실력이 떨어지거나 목소리가 변한 예쁜 남자애가 하나쯤 더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수는 남자 역 맡는 배우들과 비교도 안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당시의 사정이다.
그러니 셰익스피어도 보통 힘든 게 아니었을 것이다. 작품마다, 특히 코미디에서는, 청춘남녀의 사랑얘기를 하고 싶은데 여자 역을 맡을 배우가 딸리니... 여자 등장인물의 수를 줄이는 수밖에! 그나마 남자애들이 완벽하게 여자 연기를 잘해내면 좋은데, 이게 아무리 봐도 남자아이 티가 너무 나니...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남자애 배우를 좀 도와주기 위해서 셰익스피어가 머리를 굴린 것이 바로 남자애 배우가 맡은 여자 인물이 남자로 변장하는 것이었다! 그럼 한결 연기하기가 쉬울 테니까! 그 때문에 여자 주인공들이 자꾸 남자로 변장하는 것이지 만일 진짜 양면성이나 여성운동을 위해 뭔가 하려고 했다면 셰익스피어 작품들 속에서 남자가 여자로 변장하는 경우는 왜 없는지 따져볼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작품을 새롭게 분석하고 섹스로 해석하거나 인간의 양면성을 주장하고 여성운동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 작품은 이렇게 별별 색다른 방법으로 분석하고 해석하고 주장하는 게 재미있고 또 새로운 의미도 나타나며 실제 공연에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논문이나 주장을 셰익스피어가 봤더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1) 내가 여자란 것을 들켰군! 2) 내가 워낙 여자 남자 다 좋아하거든! 3) 내 작품 거론할 때마다 거론비를 내! 특히, 엉뚱한 이론으로 거론할 때는 요금이 비싸! 4) 기가 막히지만, 새로운 코미디의 소재를 얻었으니 모른 체 하겠다!
그나저나, 이렇게 여성운동이 치열해진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남자들이 얼마나 여자를 학대하고 있는지 심각하다는 느낌이다. 남자들이 빨리 무식한 권위주의를 반성하고 여자의 입장도 생각하며 현실에서 태도변화를 일으켜야지 안 그러면 머지않아 여성혁명이 일어나 남자들은 단두대로 끌려가거나 가정과 부엌에 감금될 것이다.

 

 

 

이 작품은 로렌스 올리비에가 올란도를 맡은 1936년 영화가 있다. '피터 팬'을 쓴 배리(J. M. Barrie)가 각색 대본을 맡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원본을 엄청 줄였고 그 때문에 러닝타임은 100분도 안 된다. 폴 치너(Paul Czinner)가 감독을 맡았는데 아무리 옛날 영화라고 하지만 너무 고리타분한 연출이라 좀 지루하다.
요즘도 어떤 연극을 보면 아주 독재적이고 꼼꼼한 (대개는 배우 출신의) 연출가가 출연자의 개성을 무시하고 모든 역을 자기가 하는 식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공연을 보면 모든 출연자의 말투가 똑같아서 아주 지루하다. 바로 이런 문제가 이 영화에도 나타난다. 그래서 올리비에도 되게 연기 못하는 배우로 보인다.
1992년에 크리스틴 에드자르트(Christine Edzard)가 만든 영화가 이보다는 훨씬 좋다. 독일계 아버지와 러시아계 어머니지만 파리에서 (1945년에) 태어난 이 여자감독은 영국에서 활동하는데 1970-80년대부터 연극, 오페라, TV, 영화 연출로 일했고 최근에는 영화 '어린이들의 한여름 밤의 꿈'으로 호평을 받았다. 에드자르트의 '뜻대로 하세요'에서는 에마 크로프트가 로잘린드를 맡고 올란도와 올리버를 앤드류 티어난이 혼자 맡았다. 또 시릴 쿠삭이 아담으로 나오고 제임스 폭스가 자크로 나와 명연기를 한다.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현대로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엄격히 말하면 절반의 성공만 거둔 작품이다. 무대는 프랑스 궁정과 숲이 아니라 런던과 테임즈 강이고 시골 사람들 대신에 집 없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 것이 어떤 부분에서는 아주 잘 맞아떨어지고 재미있는 장면도 많다. 그렇지만 아이디어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시간이 없었는지 레슬링 같은 것은 원본대로 하면서도 아주 이상하게 구경꾼들의 리액션만 보여주면서 넘어간다. 무엇보다도 답답한 것은 전체적으로 템포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에드자르트는 바로 이 작품으로 바즈 루어만(Baz Luhrmann)의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 테이머(Julie Taymor)의 '타이터스'(Titus)에 앞서 확실히 뭔가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