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다리오 포 '도덕적 도둑'

clint 2018. 5. 11. 16:19

 

 

연극 도덕적 도둑은 197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다리오 포(Dario Fo)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라고 인정받은 희극<The Virtuous Burglar>을 각색한 작품. 촘촘하게 구성된 웰메이드 텍스트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상황 전개, 거침없는 익살과 세태풍자가 조화롭게 버무려진 정통 코메디의 백미(白眉)로 손꼽힌다.

 

한 소심한 도둑과 수상한 네 남녀, 그리고 억척스러운 도둑 아내가 벌이는 하룻밤 사이의 파란만장한 소동을 그린 작품으로극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엉뚱하고 기발한 해프닝의 연속된다

 

 

도둑이 빈집에 몰래 들어온다. 여기서 도둑이 물건을 훔치고, 난폭한 캐릭터라면 이 연극은 실패로 끝난다. 도둑이 물건을 훔치려 하자 다급히 울리는 전화벨. 몰래 훔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형성되는데 거기에 전화벨까지. 관객들의 궁금증은 증폭된다. 그러나 전화 건 사람은 다름 아닌 도둑의 아내. 남편이 물건 훔치러 온 집에 전화 건 도둑의 아내.. 희곡의 유머는 여기서 시작된다. 부조리함에서 웃음이 생긴 희곡은 부조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유머러스는 비례한다.

집주인 부부가 시골 갔을 거라고 철썩 같이 믿고, 다소 안정적이게 물건을 훔치던 도둑은 현관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놀라 괘종시계에 숨는다. 그들은 다름 아닌 주인 남자와 그의 애인. 그들은 적합한 관계가 아니다. 그런데 그 때 또 다시 울리는 전화벨, 도둑의 아내다. 남자가 전화를 받고서 전화 잘못 걸었다고 하자, 도둑의 아내는 수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는  자신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이라고 오해한다. 그래서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전화를 끊고는 집 주인의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오해는 여기서 시작된다. 집주인의 아내가 들어오자, 다급한 마음에 남자는 도둑과 여자가 부부라고 얘기한다. 그렇지 않으면 간통죄로 들어갈테니. 이 때, 도둑의 아내까지 집으로 들어온다. 문이 열려진 것을 틈타 들어왔다는 것. 도둑은 졸지에 중혼자가 된다. 도둑의 아내는 첫 번째 아내인데, 이혼을 했음에도 종교적 입장에서 이혼은 허락지 않으니, 여자와 이중 결혼을 한 것이라고... 집주인 여자는 여자가 참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 한 남자가 들어온다. 집주인 여자의 애인. 그는 집주인 여자가 도둑과 있는 것을 보자 바람을 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집주인 여자의 애인은 여자의 남편이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불륜과 불륜 사이에 도둑이 낀 것이다.
도둑은 물건을 훔치지만 불륜은 사람을 훔치는 일이다.
남의 사람을 적합하지 않은 행위로, 상대방과 잠정적인 합의 하에 이루는 러브라인.
그러나 그도 진정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한 때의 즐거움, 사랑이라는 이름을 빌려 상대를 정복하고자 하는 쾌감을 느끼고자 한 것이다.
이 극 안에서는 도둑이 절대 나쁜 인물로 나오지 않는다.
도둑과 도둑 아내가 불 꺼진 틈을 타 나가는 동안,
우연이지만 또 다른 도둑이 침입한다.
문은 열려있고, 훔치고자 하는 물건들도 가지런히 담겨있고, 그것만 들고 가면 되는데,
집 주인 부부와 그들의 애인들이 자신들의 죄를 감추기 위해, 또는 합리화 시키기 위해
각자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말을 떠들어댄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모이자 전혀 소통이 되지 않은 소음으로 변한다.

 

 

 

이 극의 묘미는 극 중 캐릭터들이 서로 살고자 발버둥치면 칠수록, 그들 스스로가 얽혀 줄다리기가 더 팽팽해짐을 볼 수 있다. 문제를 던져본다. 물건 도둑과 사람 도둑 중 어느 것이 더 나쁜 것일까? 재미있는 스토리에 반전까지.. 작가의 재능을 느낄 수 있다.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지 오웰 '동물농장'  (1) 2018.05.12
게오르그 뷔히너 '당통의 죽음'  (1) 2018.05.11
프리드리히 실러 '군도'  (1) 2018.05.11
안톤 체홉 '곰'  (1) 2018.05.08
다리오 포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  (1) 2018.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