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용찬 '가족'

clint 2018. 5. 4. 10:43

 

 

 

「가족」은 1957년 국립극장 공모에 당선된 그의 데뷔작인 동시에 대표작이다. 그의 작품에는 가족의 핵심 주제가 대개 부자(父子) 관계로 나타나고 있는데 「가족」은 그것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인 박종달은 박기철의 맏아들로 서른세 살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립하지 못한 인물이다. 이러한 성격 형성은 권위적인 아버지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작품 속에서 종달은 이를 ‘부성애 모성애의 결실이란 것은 일종의 무능력자 비슷한 사나이를 빚어 놓은 셈’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나약한 종달의 성격은 여러 면에서 부각된다. 특히,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종달의 반응이 대표적인데, 서른 세 살이 되어서도 시계를 잃어버렸을 때 보이는 종달의 반응은 그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아버지에게 억압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부자(父子) 모티프’는 표현주의 희곡의 주요 모티프이다. 이 모티프는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아버지라는 표상을 강하게 부정함으로써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새로운 세대의 의식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표현주의 희곡 김우진의 「난파」(1926)에서 이미 다루어진 바 있다. 그러나 「가족」은 이러한 모티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에 대한 철저한 부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면서도 종달은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달은 아버지의 ‘사랑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아버지를 괴롭히는 임봉우 영감을 얼떨결에나마 떨어져 죽게 한 것이다. 종달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부정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사랑의 대상인 것이다. 이는 결국 급변하는 사회의 위기의식을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에서 원인을 찾고, 그것은 사회의 최소단위인 가족의 애정과 질서를 전제로 한 가족의 의미를 회복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는 보수적인 작가의식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이 극은 매우 복잡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3막 구성으로 되어 있지만 장면은 총 27개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1막의 끝은 3막의 시작으로 연결되며 1막의 시작은 3막의 끝으로 종결되는 완결성을 보이고 있고, 1막 끝 종달의 회상은 자연스럽게 1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가 그 끝에 가서 3막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막과 막을 유기적으로 구성한 기법은 1950년대 희곡으로서는 물론이고 오늘날의 기법으로 보아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1막에서 2막으로 옮겨갈 때 플래시 백 기법을 써서 시간의 흐름을 중단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막 전환을 시도한 것은 탁월한 기법이었다. 또한, 27개나 되는 많은 장면이 오직 조명만으로 간단하고 쉽게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을 요한다. 무대에 박기철 부부의 거실, 박종달 내외의 방, 또 하나의 공간(형사실이나 연희의 방), 박기철 방과 형사실 사이는 교외의 산길, 형사실 뒤쪽의 층계(빠아나 애리의 방)가 모두 배치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공간들을 조명에 의해서 자유자재로 이동하면서 장면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작가가 무대에서의 조명 처리 테크닉을 숙지하고 있었고 그것을 실제로 잘 활용할 줄도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기법적 우수성과 아울러 그의 대사 사용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는데, 그의 대사는 매우 유려하고 특히 한국인의 대화체의 특색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그런 대사라고 할 수 있다. 이용찬의 사실적 희곡 양식은 바로 이러한 대사에 굳게 뿌리박고 있으며 이 점에서 그의 리얼리즘은 가치가 있다. 비록 이용찬이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가족」이라는 작품 한 편만으로 우리 희곡사에 굵은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줄거리
제1막
의사가 졸도한 기철을 진단하고 있다. 그리고선 사망했음을 알린다. 이를 지켜보던 덕실, 종달, 인주, 모두 울음을 터트린다. 형사 김석근도 기철을 죽음을 확인하고 임봉우 살인사건 수사를 그만둔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들은 종달은 감내하기 어려운 고민에 휩싸인다. 종달, 아버지는 절대로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소리친다. 기철 내외의 방. 젊었을 때 제법 큼직한 사업을 하면서 잘 살았던 기철은 지금은 유학중에 있는 딸, 애리의 용돈보낼 여유조차 없다. 기철과 그의 부인 덕실은 그들이 가장 많은 빚을 진 고리대금업자 임봉우가 사망하자 한편 마음이 놓이면서도 임영감의 허무하게 죽은 인생에 동정을 느낀다. 한 때 기철을 보좌했었지만 지금은 형사가 된 김석근이 임봉우 살인사건 관련으로 기철을 방문한다. 김석근은 기철이 임봉우에게 빚을 많이 졌고, 임봉우가 죽던 날 기철이 그와 함께 술을 마셨다는 것을 알고 내심 기철을 의심하고 있다.
기철의 맏아들, 종달은 예전에 부유했던 가정환경과, 아버지의 극심한 보호속에서 자란 탓인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직업도 갖지 못한 채, 술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루는 통금을 어겨 형사 김석근하고 우연히 안면을 익히게 된다. 종달의 아내, 인주는 실업자로 매일 술만 마시는 남편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빠아. 임봉우 영감, 기철을 붙잡고 같이 올라가자고 조르지만 기철은 끝내 마다하고 집으로 간다. 할 수 없이 임봉우 혼자서 2층에 빠아에 올라간다. 임영감을 보자 여급들 환성을 지르며 반긴다. 돈많은 영감, 임봉우에게 여급들은 갖은 애교를
부리며 그를 즐겁게 해준다. 임봉우가 일어나 빠아를 나오고 여급들도 뒤쫓아 나오는데, 돈 많은 영감에게 아양떠는 것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던 다른 객의 시비로 여급들간에 싸움이 일어난다. 싸움 소리를 들으며 임봉우, 층계를 내려서고, 층계를 올라서는 종달과 마주친다. 종달, 불현듯 임봉우를 밀어버린다. 임봉우, '쿵'하고 굴러떨어진다. 흠칫 놀란 종달은 층계를 내려와 밑에 와있던 진상과 재빨리 도피한다.
다음날, 밤 늦게까지 술마시고 들어온 종달을 덕실이 나무란다. 진상은 종달에게 자기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취직을 권한다. 종달은 친구의 직속 부하로 일하는 것이 못마땅하여 얼머부린다. 종달은 부모를 일찍 여위어서 어렸을 때부터 독립 정신과 자립심으로 성장한 진상과는 정반대인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가정 환경 속에서 본의아닌 극심한 부성애가 자신을 무능력자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종달은 진상을 부러워하면서 회상에 잠긴다.
2막 1장
종달이 야외캠핑 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옆에 종수가 데려가 달라고 조르지만 종달은 이 번엔 안된다고 고개를 흔든다. 종달은 아버지가 반대하시는 이 캠핑을 진상이 오면 같이 허락을 받을 심산이다. 그러한 종달을 지켜보던 동생 애리가 아버지께 같이 허락을 맡아 주겠다고 하여 3남매는 기철과 덕실 앞에 나아간다. 기철은 처음엔 아직 학생인 종달이 걱정되어 캠핑을 반대하지만 결국 허락한다. 종달, 진상, 연희가 배낭을 짊어지고 산에 오른다. 종달은 사랑하는 연희와 함께 하는 등산이라서 그토록 졸랐던 종수를 뿌리친 것이다. 한편, 캠핑에 못 간 종수는 책상 앞에서 공부만 하고있다. 그렇게 공부만 하는 오빠를 애리가 까불대며 옆에서 놀린다. 애리는 공부에는 흥미가 없으면서도 미국으로 유학가겠다고 부모님을 조르고 있는 중이다. 종달은 하산하던 중 넘어지는 바람에 아버지의 카메라 렌즈를 깨트린다. 종달은 큰일 날 뻔했던 자신의 몸에는 아랑곳않고, 아버지의 꾸중받을 걱정부터 한다. 연희는 넘어진 종달에게 달려가 그를 부축하면서 그의 목을 감싼다. 연희는 종달의 소심하고 성격을 불만스러워하지만 그를 사랑하고 있다. 종달과 연희, 포옹을 한다. 종달이 캠핑에서 돌아 온 후, 기철은 그의 방에서 카메라의 렌즈가 깨진 것을 발견하고 그를 매우 호통한다. 종달은 아버지에게 주려고 줏어 온 돌을 움켜진 채 엎드려 괴로워하다가 잔등을 들썩이며 운다. 기철, 다시 종달에게 다가와 그를 위로한다. 종달은 고개를 들어 아버지의 가슴에 파묻고 흐느낀다.
2막 2장
정당일에 재미를 붙인 기철은 국회의원에 두 번 입후보하여 모두 낙선한다. 기철은 사업도 파산의 위기에 놓여있는 데다가 두 번의 낙선으로 빚더미 위에 앉게 되었다. 임봉우로부터는 빚독촉 전화가 걸려오고 덕실은 한숨만 내쉰다. 이제 종달은 맏아들로서 가정 생활을 떠맡게 되었다. 현실적인 성격의 연희는 그런 종달의 집 안 문제와 종달의 상황을 알고 종달과의 결혼을 유보한다. 포소리, 기철은 고향에 내려가 있다. 종달은 종수와 애리를 집 안에 숨기고 연희의 집으로 달려간다. 연희는 떠나갈 채비를 하며 종달에게 같이 가자고 하지만, 식구들을 책임져야할 종달은 머뭇거리며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바깥에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내무서원 두 명이 문을 걷어차며 들어온다. 내무서원은 가재도구 일체를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국유로 압수한다. 덕실이 매달리며 애걸하자 내무서원은 덕실을 뿌리치며 가슴을 떼어민다. 종수, 갑자기 튀어나와 내무서원에게 달려든다. 종수, 손목 시계를 종달에게 전해주라고 말하고 내무서원에게 붙잡히어 간다.
제3막
종달과 진상이 이야기하고 있는 자세. 종수가 6.25때 끌려간 이후로 맏아들이자 외아들인 종달은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자신의 심정을 진상에게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면서 토로한다. 이와 함께 종달은 임영감 살인에 대한 갈수록 더해만가는 죄의식에 괴로워하고 있다. 진상은 종달을 위로하고 안심시켜주지만 종달의 괴로움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종달은 진상의 회사에서 일할 것을 결심한다.
김석근이 다시 기철의 집에 찾아온다. 김석근은 종달을 따로 불러 임봉우 사건이 기철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말한다. 이에 종달은 흥분하면서 아버지, 기철을 변호한다. 김석근은 종달을 떠보면서 임봉우가 죽던 날 술마셨던 그 빠아에서 술을 마시자고 제안한다. 김석근, 술을 마시면서 끊임없이 의심의 눈으로 쳐다본다. 종달,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있다. 종달, 핼쓱한 얼굴로 집에 돌아온다. 인주는 남편의 모습과 그가 던지는 말들을 이상하게 여겨지지만 술 마셔서 그런 것이려니 생각하고 그를 재운다. 잘려고 누워있던 종달, 갑자기 술을 찾는다. 소주 한 병을 다 마신 종달은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며 난리를 친다. 그러자 덕실과 기철이 뛰어 들어온다. 종달은 기철에게 울면서 자기가 임봉우를 죽였다고 소리친다. 기철, 졸도한다. 기철이 죽자, 김석근은 수사를 중도포기한다. 종달은 감내하기 어려운 고민에 몸부림치지만 인주는 남편을 따뜻하게 위로하며 희망을 안겨준다. 종달은 가족들을 끔찍하게 사랑하다 돌아가신 아버지, 자기가 너무나도 사랑했던 아버지를 울면서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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