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재서 '고시래'

clint 2018. 3. 29. 15:07

 

 

극단 시민극장 제23회 공연 작가 박재서/ 연출심현우

공연일정1986.11.22-1986.12.31//크리스탈 문화센터

 

6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산업화·근대화 속에 물질적 빈곤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으나 계층 분화에 의한 갈등, 가치관의 혼란, 정치적 격동이 계속되었다. 연극 『고시래』 (박재서 작,)는 사회풍자극으로 이 시대에 나타난 여러 징후들에 접근해 보려는 시도다.

 

막이 열리면 술 취해 비틀거리는 한 사나이가 무대에 나타난다. 그는 근대화 과정에서 어장과 땅덩어리를 잃고 도시로 나와 마구잡이로 살아가는 「잡놈」이다. 작가 박재서 특유의 요설·잡설·해학이 가득한 대사로 그는 신세타령·사회비판을 한다. 연극 『고시래』는 제1화 「잡놈 팔자」, 제2화 「노처녀순결」, 제3화 「미혼모」에서 제10화 「저승놀이」등 10개의 짤막한 이야기로 연결된다. 2명의 남녀배우가 남자는 잡놈·깡패·점장이·남편·부동산업자·포르노 배우·과외교사 등의 역할을, 여자는 노처녀·미혼모·유한마담·복부인·포르노여배우·과외학생학부모 등의 역할을 번갈아 가며 맡는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8∼10분 정도의 시간으로 단락지어지며 연결된다. 연극 속에 문제로 제기되는 것은 ▲부동산투기 열풍▲파괴된 성모럴▲전도된 가치관▲과열교육열▲불신풍조▲폭력의 문제 등이다.

 

『고시래』는 관객과 함께 만들어지는 연극이다. 배우는 관객을 무대로 끌어낸다. 『당신 복부인이지』느닷없이 배우의 지적을 받은 중년여성관객은 처음에는 깜짝 놀라지만 곧 연극임을 알고 무대로 나와 배우와 함께 부동산투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객이 복부인 역을 해내든지, 그들을 비난하든지 관계없다. 배우는 그때그때 관객의 반응에 따라 기지와 순발력을 발휘하여 대응하면서 극을 진행시킨다. 전체적으로 각 이야기의 전반부 60%는 작가가 쓴 대사에 따른 연출에 의한 연극이고 나머지 40%는 즉흥적으로 만들어진다. 요즈음의 관객은 놀랍다. 배우에 의해 지적된 관객의 90%는 스스럼없이 무대로 나와 연극 속에 참여하고있다. 제기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다. 한바탕의 강렬한 풍자극이 끝난 후 배우와 관객배우들이 모두 무대에 모여 굿풀이 형식의 『고시래』를 한다.

 

 

 

 

줄거리
1장
가진 것이라곤 몸 하나 밖에 없는 남자는 무능력하여 백수로 지내고 결혼도 못했다. 사업을 하려 해도 자금이 없어 못하고, 목사를 하려 해도 남 속이기 싫어 못하고, 정치를 하려해도 머리 텅 빌 것 같아 못하고, 운동을 하려 해도 키가 작아 못하고, 못하는 것 투성이다. 그래도 금의환향 하겠다는 꿈 때문에 죽지도 못한다.
2장
여자는 크신 님 반길 수 있는 큰 사랑을 원하며 노래를 부른다. 남자가 준 미제 빠다, 양담배를 먹고 가슴도 커지고, 눈도 커지고, 손도 커지고, 온 몸이 커졌는데도 크신 님은 십년, 백년을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 여자는 할 수 없이 남자와 살기로 한다.
3장
애를 밴 처녀가 도사를 찾아간다. 도사는 당장 남자와 관계를 끊고 새 삶을 찾으라고 하지만 여자는 막무가내로 사랑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며 뱃속에 있는 아들을 구해달라고 조른다. 도사는 여자에게 곁 잘서는 복이 있으니 이웃을 잘 두라고 일러 주며 보낸다.
4장
남자는 기분 나빠서 한 잔, 기분 좋아서 한 잔, 아무 일도 없어서 한 잔, 매일 밤 술 먹고들어오고 여자는 투정을 한다. 그러나 부부란 게 그런 것, 서로 이해하고 자기 할 본분 열심히 챙겨 울지말고 웃으며 살자고 다짐하며 화해를 한다.
5장
중년 부인이 자식 다 키우고 한가해지자 부동산 투기를 시작한다. 경기가 안 좋아지니 경마에 손 대다 가진 돈 다 날리고 올림픽 복권을 한 웅큼 사서 추첨을 기다린다. 당첨되어 상품 챙기는 걸 보고 여자가 소리친다. "쓰레기 같은 것들. 공짜라면 사죽을 못 쓰니... 불쌍한 이웃에게 양보해, 양보!"
6장
남자가 여자에게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안경을 판다. 그 안경을 쓰고 보니 겉으론 잘난척하며 의리, 배짱, 절개 그럴 듯 하게 입만 벙긋 큰 소리치는 사람들 좁은 속이 다 들여다보인다. 그 안경을 쓰고 보니 사람들이 뒤로 뀌는 방귀가 가지각색이다. 먹은 대로 나오는 방귀라 속에 든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허황된 꿈만 꾸는 사람들의 됨됨이가 다 들여다 보인다.
7장
집 나갔다가 들어 온 남자와 여자가 부부 싸움을 한다. '더는 같이 못 살겠다. 네가 나가, 내가 나가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싸우지만,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하룻밤 자고 나면 싸웠던 일도 없었던 일이 된다. 세상 만사 다 그렇듯이...
8장
연극을 하려는데, 주인공이 오지 않아 여자가 대신 주인공 역을 하게 된다. 그 연극은 하므려에게 나쁜 놈들을 죽여서 좋은 꿈을 꿀 것인지, 그 놈들에게 아부하면서 비겁한 여생을 보내 끔찍한 꿈을 꿀 것인지를 선택하게 하는 내용의 연극이다.
9장
여자는 아들을 일류 대학에 보내기 위해 과외 선생을 만나서 술을 산다. 남자는 일차, 이차 삼차, 사차까지 가서 개 같이 취한 채 운전을 한다. 남자는 음주 운전을 하면서도 개 같이 취한 몸이니 상대하지 말고, 내 맘대로 갈 테니 알아서 비키라며 오히려 큰 소리다. 그러다가 꽝!
10장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하자 춘향은 죽어도 이 도령을 못 잊겠다며 거절한다. 남자는 춘향에게 매질을 한다. 그래도 춘향이 끄떡않자 제 풀에 꺾이고 만다. 춘향이 일어나서 변사또에게 고을원이 되었으면 민생고 해결하기, 의식주 개선하기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수청부터 들라하냐며 호통을 친다. 그리고 나서 세상의 온갖 보잘것 없고, 부조리하고, 위선적이고, 가진 것도 없으면서 큰 소리만 치는 사람들 다 나오라며 상하, 좌우, 관민,세계가 다 무에가 되냐며 '고시래! 고시래!'를 외치며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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