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숙희와 정희는 레즈비언 커플이다. 시도 때도 없이 싸웠다가 헤어졌다를 반복한다. 누가 한 사람이 자존심의 꼬리를 내릴 때 그들은 다시 만나는 것이다. 정희의 부름에 단숨에 달려간 숙희는 정희가 근무하는 백화점 진열장에서 극적으로 해후한다. 언제 우리가 헤어졌던가를 의심할 정도로 둘은 급속히 가까워진다. 숙희 생일날 둘은 부둥켜안고 춤을 추고, 케잌의 생크림을 상대방 입에 넣어 주는 등 애정 표현을 스스럼없이 한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한 사내가 있었다. 환 딜러인 영진이다. 몇 년 전 단 한번 본 숙희를 짝사랑하여 숙희를 본 장소에서 매일 한 두시간씩 숙희를 기다리다가 숙희를 만났건만 숙희가 레즈비언인 것을 알고 극악한 스토커로 돌변한다. 숙희와 정희를 괴롭히는 인물은 스토커인 영진이 뿐만 아니다. 방송국 PD인 가짜 레즈비언인 재서, 상류층을 대변하는 백화점 지배인, 소시민의 부류인 정희의 주인집 아줌마, 남들처럼 살고 싶어하는 숙희, 정희 앞에 그들은 끊임없이 방해꾼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숙희와 정희는 그들의 현혹에 그들의 폭력에, 그들의 障碍에, 맞서며 서로 갈등하고 충돌하면서 조금씩 사랑을 쌓아간다. 오른손잡이만 있는 게 아니라 왼손잡이도 있다 는 것을 이 세상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숙희, 정희, 결국 편견과 질곡의 벽을 넘지 못하고 둘만의 삶을 해 고단한 여행을 떠난다.

이 작품은 SBS-TV 70분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여부를 두고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 방송가에서 금기시 해왔던 동성애를 소재로 한<숙희정희>는 그동안 우리사회의 폐쇄적인 소재를 과감하게 채택 방영한데 대해 용기있는 시도라는 찬사를 받기도 하였다. 2002년 가마골소극장에서 초연, 2003년 재공연되어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초연에서는 작가 박현철이 극작과 연출을 모두 담당하였다.

가소로운 작가의 변명
척박한 토양에서 핀 아웃사이더 문화는 파괴적이고 무질서하며 퇴폐적이다. 그래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성과 급속한 전염성이 내포된 저급한 문화라고 기성세대는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鴻毛시 한다. 그러나 사회 전체로 볼 때 도리어 건강한 문화적 의의를 가진다. 순응하지 않으려는 아웃사이더들의 저항성은 그 자리서 안주하고 하품하려는 기성세대의 말라붙고 퇴색한 思考에 새로운 활력과 역동적 에너지를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모든 권위와 기득권과 제도권을 일절 배격하는 아웃사이더 문화는 생리적으로 독립성과 반골 정신을 갈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웃사이더 문화는 기성문화와의 갈등과 충돌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아웃사이더들의 거북한 속어, 무모하고 목적 없는 행동, 광란, 폭력, 이유 없는 반항 등을 그들의 전유물로 치부해 내팽개칠 것이 아니라 그것은 기성문화, 제도권 문화에 대항한 아웃사이더 문화의 시행착오적 새로운 모색으로 봐야 할 것이다. 특히 기이한 사회적 구조로 인해 정신적 창조활동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현실 속에서 아웃사이더가 일정한 방향을 가리키지 않고 미친 듯이 회전하더라도 녹슬어 굳어버린 풍향계 보다 나은 발상의 전환이라고 여겨 존중해야 할 것이다. 끝없는 부패 속에서 진주 알은 그 신비가 결정된다. 기존의 기성, 제도권, 기득권 문화에 대한 아웃사이더문화의 반역과 부정, 거부와 저항이 정신적 창조활동의 통풍구로 모색될 때 패배의 미학과 결별하는 행동의 미학 또는 분노의 미학으로 자리 잡아 신개념의 예술관, 또 다른 관점의 인간관, 낡은 세계는 파멸되고 새로운 질서가 도래하는 새 세계를 만들어 낼 것이다. 숙희, 정희는 두 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썼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 그 자체로만 만족하는 흥미본위의 드라마성과 좀 더 지적이고 강한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문학성이 내재된 작품을 선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건방지게도 김동리 선생의 “巫女圖”를 그 텍스트로 삼았고 그릇은 알렌긴즈버그로 대표되는- 어떤 樂觀이나 積極性이나 合理化내지 體系化는 모조리 거부하는 -비이트 제네레이션(Beat Generation) 에 담았다. 물론 가소로운 작가의 문학성이 가소롭기 짝이 없지만 호랑이를 그리다 보면 고양이라도 그리지 않겠냐는 얄팍한 심정에서 감히 뻔뻔스런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담이 눈뜰 때’ ‘필라델피아’ ‘아이다호’ ‘위험한 사랑’ ‘로드무비’는 남자끼리, 여자끼리의 사랑인 제 3성의 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는 많이 등장하는 동성애는 지역 연극무대에서는 그리 흔히 다뤄진 소재가 아니다. 동성애 영화 중에는 남자들의 사랑을 다룬 작품들이 많다. 어쩌면 여자끼리 친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는 우리네 사고방식 때문에 여성간의 동성애는 그다지 빅뉴스가 되지 못한 것일까. ‘숙희정희’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여자들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숙희와 정희는 레즈비언 커플이다. 이들을 취재하려고 가짜 레즈비언 행세를 하는 방송국 PD 재서, 숙희를 짝사랑하는 스토커 영진이 등장인물이다.
연출자 이윤주씨는 무대와 소품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커다란 베란다, 골격만 있는 문과 창문은 모두 흰색이다. 순수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흰색은 숙희정희의 사랑이 빨간색으로 대변되는 남녀간의 정열적인 사랑과 다르다는 의미를 관객들에게 던진다. 백화점 윈도 디스플레이어인 정희가 사용하는 소품인 가면을 쓴 ‘마네킹’은 욕망을 숨기고 사는 현대인들의 가식적인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숙희, 정희의 연기도 풋풋했지만 무엇보다 숙희에 대한 광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영진(최영)의 연기는 사랑에 집착하는 미친 인간의 모습을 절절히 보여줘 인상적이다. 경쾌한 음악과 빠른 진행으로 다소 무거운 내용의 극은 가벼운 드라마처럼 흥미롭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숙희의 생일날 숙희와 정희가 부둥켜안고 춤을 추고, 생크림 케이크를 상대방 입에 넣어 주는 애정 표현 외에는 두 사람이 깊게 사랑하는 연인이라고 느껴지는 장면은 많지 않다. 오히려 두사람이 서로 오해하고 질투하는 과정이 더 많이 그려져있다. 무엇보다 주인공 숙희와 정희가 세상에 오른손잡이만 있는게 아니라 왼손잡이도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면 살해나 자살보다는 스토커를 신고하고 ‘커밍아웃’하는 게 시대적인 흐름에 맞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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