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진과 영구는 결혼한 지 꼭 1년이 된 신혼 부부다. 그들은 혜진의 어머니인 강여사, 외할머니 홍씨와 함께 살고 있다.
결혼 1주년 기념일 날, 영구로부터 오랫만에 외식을 하자는 전화가 걸려온다. 혜진이 기뻐하며 외출 준비를 하자 강여사는 몹시 날카로운 목소리로 집요하게 딸의 외출을 방해한다.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채, 평생을 딸과 노모를 위해 바쳐온 강여사는 혜진과 영구의 생활에 깊이 간섭하여 자신이 젊었을 때 못 이룬 행복을 대신 느껴보고자 하는 병적인 집착을 가지고 있다. 강여사는 집안의 모든 일을 자신의 구미에만 맞도록 처리한다. 심지어 강여사는 딸과 사위의 침실에도 때를 가리지 않고 드나들며 그들 부부 사이를 은연중에 가로막는다. 그날 밤, 장모의 간섭 때문에 속이 상하여 술에 잔뜩 취해 들어온 영구는 혜진에게 독립하여 나가살자고 말한다. 혜진은 평생을 자기를 위해 바쳐온 어머니의 곁을 절대로 떠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이때 강여사가 불쑥 들어와 저녁을 먹으라며 혜진을 억지로 내보낸다. 강여사는 영구를 마치 자신의 남편에게 대하듯 사랑스럽게 침대에 눕히려 한다. 영구는 강하게 반발하며 강여사에게 소리친다. 이때 혜진이 다시 들어온다. 영구는 혜진에게 자기는 집을 나가겠다고 소리치며 같이 떠나지 않겠다면 혼자라도 가겠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혜진은 이 집을 절대로 떠날 수 없을 거라며 강여사는 표독스런 웃음을 짓는다. 혜진은 몹시 괴로운 모습으로 울부짖는다. 흔들리고 있는 혜진의 모습을 본 강여사는 그럴 리가 없다며 쓰러져 운다. 외할머니 홍씨가 나타나 혜진에게 영구의 뒤를 쫓아가라고 말한다. 홍씨는 다시 강여사에게 다가가 그녀를 위로하며 자신들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얘기한다.

김숙현
여류극작가. 충남 부여 출생. 1968년 동국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1969년 〈현대문학〉에 《잔영(殘影)》을 발표하였으며 《미스쥴리》(70)로
추천되었다. 여고시절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 남성(男性)의 눈이 좀처럼 닿기 어려운 여성(女性)의 세계를 즐겨 파헤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잔영》도 같은 계열의 작품이다. 이 밖에 1969년에 국립극장에서 상연된 전6장의 장막극 《바벨탑 무너지다》와 《참견 좀 해줘》(現代文學, 72)등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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