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윤조병 '휘파람새'

clint 2018. 1. 20. 10:03

 

 

 

예복 차림의 태진과 웨딩드레스 차림의 혜숙이 들길을 걷고 있다. 갈증과 피로에 지친 혜숙에게 태진은 풀을 뽑아 만든 풀물방울을 보여주고, 물수재비를 보여주고, 잠자리도 잡아 준다. 그들이 가는 곳은 물돌기에서 죽은 처녀를 달래기 위해 유월제를 지내는 합강이다. 사공을 만나 강을 건너던 태진과 혜숙은 물돌기에 말려들 위기에 처하지만 위기를 모면하고, 외딴이의 해산을 도와준다. 마을에 도착한 그들은 풀밭에서 첫날밤을 맞는다.

 

      

 

 

1장 들길(한낮) 현실에서 허구의 벽을 느낀 신랑 태진과 신부 혜숙은 결혼식장을 탈출, 천연의 마을을 찾아 들길을 헤맨다. 상여군, 햇살과 그늘, 냇물, 나무와 들풀을 만난다.
2장 철길(저녁) 태진과 혜숙이 저녁하늘에 불타오르는 노을을 받으며 철교를 건너다가 위기를 만난다. 김매는 농부, 고추잠자리, 노을, 별을 만난다.
3장 강나루(밤) 태진과 사공의 유월제와 황토 마을에 얽힌 이야기 속에서 혜숙은 태진이 풍기고 있는 우수어린 모습에 대한 암시를 받는다. 사공, 외딴네, 바람, 강물, 휘파람새, 귀곡새를 만나서 소박한 삶의 모습과 천연의 정을 느낀다.
4장 강(밤) 태진, 혜숙, 사공, 외딴네가 거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물돌기에 말려 위기를 맞는다. 그들은 죽음과 삶의 갈림길에서 인생의 시원적 모습을 만난다.
5장 호숫가(밤) 눈타리네 가족을 만나고, 외딴이의 해산을 도와준 태진과 혜숙이 호숫가에서 밤비를 맞으며 천연의 놀이를 한다. 붕어, 개구리, 반딧불을 만난다.
6장 철길(밤) 태진과 혜숙이 철길 풀밭에서 꾼 꿈속에서 격렬한 싸움을 벌이지만 현실에선 아담과 이브 놀이를 한다.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다. 자신들의 분신, 비, 에덴동산, 아담과 이브, 뱀, 선악과, 별을 만난다.
7장 철길(새벽) 깊은 잠에서 깨어난 태진과 혜숙이 철교에서 새벽을 맞이한다. 열정과 꿈과 창조자적 자각에서 그들은 그간의 방황을 정리하고, 이해와 극복으로 조화를 이룬다. 그건 천연의 길을 걷기 위한 시작이다. 불곰, 태양, 달팽이, 창조자, 꽃향기, 휘파람새, 아침, 빛, 이슬, 우주, 길을 만난다.

 

 

 

 

 

농촌을 주제로 언어 중심의 전통적인 사실주의 계열의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가 인생의 통과의례 중 결혼에 관한 것을 극화하였다. 삶의 본질을 진지하게 다룬 작품으로서 물질만능의 세속을 떠나 동심과 자연의 세계로 돌아가는 기쁨과 감동을 전해준다. 현실에서 허구의 벽을 느낀 신랑 신부가 예식장을 뛰쳐나와 시의 행간에나 감추어져 있을 무지개를 찾아서 한여름 낮과 밤동안 벌판의 들길, 철길, 강나루, 거룻배, 호숫가, 황토 고갯길을 헤매는 이야기를 시적 대사와 환상적 장면으로 엮었다. "오늘날은 고향을 그리워하고 자연을 돌아보고, 어머니의 태막(胎膜)을 동경하는 우수적(憂愁的) 사유형 인간상을 다시 요구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일상생활에서 부딪치게 되는 조그마한 사건들도 인간에게는 무한히 귀중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인생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런 인생의 가치는 결국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에서 희망과 슬픔 그리고 절망이 비롯되며 이것은 자연의 풍경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작가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건보다 분위기, 대립이나 갈등보다 자연과 고향에 대한 열망을 토대로 한 이해와 조화, 전래의 소박한 놀이, 세련된 도시의 지적 언어동작과 투박한 농촌 언어동작을 대위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표현방식에서 사실주의 연극을 심화시키는 데 공헌한 작가는 대사를 간결하게 압축시켜서 시적 긴장감을 유지하고 관객들의 연극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또한 그는 간결한 대사의 반복으로 단조롭지 않도록 음악과 조명을 적절하게 도입하고 작중인물의 분신을 등장시켜서 변화를 주었다. 무대는 단순하게 처리하여 관객의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신부의 의상과 우산의 결합, 반딧불, 제방, 언덕, 강, 배 그리고 기차와 선로, 풀잎, 구름, 바람 등의 무대적 활용이 음악과 조명의 도움을 받아 기발한 연극적 효과를 주었다. 1984년에 제2회 전국연극제에서  최우수상·희곡상·연기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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