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윤조병 '건널목 삽화' (단막)

clint 2018. 1. 20. 09:48

 

 

 

 

술집을 경영하는 건널목지기는 근무시간이 끝났으나, 집에 돌아가지 않고 잠자고 있다.
여기에 양팔이 없는 불구의 사내가 찾아든다. 두 사람은 대화를 시작한다.

사나이는 자신의 충격적인 과거를 털어 놓게 되며

철도원은 아내가 술을 판 후 몸을 팔기 때문에 그 일이 끝나야만 집에 돌아간다는

사실을 말한다. 마지막 열차가 지나가자 철도원은 사나이를 이끌고 자기집 쪽으로 향한다.

 


이 작품에는 두 사내의 이야기가 삽화처럼 그려지는데, 모두가 현실적인 불가피성 때문에 어두운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두 사내는 기차 건널목에서 마주친다. 무더운 여름 밤의 질식할 것만 같은 대기 속에서 두 사내는 각기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들의 그늘진 과거는 마치 지나가는 밤기차 차창의 불빛처럼 어둠 속에서 명멸한다. 친구를 층계 위에서 밀어죽게한 한 사내의 입장과 아내의 탈선을 묵인해 주기 위해 퇴근 시간을 늦추어 돌아가야 하는 또 한 사내의 부조리한 처지가 서서히 밝혀진다. 그들은 깊은 고독에 몸부림치며 옛날의 꿈에 사로잡힌다. 이 작품을 형성하는 소리와 빛, 그리고 몸짓들은 불투명하게나마 현실적 삶의 파편들을 시적 이미지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줄거리
철로와 도로가 약간의 경사를 이루며 교차하는 건널목이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간혹 행인이 넘나들고 있다. 건널목 근처에 벤치가 놓여있고 그 옆에는 고목을 베어낸 그루터기가 옆으로 쓰러져 있다. 한 철도원이 어둠 속에 이 벤치에 앉아 두 다리를 등걸에 올려놓고 잠들어 있다. 그러나 갑자기 무엇이 생각난 듯 일어나 램프를 들고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이 때 샛길로 사나이가 나타난다. 그는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놓고 먼길을 걸어온 듯한 모습이다. 철도원을 발견한 사나이는 무엇을 찾느냐고 물어보나 철도원은 당신이 상관한 일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러다 철도원은 급격하게 사람을 만난 반가움을 드러내며 사나이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다. 사나이는 남부 건널목에서 왔다고 대답한다. 샛길로 왔다는 사나이에게 철도원은 이것저것 말을 건네나 사나이는 피곤하다면 찾던 거나 계속 찾으라고 한다. 이 말에 철도원은 뭘 찾냐고 화를 낸다. 둘은 벤치에 앉아서 운명과 철도원의 끝난 근무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나이는 철도원에게 아내가 있느냐고 묻고 철도원은 대답하지 않고 딴 얘기를 한다. 그러다 갑자기 또 자신의 아내 이야기를 한다. 두사람은 걷기로 하고 둘이 함께 걸으며 자신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이때 멀리서 기적이 울린다. 사나이는 기적 소리를 들으며 오빠가 여럿 있는 경아와 집안에 만든 층계이야기를 한다. 가까이서 기적이 울리고 성냥불을 든 철도원이 입으로만 행동하는 사나이와 실랑이를 벌인다. 그러나 성냥을 던져 버리고 사나이는 선로 위에 떨어진 불에 불을 붙이려다 그만 고꾸라진다. 경종이 울리고 위험신호등이 울리고, 차단기가 내려온다. 철도원은 당황해서 차가 온다고 사나이에게 말하며 사나이를 비켜세운다. 기차가 지나가고 차단기가 올라간다. 둘은 그대로 서있다가 돼지 왈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둘은 눈물이 쏟아지도록 웃어댄다. 철도원이 다시 모자를 집어들고 램프의 심지를 돋워 샛길로 간다. 사나이도 뒤따라 걷는다.

1972년 '건널목 삽화' 초연 장면. 유진규가 철도원 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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