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7년 연해주 우스리스크 고려인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집단농장에서 척박한 땅을 억척스럽게 일구는 고려인 마을에는 이학순·명옥 남매가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괴롭히는 다른 소련 경찰과 달리 늘 인간적으로 대하는 이반과 절친한 사이다.
하지만 이반은 갑자기 반동으로 몰리고 이들 남매는 그를 숨겨주는데….
때마침 소련당국은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키는 계획을 발표하고
마을 사람들은 남매가 원인이라며 경원시하는데 학순은 명옥과 이반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을 알게 된다.
1937년 초겨울, 소련 연해주를 배경으로 펼쳐진 무대 위에는, 이국 땅에서 핍박과 가난과 서러움을 견디며 살아가는 동포들이 보였고, 부제에 나온 20대 남매, 학순과 명옥이 있었고, 명옥을 사랑하는 소련경찰 이반이 있었다. 이야기는 카레이스키들의 힘든 삶과 명옥과 이반의 사랑을 중심으로 잔잔하게 흘러간다. ‘카츄사’라는 애조띤 가락의 러시아 민요를 배경음악으로 진행된 이야기는 익숙한 드라마처럼 자연스럽다. 단지 소련 쪽에서 카레이스키들이 힘들여 일구어 놓은 삶의 터전을 강제로 떠나도록 하는 이유가 친일파들의 행적으로 미루어 고려인들이 일본의 첩자가 되어 소련에 해를 입힐까봐 미리 방지하는 이유에서라는 것이 놀랍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족을 팔아 넘겼다고 비난받는 친일파의 행적이, 외국인들의 눈에는 한국인 전체의 민족적 특성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포착한 작가의 시선이 겨울을 닮았다. 힘든 환경 속에서 싸우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살아가는 고려인들의 삶과 이반의 위기, 강제이주 명령, 내부 분쟁이 무대 위에 펼쳐지고, 마지막에 임신한 명옥과 이반을 떠나게 한 학순이 홀로 무대에 남아 “어디서 어떻게 살든 살아야 해”라는 대사와 함께 무대는 막이 내린다.
무대는 학순-명옥 남매의 집을 중심으로, 몇 가지 소품들의 배치로 이반의 사무실과 고려인 거주 마을이라는 공간을 제시했고, 공간의 중심인 학순의 집도 다시 다락방이라는 공간으로 상하 구분되게 만들어 효과적인 공간을 창출했다. 또한 기적을 울리며 달려가는 기차의 영상을 학순의 집 전면을 영사막으로 이용해 비춤으로써 공간이동의 효과를 주었다. 특히 조명은 단순한 무대장치에 필요한 분위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었고 음악도 작품전체에 과도하지 않게 하나의 주제음악을 사용하며 애잔하고 슬픈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일조했다. 몇몇 배우들의 대사가 객석까지 잘 안 들리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각기 제 역할을 충실히 담당했다.

위기훈
1969. 04. 02
극단 창 단원
경력 사항
등단 : 2001년 삼성문학상 장막희곡부문 당선 ‘검정 고무신’
학력
2015년 8월 고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 수료
수상 경력
2001년 삼성문학상
2002년 ‘올해의 베스트 연극상’
그 외
1996~2006, SBS, MBC, iTV 방송프로그램 작가
한국대표희곡 선정, 선정작 ‘검정 고무신’
저서
2014년, 『검정 고무신』, 도서출판 연극과 인간
2014년, 『바보 신동섭』, 도서출판 연극과 인간
작품 활동 내역
2002, ‘검정 고무신’ 작, 알과핵 소극장
2005, ‘바보 신동섭’ 작, 알과핵 소극장 (26회 서울연극제 공식출품작)
2013, ‘인간대포쇼’ 작,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34회 서울연극제 공식출품작)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윤조병 '건널목 삽화' (단막) (1) | 2018.01.20 |
|---|---|
| 윤조병 '농민' (1) | 2018.01.20 |
| 문무환 '풀빵 괴담' (1) | 2018.01.20 |
| 이충무 '바그다드 여인숙' (1) | 2018.01.18 |
| 김용락 '한돈판' (1) | 2018.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