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 거 리
처용과 가야는 넓고 푸른 바다만큼이나 맑고 순수한 사랑을 키워 나가고, 언제나 숨어서 이들을 훔쳐보는 역신은 이들의 사랑을 시기한다. 역신은 결국, 가야에 대한 집착으로 악한 마음을 불러들이게 되고, 이로 인해 악신이 따라 붙게 된다. 이를 알게 된 정령들(가신령, 수신령, 산신령, 지신령)은 역신과 그의 곁에서 악한 마음에 불을 붙이는 악신으로부터 처용과 가야의 맑고 순수한 사랑을 지키려고 애쓴다. 하지만, 어두운 그림자같이 처용과 가야의 빈 틈을 노리던 역신은 결국 처용을 절벽 밑으로 떨어뜨리는데 성공하고, 온전히 가야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에 정령들은 힘을 한데 모아 한 치 앞도 더 나아갈 수 없도록 세상을 희뿌연 안개로 잠기게 한다. 급박한 상황에서 절묘한 꾀를 내어, 처용의 목숨을 구하고 가야를 역신으로부터 도망가게 만든 정령들. 마지막으로 근처에서 사냥을 즐기던 왕의 도움을 받아 처용이 가야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려는데, 바로 그 때 눈치빠른 악신이가 끼어들어 처용과 가야, 그리고 역신까지도 모두 서라벌 왕궁으로 가게 되면서, 일은 예측불허로 꼬여만가는데...


신라의 향가 처용가를 바탕으로 동랑 유치진에 의해 희곡으로 만들어진 <처용의 노래>는 1952년 극단 신협에 의해 초연되어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공연예술제작소 비상의<처용의 노래>역시 한국 고전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외국의 고전을 공연하는 것은 익숙하면서도, 우리의 고전은 고전으로 남게 되는 현 공연계에서 50년이 지난 한국 고전의 선전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살아남아 우리 삶 깊숙이 함께하고 있는 처용가. 단 네 줄의 시조가 긴 시간 전해 내려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처용은 누구이고 그의 웃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무당설, 서역인설, 화랑설, 지방 호족설 등 참으로 다양한 학설이 그를 각기 다른 인물로 해석하며 많은 논란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전혀 새롭게 상상해보면 어떨까? 젊은 연출가 김정근은 그 어떠한 학설에도 기울지 않고 기발한 상상으로 가득 찬 처용을 보여준다. 처용과 역신을 오로지 가야를 사랑하는 인간으로 설정하고, 원작에는 없는 처용의 선한 마음을 돕는 선신령들과 역신의 악한 마음을 부채질하는 악신령을 등장시켜, 이들의 경쟁과 갑작스런 사건들을 통해 드라마를 발전시킨다. 처용과 가야가 사랑을 이루어 가는 사이,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한 처용설화를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용가’에서 처용이 그의 아내와 역신과의 불륜의 장면을 바라 보는 것은 두 사람의 사랑의 절대성을 헤치는 우수에 차 있는 갑작스런 상황의 것이다. 역신 역시 예상치 못한 처용의 관용적 태도에 감복 당한 태도를 보이게 되고, 마침내 처용과 역신의 대결은 종결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몇 가지 의구심을 마음에서 지울 수 없다. 그 하나는 역신이 침범했을 때 처용의 아내는 과연 어떤 자세로 어떻게 맞아들였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처용의 용서는 온전한 것이었을까? 처용의 아내는 처용을 사람 했던 것일까? 처용은 질투도 없고 사랑도 없었던 것인가? 그리고 그 이후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것 등 이다.

역신의 개입을 아주 재치 있는 상황으로 처리 한다는 점이다. 중간 중간 기회 있을 적 마다 역신이 가야 앞에 나타나 욕심을 부린다. 그리고 마침내 희곡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가야의 방에서 그녀가 역신에게 안겨 있는 장면이 나오고 이것을 처용이 목격한다. 그러나 이야기 과정에서 역신이 가야에게 닿으면 혼이 나가 죽음(기절)의 상태가 되고 처용의 손길이 닿으면 다시 살아나게끔 설정되어 있다. 가야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상황에서 역신에게 안긴 것이다. 이것은 처용과 가야 둘의 사랑에 손상이 되지 않게 하는 탁월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처용가를 부르는 처용을 보고 역신은 물러나고 그 둘의 사랑은 완전해진다.
< 처용의노래>는 유치진의 낭만 정신이 집결된 작품으로 뮤지컬 형식으로 상연되었다. 하지만 <처용의노래>는 유치진의 다른 작품에 비해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1952년 첫 상연 이후 거의 묻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연극배우 박정자 씨는 이렇게 밝혔다 “전쟁이 끝난 후 인천 애관극장에서 본 처용의 노래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처용역은 역시 김동원 선생이었다. 상대는 윤인자라는 여배우였다. 텔레비전은 말할 것도 없고 라디오도 귀하던 그 시절 문화생활에 목말라하던 관객들로 극장은 미어 터질 듯 했다. 관객들은 ‘윤인자 허리 보러 왔다가 내 다리 깔려 죽는다’ 면서도 짜증을 내기는커녕 되려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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