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동현 '이순신은 살아있다'

clint 2018. 1. 4. 22:05

 

 

 

어느 날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무너진다. 시민들은 충격에 빠지고 정치인들은 양쪽으로 갈라져 싸운다. 정부는 북한 간첩들의 테러로 성급하게 결론짓는다.

고등학교 2학년 생 영재는 이순신 동상이 무너진 이유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광화문 광장으로 찾아가지만 동상이 무너진 이유에 대한 진실을 속시원히 들을 수 없다. 그러던 중 영재는 이순신 장군을 위해서 전자피아노를 연주하는 소녀 라온을 만나고 자신도 이순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기로 결심한다. 정부에서는 새로운 이순신 동상을 건립하기로 하고 시민들은 이에 반대하는데 영재와 라온은 시민들 앞에서 이순신을 위한 노래를 부른다. 영재와 라온의 노래에 감동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이순신 추모제를 열고 나라를 위해서 전사한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데...

 

광화문 광장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이 어느 날 무너져 내렸다는 설정을 통해 부정부패와 비리, 무능으로 얼룩진 사회권력 층을 고발하고 이에 맞서 정정당당한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시민들의 소망을 그리는 작품이다. 작가는 "지난해 12월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바로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20대 청년을 보면서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연극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탈사실주의적이고 소극장 뮤지컬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지금 이곳우리의 분열된 사회 현실과 정치권력을 우화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형식과 내용적 측면에서 여타 대한민국 연극제 부산시 예선 참가작들과는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가상적 현실을 통해 좌우의 이념 분열과 정치권력의 본연적 임무 상실로 혼란에 빠진 지금의 우리 사회를 은유적으로 풍자, 고발하고 있다. 극의 중반부터는 임진왜란 당시의 이순신의 호국의지와 백의종군의 역사적 사실과 혼란 상황의 현실이 서로 교차되면서, 진정한 영웅의 정체성에 대해 관객들에게 묻고 있다. 현실의 위기 상황을 현실의 시각과 대안으로 찾으려 하지 않고 과거 역사적 사실 속의 인물을 통해 해결하려 시도한 점에 있어서는 작가의 예리한 현실인식의 촉각이 다소 아쉽다. 그리고 지금 이곳의 현실에 충무공 이순신의 백의종군이라는 역사적 사실의 판타지가 넘나드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이순신 장군이 동상에서 내려와 현실 속으로 끼어들어 또 하나의 서사를 형성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보였다. 이 작품은 정형화되고 경직된 부산연극제 관행의 틀에서 벗어나 극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현실 풍자라는 연극의 사회적 기능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그 의도가 크게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김동현이라는 젊은 신예 작가의 극적 구성 능력과 무대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 괄목할 만한 성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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